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욕구 맞춘 `다양한 대안` 제시
정인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와이브로는 초고속인터넷 또는 무선랜의 데이터통신 기능에 이동전화와 같은 이동성을 부여한 서비스이다. 무선멀티미디어 통신이 향후 통신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와이브로는 음성과 데이터, 통신과 방송, 유선과 무선의 다양하면서도 개별적으로 발전해 온 여러 서비스가 하나로 통합되는 융합의 시대를 여는 통신서비스이다.
와이브로는 나름 대로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으나, 대중적 상용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빠르게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세계 통신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 강화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와이브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시장 활성화를 제약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통신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초기에 매우 느리게 증가하다가 일정한 규모에 이르면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새로운 서비스의 유용성이나 품질에 대해 소비자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통신의 이용은 생활패턴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주변에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을 본 뒤에야 바로서 가입을 결심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대체적 경향이다.
공급 측면에서의 우려도 없지 않다. 사업자는 와이브로의 활성화가 자신의 기존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은 와이브로가 무선인터넷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것이다. 와이브로와 유사한 HSDPA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도 와이브로 사업자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와이브로 사업자의 결합서비스 전략은 이 같은 시장둔화 요인들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결합서비스란 복수의 서비스를 패키지로 묶어 하나의 요금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와이브로와 관련해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은 음성 이동전화와의 결합, 초고속인터넷과의 결합, 무선랜과의 결합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또는 상품의 결합은 많은 산업에 나타나는 마케팅 전략이다. 결합을 통해 거래 비용을 절감하거나 소비자의 편리성을 제고할 수 있다. 공급자는 개별 상품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상품들을 묶어서 판매하고, 묶음에 대해 할인해 주는 가격정책을 활용할 것이다. 다양한 선택의 대안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호와 욕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상품의 거래 방식을 만들어갈 것이다.
다만, 상품 결합행위는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한 상품의 시장에서 독점력을 갖고 있는 공급자가 다른 상품의 시장에서 경쟁자를 축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상품결합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독점력 또는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공급자의 상품 결합행위에 대해서는 효율성 제고 효과와 경쟁제한 효과를 동시에 비교ㆍ판단할 필요가 있다.
상품결합에 대한 이러한 일반론의 입장을 와이브로에 적용해 보자. SK텔레콤이 자신의 이동전화와 와이브로를 결합한 상품을 제공하거나, KT가 초고속인터넷 또는 무선랜과 결합한 상품을 제공하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들 서비스는 와이브로와의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어느 정도는 경쟁적 관계에 있게 된다. 즉, 보완성과 대체성을 모두 갖게 돼 과연 어느 성질이 더 강할 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SK텔레콤과 KT가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등에서 이미 상당한 규모의 가입자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와이브로 활성화에 어떻게 작용할 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모두 있을 것이다. 와이브로 이용이 증가하면 어느 정도 기존 서비스에 대한 이용이 감소할 수 있으며, 따라서 사업자들은 와이브로 시장 활성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존 가입자 기반이 제대로 활용된다면 와이브로 활성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통신서비스에 대해 대체적으로 소극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소비를 선도하는 그룹을 가급적 빨리 형성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자들이 결합서비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기존 서비스의 가입자들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사업자가 와이브로와 기존 서비스를 결합하는 다양한 상품을 제시하면 기존 서비스의 이용 감소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와이브로의 이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결합서비스가 통신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동전화에서, KT는 초고속인터넷에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사업자들이다. 이론적으로, 결합서비스 전략은 기존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지렛대로 활용해 신규 시장에서 경쟁자를 축출하는 시장봉쇄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와이브로의 경우는 어떠한가? 와이브로를 제공하는 무수한 사업자들이 존재한다면 타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통신사업자이고, 한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를 시장에서 축출하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 오히려 결합서비스를 통해 와이브로에서의 경쟁이 활발해지면 시장 성장이 촉진되고, 요금이 낮아져 소비자 혜택이 증가하는 선순환구조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한편, 결합서비스가 기존 서비스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것은 와이브로 시장이 상당한 정도 형성된 이후에 고민해도 무방할 듯 싶다. 그 단계에 이르러서는 결합서비스를 금지하는 것 보다는 다른 사업자들도 결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 하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이동전화와 와이브로의 결합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이동전화 사업자가 위축될 수 있다면, KT의 와이브로와 결합하는 상품을 만들어 경쟁시키는 구도를 상정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정인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와이브로는 초고속인터넷 또는 무선랜의 데이터통신 기능에 이동전화와 같은 이동성을 부여한 서비스이다. 무선멀티미디어 통신이 향후 통신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와이브로는 음성과 데이터, 통신과 방송, 유선과 무선의 다양하면서도 개별적으로 발전해 온 여러 서비스가 하나로 통합되는 융합의 시대를 여는 통신서비스이다.
