존재를 드러내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자극이다. 자극의 정도가 강력할수록 존재는 더욱 선명하게 인식된다.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아이는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돌아선 연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남겨진 연인은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모두 존재를 드러내 상대로부터 관심을 받고자하는 극단적 행동이다.
방송위원회는 15일 오후 언론매체에 A4용지 반장짜리 분량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문장 총 아홉 줄, 짧지만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주변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방송위는 자료에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IPTV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자문위원회도 구성, 2월말까지는 정책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방송법 개정에 반영한다는 게 발표의 골자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 1년여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총리실 산하에 융합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전, 정통부는 IPTV를 대표적인 융합서비스로 규정하고 `광대역융합서비스(BCS)법'을 제정해 IPTV를 도입하자고 했다. 이에 방송위는 IPTV를 또 하나의 방송으로 규정하고, 방송법으로 이를 규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입장이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린 탓에 총리실은 시민단체ㆍ학계를 비롯해 정부ㆍ방송위까지 참여하는 `범국민적' 융합추진위를 만들었다. 논의 과정에서 기구통합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대두됐으며, 방통위원회 설치법안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방송위는 다시 IPTV도입을 방송법 개정을 통해 진행하겠다고 독자추진의사를 밝혔다. 융추위가 설치법안 의제를 처리하고, 다음의제로 IPTV와 디지털방송전환 등의 문제를 논의해야할 시점에서 방송위의 이같은 돌출행동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특히 지난 12일 정통부차관, 방송위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융추위 제7차 회의에서 이 달 말까지 정통부ㆍ방송위 간 `고위정책 협의'를 통해 IPTV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 조속한 시일 내에 융추위 차원의 IPTV 도입 정책방안과 법률 제개정 시안을 마련키로 합의한지 3일만에 입장을 번복한 행동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IPTV도입은 방송법 개정이나, BCS법안을 통해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방송통신 통합기구 설치 필요성에 공감해 어렵사리 법안까지 마련한 상태라면, IPTV 도입을 위한 법안 마련 역시 기왕에 만들어진 융추위 논의 속에서 진행시키는 것이 합리적 수순이다.
방송위는 법률상 정부조직이 아니다. 대통령으로부터도 독립된 제 3의 기관이다. 그 자체가 무거운 존재감을 주며, 또한 그만큼의 책임이 있다. 논의의 장을 만들어 놓고 맘에 들지 않는다며 박차고 나가 독자추진 의사를 밝히는 것은,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물건을 훔치는 아이의 존재확인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임윤규기자 yklim@
방송위원회는 15일 오후 언론매체에 A4용지 반장짜리 분량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문장 총 아홉 줄, 짧지만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주변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방송위는 자료에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IPTV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자문위원회도 구성, 2월말까지는 정책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방송법 개정에 반영한다는 게 발표의 골자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 1년여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총리실 산하에 융합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전, 정통부는 IPTV를 대표적인 융합서비스로 규정하고 `광대역융합서비스(BCS)법'을 제정해 IPTV를 도입하자고 했다. 이에 방송위는 IPTV를 또 하나의 방송으로 규정하고, 방송법으로 이를 규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입장이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린 탓에 총리실은 시민단체ㆍ학계를 비롯해 정부ㆍ방송위까지 참여하는 `범국민적' 융합추진위를 만들었다. 논의 과정에서 기구통합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대두됐으며, 방통위원회 설치법안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방송위는 다시 IPTV도입을 방송법 개정을 통해 진행하겠다고 독자추진의사를 밝혔다. 융추위가 설치법안 의제를 처리하고, 다음의제로 IPTV와 디지털방송전환 등의 문제를 논의해야할 시점에서 방송위의 이같은 돌출행동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특히 지난 12일 정통부차관, 방송위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융추위 제7차 회의에서 이 달 말까지 정통부ㆍ방송위 간 `고위정책 협의'를 통해 IPTV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 조속한 시일 내에 융추위 차원의 IPTV 도입 정책방안과 법률 제개정 시안을 마련키로 합의한지 3일만에 입장을 번복한 행동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IPTV도입은 방송법 개정이나, BCS법안을 통해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방송통신 통합기구 설치 필요성에 공감해 어렵사리 법안까지 마련한 상태라면, IPTV 도입을 위한 법안 마련 역시 기왕에 만들어진 융추위 논의 속에서 진행시키는 것이 합리적 수순이다.
방송위는 법률상 정부조직이 아니다. 대통령으로부터도 독립된 제 3의 기관이다. 그 자체가 무거운 존재감을 주며, 또한 그만큼의 책임이 있다. 논의의 장을 만들어 놓고 맘에 들지 않는다며 박차고 나가 독자추진 의사를 밝히는 것은,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물건을 훔치는 아이의 존재확인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임윤규기자 ykl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