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입김에 사실상 포기 상태
일단 1년간 시범운영뒤 원점서 재검토
HPㆍ삼성 반색…환경단체 "말도 안돼"
`프린터ㆍ복사기 카트리지 EPR, 물 건너갔나.'
프린터ㆍ복사기의 잉크ㆍ토너카트리지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에 포함시키려던 정부의 정책방향이 불과 1년 새 180도 선회, 사실상 이를 포기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환경부, 카트리지 EPR 추진의지 `실종'〓환경부는 지난해 7월 프린터ㆍ복사기 및 잉크ㆍ토너카트리지를 2006년 EPR제도 추가대상품목에 포함해 입법예고했으나, 이후 프린터ㆍ복사기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프린터ㆍ복사기ㆍ팩시밀리 등 완제품만을 포함시키고 잉크ㆍ토너카트리지는 제외키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업계 의견을 듣고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결정한 내용"이라며 "당장 시행할 환경이 안되는 만큼, 업계 자발적 협약을 통한 (카트리지 회수ㆍ재활용) 시범사업을 통해 효율적인 회수체계를 구축ㆍ운영해본 뒤 2007년부터 적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당시 환경부는 카트리지의 경우 여타 품목과 같은 판매량 대비 일정량의 회수ㆍ재활용 뿐 아니라 소위 `리필'로 불리는 재사용의 강화까지 추진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후 10개월여가 지난 15일 현재, 환경부는 `업계 자발적 협약에 의한 카트리지 재활용 시범사업'(이하 시범사업)을 올 연말부터 실시해 1년간 운영한 뒤 EPR 적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이재영 사무관은 "지난해의 카트리지 2006년 EPR 대상품목 제외는 `보류' 개념은 아니다"라며 "시범사업 결과가 좋을 경우 2008년 EPR 적용을 검토할 수 있으나, 이와 관련해 정책방향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못박았다. 입법예고까지 했던 사안에 대해 다시 백지상태에서 검토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지난해 11월까지 프린터ㆍ복사기 및 카트리지 EPR을 담당했던 환경부 김진식 사무관은 현재 민관교류 차원으로 삼성전자에 파견 근무중이어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HPㆍ삼성, `물 건너갔다' 기정사실화(?)〓한국HPㆍ삼성전자 등 프린터업계는 지난해 결정된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거의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카트리지 EPR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한국HP와 삼성전자는 프린터헤드 일체형 잉크카트리지를 주로 채택, 카트리지 단가가 높고 재사용(리필)이 용이한 관계로 잉크카트리지 회수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카트리지 EPR에 앞장서 반대해왔다.
국내 프린터시장 주도업체인 한국HP(대표 최준근)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범사업과 관련해 "처음 시작하는 단계로 환경부와 다시 얘기해야 한다"며 "각 업체별로 자원재활용프로그램을 운영중인 만큼 새로울 것이 없고 급한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ERP에 대해 "소비자 대상 프린터 수거에도 애로점이 많을 것"이라며 "카트리지 EPR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HP는 글로벌 본사 차원의 `플래닛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프린터 완제품은 싱가포르, 잉크카트리지는 호주, 토너카트리지는 중국으로 보내 재활용하고 있으나, 카트리지 회수량은 컨테이너 단위로 파악할 뿐 그 수량은 파악하지 않고 있어 회수율 파악은 현재는 물론 향후에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최근 회수량이 전년 대비 2배로 증가했으며, 조만간 대학 등을 중심으로 일반소비자대상 잉크카트리지 회수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지난해 8월부터 토너카트리지 회수프로그램을 실시해 회수된 카트리지를 전량 소각해왔으나, 최근 프린터 재활용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아산리사이클센터에 프린터ㆍ복합기 및 토너카트리지 전문 재활용센터를 구축해 내년 4월부터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사는 여전히 잉크카트리지에 대해서는 회수ㆍ재활용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토너카트리지의 회수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비교적 시장입지가 좁은 한국엡손과 롯데캐논의 경우 환경부 방침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나, 역시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국내 재활용산업의 미비를 들어 글로벌 본사의 해외 재활용시설을 이용하는 방안과 자체 재활용시설 구축 및 삼성전자가 구축예정인 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검토중이나 아직까지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신도리코 등 복사기진영은 `준비 완료'〓신도리코ㆍ후지제록스 등 복사기업계는 