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손길이 스쳐가면
디지털에 감성이 꽃핀다
"외국의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만나면 동양인 여자 임원인 저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는데, 그만큼 낯설다는 얘기겠죠."
LG전자 정보통신 디자인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진(46) 상무는 입사 이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김 상무는 LG전자 최초의 공채출신 여성사원이자 최초의 여성임원이다.
`최초'라는 말은 곧 기존에 있던 고정관념을 깼다는 혁신의 상징이다. 지난 98년 최우수 디자이너로 선정돼 산업 자원부 장관상을 받고, 지난해에는 철탑 산업훈장을 수상하며 국내 휴대폰 업계에서 신화적인 존재로 우뚝 섰지만, 그녀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를 겁니다. 남자들이 오히려 시기와 질투가 더 심하답니다. 입사 초기에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많은 `태클'을 당하기도 했죠."
임원이 된 지금도 김 상무가 강하게 주장을 하면 "여자라서 다른 사람 생각 안 한다", "조직적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반대로 부드럽게 나가면 "여자라 약하다"는 등 이중적인 잣대에 노출될 때가 많다. 김 상무는 이런 상황을 20년 넘게 겪으면서 "편견을 깨는 방법은 오직 업무 성과로 증명하는 것 뿐"이라는 신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자라서 겪었던 차별은 김 상무가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무기가 됐다.
LG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인 덕분에 김 상무의 팬 역시 전세계에 퍼져있다. "김진 상무가 컨폼(conform)한 휴대폰이다"라는 말은 해외 사업자들 사이에서 휴대폰 디자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보증수표처럼 인식되고 있다.
김 상무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감정을 가진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휴대폰 사용자들이 디자인에 가지는 관심은 TV, 냉장고, 세탁기가 가진 실용성이 고정된 디자인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커다란 자동차와 자그마한 휴대폰은 자신을 나타내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다만 자동차가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인데 비해, 휴대폰은 그 사람의 캐릭터를 나타낸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좀 더 감성적이라고 볼 수 있죠."
첨단 디지털제품답게 디자인의 자유도가 높고,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감정을 자세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 상무의 설명이다.
김 상무는 "LG전자는 다른 제조업체들보다 사업자의 디자인 요구를 많이 수용하고, 사업자들에게 제시하면서 높은 국제 경쟁력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는 변화의 트렌드를 읽어, 한 발 앞선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데 중점을 다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상무가 오늘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치과의사인 남편은 집안 식구들의 건강이나, 위생 관련된 부분을 도맡아 하고 있다. 다만, 두 딸의 교육과 관련된 일만큼은 엄마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김 상무가 100% 담당하고 있다.
"올해 만 18살이 된 큰딸이 어버이날에 전화를 해서는 `잘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더군요. 사실 제가 `잘 커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야할 입장인데 말이죠." 일에 바쁜 엄마에게 기대지 않고, 바르게 자라준 딸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김 상무는 말했다.
83년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92년 동대학원을 졸업한 김 상무는 2001년 헬싱키 경영대학원 Executive MBA과정을 수료했고,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KAID) 부회장을 맡고 있다.
디지털에 감성이 꽃핀다
"외국의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만나면 동양인 여자 임원인 저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는데, 그만큼 낯설다는 얘기겠죠."
LG전자 정보통신 디자인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진(46) 상무는 입사 이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김 상무는 LG전자 최초의 공채출신 여성사원이자 최초의 여성임원이다.
`최초'라는 말은 곧 기존에 있던 고정관념을 깼다는 혁신의 상징이다. 지난 98년 최우수 디자이너로 선정돼 산업 자원부 장관상을 받고, 지난해에는 철탑 산업훈장을 수상하며 국내 휴대폰 업계에서 신화적인 존재로 우뚝 섰지만, 그녀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를 겁니다. 남자들이 오히려 시기와 질투가 더 심하답니다. 입사 초기에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많은 `태클'을 당하기도 했죠."
임원이 된 지금도 김 상무가 강하게 주장을 하면 "여자라서 다른 사람 생각 안 한다", "조직적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반대로 부드럽게 나가면 "여자라 약하다"는 등 이중적인 잣대에 노출될 때가 많다. 김 상무는 이런 상황을 20년 넘게 겪으면서 "편견을 깨는 방법은 오직 업무 성과로 증명하는 것 뿐"이라는 신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자라서 겪었던 차별은 김 상무가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무기가 됐다.
LG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인 덕분에 김 상무의 팬 역시 전세계에 퍼져있다. "김진 상무가 컨폼(conform)한 휴대폰이다"라는 말은 해외 사업자들 사이에서 휴대폰 디자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보증수표처럼 인식되고 있다.
김 상무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감정을 가진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휴대폰 사용자들이 디자인에 가지는 관심은 TV, 냉장고, 세탁기가 가진 실용성이 고정된 디자인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커다란 자동차와 자그마한 휴대폰은 자신을 나타내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다만 자동차가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인데 비해, 휴대폰은 그 사람의 캐릭터를 나타낸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좀 더 감성적이라고 볼 수 있죠."
첨단 디지털제품답게 디자인의 자유도가 높고,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감정을 자세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 상무의 설명이다.
김 상무는 "LG전자는 다른 제조업체들보다 사업자의 디자인 요구를 많이 수용하고, 사업자들에게 제시하면서 높은 국제 경쟁력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는 변화의 트렌드를 읽어, 한 발 앞선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데 중점을 다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상무가 오늘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치과의사인 남편은 집안 식구들의 건강이나, 위생 관련된 부분을 도맡아 하고 있다. 다만, 두 딸의 교육과 관련된 일만큼은 엄마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김 상무가 100% 담당하고 있다.
"올해 만 18살이 된 큰딸이 어버이날에 전화를 해서는 `잘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더군요. 사실 제가 `잘 커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야할 입장인데 말이죠." 일에 바쁜 엄마에게 기대지 않고, 바르게 자라준 딸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김 상무는 말했다.
83년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92년 동대학원을 졸업한 김 상무는 2001년 헬싱키 경영대학원 Executive MBA과정을 수료했고,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KAID) 부회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