와이브로는 나름 대로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으나, 대중적 상용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빠르게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세계 통신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 강화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와이브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시장 활성화를 제약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통신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초기에 매우 느리게 증가하다가 일정한 규모에 이르면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새로운 서비스의 유용성이나 품질에 대해 소비자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통신의 이용은 생활패턴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주변에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을 본 뒤에야 바로서 가입을 결심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대체적 경향이다.
공급 측면에서의 우려도 없지 않다. 사업자는 와이브로의 활성화가 자신의 기존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은 와이브로가 무선인터넷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것이다. 와이브로와 유사한 HSDPA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도 와이브로 사업자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와이브로 사업자의 결합서비스 전략은 이 같은 시장둔화 요인들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결합서비스란 복수의 서비스를 패키지로 묶어 하나의 요금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와이브로와 관련해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은 음성 이동전화와의 결합, 초고속인터넷과의 결합, 무선랜과의 결합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또는 상품의 결합은 많은 산업에 나타나는 마케팅 전략이다. 결합을 통해 거래 비용을 절감하거나 소비자의 편리성을 제고할 수 있다. 공급자는 개별 상품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상품들을 묶어서 판매하고, 묶음에 대해 할인해 주는 가격정책을 활용할 것이다. 다양한 선택의 대안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호와 욕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상품의 거래 방식을 만들어갈 것이다.
다만, 상품 결합행위는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한 상품의 시장에서 독점력을 갖고 있는 공급자가 다른 상품의 시장에서 경쟁자를 축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상품결합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독점력 또는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공급자의 상품 결합행위에 대해서는 효율성 제고 효과와 경쟁제한 효과를 동시에 비교ㆍ판단할 필요가 있다.
상품결합에 대한 이러한 일반론의 입장을 와이브로에 적용해 보자. SK텔레콤이 자신의 이동전화와 와이브로를 결합한 상품을 제공하거나, KT가 초고속인터넷 또는 무선랜과 결합한 상품을 제공하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들 서비스는 와이브로와의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어느 정도는 경쟁적 관계에 있게 된다. 즉, 보완성과 대체성을 모두 갖게 돼 과연 어느 성질이 더 강할 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SK텔레콤과 KT가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등에서 이미 상당한 규모의 가입자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와이브로 활성화에 어떻게 작용할 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모두 있을 것이다. 와이브로 이용이 증가하면 어느 정도 기존 서비스에 대한 이용이 감소할 수 있으며, 따라서 사업자들은 와이브로 시장 활성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존 가입자 기반이 제대로 활용된다면 와이브로 활성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통신서비스에 대해 대체적으로 소극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소비를 선도하는 그룹을 가급적 빨리 형성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자들이 결합서비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기존 서비스의 가입자들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사업자가 와이브로와 기존 서비스를 결합하는 다양한 상품을 제시하면 기존 서비스의 이용 감소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와이브로의 이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결합서비스가 통신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동전화에서, KT는 초고속인터넷에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사업자들이다. 이론적으로, 결합서비스 전략은 기존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지렛대로 활용해 신규 시장에서 경쟁자를 축출하는 시장봉쇄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와이브로의 경우는 어떠한가? 와이브로를 제공하는 무수한 사업자들이 존재한다면 타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통신사업자이고, 한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를 시장에서 축출하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 오히려 결합서비스를 통해 와이브로에서의 경쟁이 활발해지면 시장 성장이 촉진되고, 요금이 낮아져 소비자 혜택이 증가하는 선순환구조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한편, 결합서비스가 기존 서비스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것은 와이브로 시장이 상당한 정도 형성된 이후에 고민해도 무방할 듯 싶다. 그 단계에 이르러서는 결합서비스를 금지하는 것 보다는 다른 사업자들도 결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 하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이동전화와 와이브로의 결합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이동전화 사업자가 위축될 수 있다면, KT의 와이브로와 결합하는 상품을 만들어 경쟁시키는 구도를 상정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