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명예의 전당` `네트워크론' 대박 신화
부실 예방 `기업 주치의'
"선은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아내와는 7년간 학교에서 사귄 캠퍼스 커플이죠."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9층 접견실에서 만난 강권석 기업은행장(55)은 "준수한 외모로 젊은 시절에 여성들로부터 인기가 많았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의 연애담을 털어놓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만난 강 행장은 부드럽고 깔금한 외모에 소탈한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그러나 업무에 있어서는 탱크처럼 강력한 추진력으로 끝장을 보고 마는 성격이다. 추진력과 함께 치밀함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1987년 미국 유학시절 강 행장은 짧은 방학을 이용, 테네시주 내쉬빌을 출발해 대륙 횡단에 나섰다. 5년이 넘은 중고차 한대와 지도 한 장만 들고 동부에서 서부 끝까지 달리는 대장정에 올랐는데, 약속장소에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는 치밀함을 보여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기업은행장에 취임한 지 1년여 만에 그가 남긴 말들도 적지 않다. `기업주치의론', `우산론', `일기예보론' 등이 대표적인 유행어들이다.
특히 강 행장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은행권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한다. 지난 1일 월례조회에서는 `기은함대'의 전진을 위해 본점 및 지역본부의 임직원 모두가 `기동타격대'라는 각오로 발 빠르게 움직일 것을 주문하며 기업은행을 하나의 함대로 만들기도 했다.
기업의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는 주치의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기업주치의론'이나, 기업에 신뢰할 만한 예보를 전하겠다는 `일기예보론',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음은 물론 아예 비도 비를 맞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서 꽤나 유명한 `우산론'은 모두 강 행장이 직접 만들어 낸 화두들이다.
강 행장의 중소기업에 대한 사랑은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취임 이후 중소기업이 매우 어려운 시절, 강 행장은 우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꼬박 3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내실 있는 중소기업에 우수 인재 채용을 주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강 행장은 지난 1년을 회상하면서 `명예의 전당' 건립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내실 있고 훌륭한 기업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기업을 은행 차원에서 알리고 기를 살려주자는 차원에서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다.
"지금 명예의 전당에 있는 인탑스나 자화전자, 흥진크라운(HJC) 같은 회사는 정말 훌륭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우수인력들이 쳐다보지도 않죠. 그늘에 가려 있을 뿐 90%의 중소기업이 10%의 대기업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강 행장은 이같이 그늘에 가려 있는 중소기업을 알리기 위해, 현재 18개에 불과한 채용 설명 회사 수를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확대, 우수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눈길을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명예의 전당과 함께 `네트워크론' 상품의 대박은 강 행장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 주었다. 강 행장 스스로 네트워크론 상품에 대해 알고 보면 쉬운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유하면서, `기업간 자금결제 수단의 일대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납품 계약서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도록 한 네트워크론 상품은 시장에서 기업은행 거래 고객은 부도가 없다는 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기까지 하다. 현재는 다른 은행들이 네트워크 론 상품을 벤치마킹하면서 생산자 자금을 미리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간 자금 결제 수단을 선진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네트워크론 상품으로 올해 2조원의 대출 약정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강 행장은 2007년까지 `국내 4강 은행'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쉬운 일도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는 게 강 행장의 판단이다. 강 행장은 "현재 선두 은행들을 보면 만만한 상대가 하나도 없다"면서도,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므로, 올해는 이런 토대 위에서 개인 금융 부문을 확충해 선도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은행은 `윈 클래스(WIN CLASS)'라는 PB 고유 브랜드를 만들고 현재 78개인 PB 전문 영업점을 올해 안에 120여 개로 늘리기로 하는 등 본격적으로 개인 금융 시장 비중을 높이고 있다. 강 행장은 시중은행의 대형화와 겸업화 추세에 맞춰 기업은행도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지난 3월 동원금융지주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프랑스계 소시에테 제네랄 자산운용(SGAM)과 50대 50 지분으로 기은SG자산운용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교회 장로인 그는 "행장직은 하느님이 내게 맡겨 주신 일"이라며 열과 성을 다해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무원을 꿈꿨던 강 행장은 재무부 시절 기획관리실 사무관에서부터 이재국(금융정책국), 증권국, 보험국, 금감위 증권선물위원, 금감원 부원장을 거치면서 정통 재무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그럼에도 그에게선 관료 냄새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은행장이나 관료 출신 CEO들이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것과 달리 강 행장은 소탈한 웃음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다.
