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창출하는게 벤처"
2∼3년내 1조 매출 내겠다
많이 늙었다. 더 깊어진 주름, 윤기가 바랜 머리칼.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레인콤 본사에서 만난 양덕준 사장의 모습이다. 그는 최근 장이 좋지 않아 즐겨하던 술과 담배도 많이 줄였다. 대신 다도(茶道)를 즐긴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는 중국차를 손수 만들어 기자에게 권했다.
코스닥 황제주, 회사 설립 6년만인 지난해 4500억원대 매출로 국내 벤처 업계 순위 1위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레인콤이 올 1？4분기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충격에서 양 사장의 피로감이 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런 생각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적자가 나는 게 다반사인데, 왜들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1분기 실적 얘기가 나오자 대뜸 하는 소리다. "1999년,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생각한 2가지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과 규모의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은 애플과 다수의 업체 구도였다. 하지만 올들어 삼성전자？소니 등 글로벌기업들이 이 시장에 물량공세를 퍼부으면서 양사장의 설명대로 `피바다'(레드 오션)가 됐다.
양 사장은 "대기업들의 물량싸움 속에서 지금은 벤처가 규모의 게임을 할 때가 아니다"며, "올해는 시장 점유율보다는 컨셉트를 앞세운 브랜드 전략을 펴기로 했고, 애플에 대항해 브랜드 파워를 기르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1분기에 많이 집행했다"고 적자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1등이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벤처가 어느 정도 성장해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비즈니스를 해야 합니다. 국내 벤처 역사상 매출 5000억원을 깬 기록이 없다고 하는데 레인콤이 깰 것이고, 짧게는 2∼3년 내에 1조 매출에 순익 1000억원을 달성해 시장에서 당당히 검증받을 것입니다."
더 큰 규모의 비즈니스, 즉 신사업 얘기가 나오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의 눈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30여분 동안 지속된 그의 미래 전략 얘기를 듣고 있자니 최근 흘러나온 휴대용 3D 게임 사업 진출은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전쟁은 컨버전스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기기간의 컨버전스가 아니라, 디지털콘텐츠를 중심으로 통신서비스, 디지털TV？휴대폰？MP3플레이어 등 하드웨어 단말간의 입체적인 컨버전스를 말하는 것입니다. 음악？영화？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와 다양한 단말기를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 게이트웨이를 누가 빨리 만드느냐가 핵심입니다. 레인콤은 디지털콘텐츠가 빠르게 소비자에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인프라와 혁신적인 단말기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벤처는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 블루오션을 창출해야 합니다. 최소한 2∼3년간의 복안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조심스럽게 밝힌 미래 전략의 핵심은 소비자가 다양한 단말기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동통신 중계기처럼 전국에 게이트웨이를 심고, 이 게이트웨이에 최적화된 게임기？MP3P？카AV기기？DMB 등 복합 단말기를 만들어 판매를 증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콜럼버스의 달걀'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해왔던, 완벽한 발상의 전환을 이룬 MP3플레이어를 오늘 선보인다. 하반기에는 이같은 혁신적인 단말기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올 연말이나 내년 1월쯤 내년도 차기 제품 라인업과 미래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요새는 짬이 나면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최근 인수한 얼리어답터 직원들(양사장은 이들을 천재들이라고 불렀다)을 만나 창조성에 대한 토론을 하거나, 판타지 무협소설이나 롤 플레잉 게임(RPG)을 즐긴다"고 했다. 웬만한 온라인게임은 거의 다 해봤고, `네버윈터나이츠'라는 RPG는 캐릭터를 바꿔가며 4번이나 깰 정도로 게임 마니아라고 그는 스스로를 소개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훌쩍 넘고도 5년이라는 세월이 더 흘러 머지않아 환갑을 맞을 나이의 양 사장은 "벤처가 조금 컸다고 전형적인 대형 제조사의 조직 스타일로 넘어가거나 외적 규모만 따지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며 "혁신적인 히트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처럼 완벽하게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없다면 제품으로 글로벌 톱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 레인콤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대기업이 탄생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벤처도 재도약에 실패해 거꾸러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한 첫 모델이 되는 것, 그게 레인콤 CEO로서 해보고 싶은 꿈입니다."
그는 이같은 꿈이 앞으로 2∼3년이면 실현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대표 벤처의 대표이사로서의 이같은 꿈 외에, 개인적으로 현재의 꿈은 퇴직해서 원 없이 쉬어봤으면 하는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신 없이 달려오는 동안 소중한 가족들을 지나치게 소홀히 했고,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벤처의 경우, 처음에는 승부근성과 뚝심 있는 CEO가 필요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면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합니다. 레인콤이 궤도에 오르면 물러날 것입니다. 원래 창업자가 오래 붙어 있으면 그 벤처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지요."