EPR에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도리코(대표 우석형)는 복사기ㆍ복합기 판매량의 30∼40%를 회수해 아산 재활용공장에서 수리해 임대용으로 사용하거나 외주 폐기하고 있으며, 지난해 4월부터는 토너카트리지를 유료로 회수, 재생산해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도리코는 특히 재사용을 제외한 카트리지 EPR에는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어서 업계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대표 정광은)는 시범사업에 대해 특별한 준비작업은 한 바 없으나, 지난해 완제품 회수율이 복사기는 57.8%, 복사기ㆍ복합기ㆍ팩스 합계로는 18.4%까지 올라섰으며, 토너카트리지의 경우 70% 이상의 회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환경단체, 환경부 입장선회ㆍ업계 움직임에 `경악'〓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1년만의 입장선회와 프린터업계의 반응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카트리지 EPR 도입 여론을 주도했던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일단 환경부를 통해 시범사업 준비상황을 검토하는 등 뒤늦게 상황 파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이 단체는 시범사업에 발맞춰 업체들의 완제품ㆍ카트리지 회수ㆍ재활용률에 대한 모니터링을 준비해왔으나, 다수 업체들이 카트리지 회수 수량 자체도 파악하지 않고 있는 관계로 사실상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업체들이 1년 동안 한 일 없이 여전히 제품ㆍ카트리지 회수의 책임을 소비자들에게만 떠넘기는 무책임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환경에는 뒷짐을 지고 편하게 돈만 벌겠다는 발상으로, 기업윤리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신도리코의 경우 카트리지 재사용의 모범이 되고 있어 이같은 활동을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자 했으나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해외 관련업계의 경우 친환경활동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전혀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단 1년간 시범운영뒤 원점서 재검토
HPㆍ삼성 반색…환경단체 "말도 안돼"
`프린터ㆍ복사기 카트리지 EPR, 물 건너갔나.'
프린터ㆍ복사기의 잉크ㆍ토너카트리지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에 포함시키려던 정부의 정책방향이 불과 1년 새 180도 선회, 사실상 이를 포기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환경부, 카트리지 EPR 추진의지 `실종'〓환경부는 지난해 7월 프린터ㆍ복사기 및 잉크ㆍ토너카트리지를 2006년 EPR제도 추가대상품목에 포함해 입법예고했으나, 이후 프린터ㆍ복사기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프린터ㆍ복사기ㆍ팩시밀리 등 완제품만을 포함시키고 잉크ㆍ토너카트리지는 제외키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업계 의견을 듣고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결정한 내용"이라며 "당장 시행할 환경이 안되는 만큼, 업계 자발적 협약을 통한 (카트리지 회수ㆍ재활용) 시범사업을 통해 효율적인 회수체계를 구축ㆍ운영해본 뒤 2007년부터 적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당시 환경부는 카트리지의 경우 여타 품목과 같은 판매량 대비 일정량의 회수ㆍ재활용 뿐 아니라 소위 `리필'로 불리는 재사용의 강화까지 추진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후 10개월여가 지난 15일 현재, 환경부는 `업계 자발적 협약에 의한 카트리지 재활용 시범사업'(이하 시범사업)을 올 연말부터 실시해 1년간 운영한 뒤 EPR 적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이재영 사무관은 "지난해의 카트리지 2006년 EPR 대상품목 제외는 `보류' 개념은 아니다"라며 "시범사업 결과가 좋을 경우 2008년 EPR 적용을 검토할 수 있으나, 이와 관련해 정책방향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못박았다. 입법예고까지 했던 사안에 대해 다시 백지상태에서 검토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지난해 11월까지 프린터ㆍ복사기 및 카트리지 EPR을 담당했던 환경부 김진식 사무관은 현재 민관교류 차원으로 삼성전자에 파견 근무중이어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HPㆍ삼성, `물 건너갔다' 기정사실화(?)〓한국HPㆍ삼성전자 등 프린터업계는 지난해 결정된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거의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카트리지 EPR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한국HP와 삼성전자는 프린터헤드 일체형 잉크카트리지를 주로 채택, 카트리지 단가가 높고 재사용(리필)이 용이한 관계로 잉크카트리지 회수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카트리지 EPR에 앞장서 반대해왔다.