`레인콤이 궤도에 올라 CEO를 그만 두게 되면 무엇을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 아마도 새로운 벤처를 차리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2∼3년내 1조 매출 내겠다
많이 늙었다. 더 깊어진 주름, 윤기가 바랜 머리칼.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레인콤 본사에서 만난 양덕준 사장의 모습이다. 그는 최근 장이 좋지 않아 즐겨하던 술과 담배도 많이 줄였다. 대신 다도(茶道)를 즐긴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는 중국차를 손수 만들어 기자에게 권했다.
코스닥 황제주, 회사 설립 6년만인 지난해 4500억원대 매출로 국내 벤처 업계 순위 1위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레인콤이 올 1？4분기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충격에서 양 사장의 피로감이 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런 생각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적자가 나는 게 다반사인데, 왜들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1분기 실적 얘기가 나오자 대뜸 하는 소리다. "1999년,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생각한 2가지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과 규모의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은 애플과 다수의 업체 구도였다. 하지만 올들어 삼성전자？소니 등 글로벌기업들이 이 시장에 물량공세를 퍼부으면서 양사장의 설명대로 `피바다'(레드 오션)가 됐다.
양 사장은 "대기업들의 물량싸움 속에서 지금은 벤처가 규모의 게임을 할 때가 아니다"며, "올해는 시장 점유율보다는 컨셉트를 앞세운 브랜드 전략을 펴기로 했고, 애플에 대항해 브랜드 파워를 기르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1분기에 많이 집행했다"고 적자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1등이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벤처가 어느 정도 성장해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비즈니스를 해야 합니다. 국내 벤처 역사상 매출 5000억원을 깬 기록이 없다고 하는데 레인콤이 깰 것이고, 짧게는 2∼3년 내에 1조 매출에 순익 1000억원을 달성해 시장에서 당당히 검증받을 것입니다."
더 큰 규모의 비즈니스, 즉 신사업 얘기가 나오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의 눈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30여분 동안 지속된 그의 미래 전략 얘기를 듣고 있자니 최근 흘러나온 휴대용 3D 게임 사업 진출은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전쟁은 컨버전스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기기간의 컨버전스가 아니라, 디지털콘텐츠를 중심으로 통신서비스, 디지털TV？휴대폰？MP3플레이어 등 하드웨어 단말간의 입체적인 컨버전스를 말하는 것입니다. 음악？영화？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와 다양한 단말기를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 게이트웨이를 누가 빨리 만드느냐가 핵심입니다. 레인콤은 디지털콘텐츠가 빠르게 소비자에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인프라와 혁신적인 단말기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벤처는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 블루오션을 창출해야 합니다. 최소한 2∼3년간의 복안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조심스럽게 밝힌 미래 전략의 핵심은 소비자가 다양한 단말기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동통신 중계기처럼 전국에 게이트웨이를 심고, 이 게이트웨이에 최적화된 게임기？MP3P？카AV기기？DMB 등 복합 단말기를 만들어 판매를 증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콜럼버스의 달걀'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해왔던, 완벽한 발상의 전환을 이룬 MP3플레이어를 오늘 선보인다. 하반기에는 이같은 혁신적인 단말기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올 연말이나 내년 1월쯤 내년도 차기 제품 라인업과 미래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요새는 짬이 나면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최근 인수한 얼리어답터 직원들(양사장은 이들을 천재들이라고 불렀다)을 만나 창조성에 대한 토론을 하거나, 판타지 무협소설이나 롤 플레잉 게임(RPG)을 즐긴다"고 했다. 웬만한 온라인게임은 거의 다 해봤고, `네버윈터나이츠'라는 RPG는 캐릭터를 바꿔가며 4번이나 깰 정도로 게임 마니아라고 그는 스스로를 소개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훌쩍 넘고도 5년이라는 세월이 더 흘러 머지않아 환갑을 맞을 나이의 양 사장은 "벤처가 조금 컸다고 전형적인 대형 제조사의 조직 스타일로 넘어가거나 외적 규모만 따지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며 "혁신적인 히트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처럼 완벽하게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없다면 제품으로 글로벌 톱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 레인콤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대기업이 탄생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벤처도 재도약에 실패해 거꾸러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한 첫 모델이 되는 것, 그게 레인콤 CEO로서 해보고 싶은 꿈입니다."
그는 이같은 꿈이 앞으로 2∼3년이면 실현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대표 벤처의 대표이사로서의 이같은 꿈 외에, 개인적으로 현재의 꿈은 퇴직해서 원 없이 쉬어봤으면 하는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신 없이 달려오는 동안 소중한 가족들을 지나치게 소홀히 했고,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벤처의 경우, 처음에는 승부근성과 뚝심 있는 CEO가 필요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면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합니다. 레인콤이 궤도에 오르면 물러날 것입니다. 원래 창업자가 오래 붙어 있으면 그 벤처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지요."
`레인콤이 궤도에 올라 CEO를 그만 두게 되면 무엇을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 아마도 새로운 벤처를 차리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