국내 프린터시장 주도업체인 한국HP(대표 최준근)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범사업과 관련해 "처음 시작하는 단계로 환경부와 다시 얘기해야 한다"며 "각 업체별로 자원재활용프로그램을 운영중인 만큼 새로울 것이 없고 급한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ERP에 대해 "소비자 대상 프린터 수거에도 애로점이 많을 것"이라며 "카트리지 EPR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HP는 글로벌 본사 차원의 `플래닛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프린터 완제품은 싱가포르, 잉크카트리지는 호주, 토너카트리지는 중국으로 보내 재활용하고 있으나, 카트리지 회수량은 컨테이너 단위로 파악할 뿐 그 수량은 파악하지 않고 있어 회수율 파악은 현재는 물론 향후에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최근 회수량이 전년 대비 2배로 증가했으며, 조만간 대학 등을 중심으로 일반소비자대상 잉크카트리지 회수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지난해 8월부터 토너카트리지 회수프로그램을 실시해 회수된 카트리지를 전량 소각해왔으나, 최근 프린터 재활용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아산리사이클센터에 프린터ㆍ복합기 및 토너카트리지 전문 재활용센터를 구축해 내년 4월부터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사는 여전히 잉크카트리지에 대해서는 회수ㆍ재활용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토너카트리지의 회수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비교적 시장입지가 좁은 한국엡손과 롯데캐논의 경우 환경부 방침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나, 역시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국내 재활용산업의 미비를 들어 글로벌 본사의 해외 재활용시설을 이용하는 방안과 자체 재활용시설 구축 및 삼성전자가 구축예정인 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검토중이나 아직까지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신도리코 등 복사기진영은 `준비 완료'〓신도리코ㆍ후지제록스 등 복사기업계는 EPR에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도리코(대표 우석형)는 복사기ㆍ복합기 판매량의 30∼40%를 회수해 아산 재활용공장에서 수리해 임대용으로 사용하거나 외주 폐기하고 있으며, 지난해 4월부터는 토너카트리지를 유료로 회수, 재생산해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도리코는 특히 재사용을 제외한 카트리지 EPR에는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어서 업계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대표 정광은)는 시범사업에 대해 특별한 준비작업은 한 바 없으나, 지난해 완제품 회수율이 복사기는 57.8%, 복사기ㆍ복합기ㆍ팩스 합계로는 18.4%까지 올라섰으며, 토너카트리지의 경우 70% 이상의 회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환경단체, 환경부 입장선회ㆍ업계 움직임에 `경악'〓환경단체들은 환경부의 1년만의 입장선회와 프린터업계의 반응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카트리지 EPR 도입 여론을 주도했던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일단 환경부를 통해 시범사업 준비상황을 검토하는 등 뒤늦게 상황 파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이 단체는 시범사업에 발맞춰 업체들의 완제품ㆍ카트리지 회수ㆍ재활용률에 대한 모니터링을 준비해왔으나, 다수 업체들이 카트리지 회수 수량 자체도 파악하지 않고 있는 관계로 사실상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업체들이 1년 동안 한 일 없이 여전히 제품ㆍ카트리지 회수의 책임을 소비자들에게만 떠넘기는 무책임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환경에는 뒷짐을 지고 편하게 돈만 벌겠다는 발상으로, 기업윤리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신도리코의 경우 카트리지 재사용의 모범이 되고 있어 이같은 활동을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자 했으나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해외 관련업계의 경우 친환경활동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전혀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