강 행장은 참다운 금융인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누구든지 어떤 자리에 있든 전문적인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은행의 경영진이나 간부, 그리고 은행장이 앉아만 있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공무원 시절 닦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발품'을 파는 부지런한 은행장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그의 열정적 모습은 은행과 중소기업간의 멋진 `상생의 합창'을 떠오르게 했다.
부실 예방 `기업 주치의'
"선은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아내와는 7년간 학교에서 사귄 캠퍼스 커플이죠."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9층 접견실에서 만난 강권석 기업은행장(55)은 "준수한 외모로 젊은 시절에 여성들로부터 인기가 많았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의 연애담을 털어놓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만난 강 행장은 부드럽고 깔금한 외모에 소탈한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그러나 업무에 있어서는 탱크처럼 강력한 추진력으로 끝장을 보고 마는 성격이다. 추진력과 함께 치밀함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1987년 미국 유학시절 강 행장은 짧은 방학을 이용, 테네시주 내쉬빌을 출발해 대륙 횡단에 나섰다. 5년이 넘은 중고차 한대와 지도 한 장만 들고 동부에서 서부 끝까지 달리는 대장정에 올랐는데, 약속장소에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는 치밀함을 보여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기업은행장에 취임한 지 1년여 만에 그가 남긴 말들도 적지 않다. `기업주치의론', `우산론', `일기예보론' 등이 대표적인 유행어들이다.
특히 강 행장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은행권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한다. 지난 1일 월례조회에서는 `기은함대'의 전진을 위해 본점 및 지역본부의 임직원 모두가 `기동타격대'라는 각오로 발 빠르게 움직일 것을 주문하며 기업은행을 하나의 함대로 만들기도 했다.
기업의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는 주치의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기업주치의론'이나, 기업에 신뢰할 만한 예보를 전하겠다는 `일기예보론',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음은 물론 아예 비도 비를 맞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서 꽤나 유명한 `우산론'은 모두 강 행장이 직접 만들어 낸 화두들이다.
강 행장의 중소기업에 대한 사랑은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취임 이후 중소기업이 매우 어려운 시절, 강 행장은 우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꼬박 3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내실 있는 중소기업에 우수 인재 채용을 주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강 행장은 지난 1년을 회상하면서 `명예의 전당' 건립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내실 있고 훌륭한 기업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기업을 은행 차원에서 알리고 기를 살려주자는 차원에서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다.
"지금 명예의 전당에 있는 인탑스나 자화전자, 흥진크라운(HJC) 같은 회사는 정말 훌륭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우수인력들이 쳐다보지도 않죠. 그늘에 가려 있을 뿐 90%의 중소기업이 10%의 대기업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강 행장은 이같이 그늘에 가려 있는 중소기업을 알리기 위해, 현재 18개에 불과한 채용 설명 회사 수를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확대, 우수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눈길을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명예의 전당과 함께 `네트워크론' 상품의 대박은 강 행장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 주었다. 강 행장 스스로 네트워크론 상품에 대해 알고 보면 쉬운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유하면서, `기업간 자금결제 수단의 일대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납품 계약서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도록 한 네트워크론 상품은 시장에서 기업은행 거래 고객은 부도가 없다는 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기까지 하다. 현재는 다른 은행들이 네트워크 론 상품을 벤치마킹하면서 생산자 자금을 미리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간 자금 결제 수단을 선진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네트워크론 상품으로 올해 2조원의 대출 약정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강 행장은 2007년까지 `국내 4강 은행'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쉬운 일도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는 게 강 행장의 판단이다. 강 행장은 "현재 선두 은행들을 보면 만만한 상대가 하나도 없다"면서도,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므로, 올해는 이런 토대 위에서 개인 금융 부문을 확충해 선도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은행은 `윈 클래스(WIN CLASS)'라는 PB 고유 브랜드를 만들고 현재 78개인 PB 전문 영업점을 올해 안에 120여 개로 늘리기로 하는 등 본격적으로 개인 금융 시장 비중을 높이고 있다. 강 행장은 시중은행의 대형화와 겸업화 추세에 맞춰 기업은행도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지난 3월 동원금융지주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프랑스계 소시에테 제네랄 자산운용(SGAM)과 50대 50 지분으로 기은SG자산운용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교회 장로인 그는 "행장직은 하느님이 내게 맡겨 주신 일"이라며 열과 성을 다해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무원을 꿈꿨던 강 행장은 재무부 시절 기획관리실 사무관에서부터 이재국(금융정책국), 증권국, 보험국, 금감위 증권선물위원, 금감원 부원장을 거치면서 정통 재무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그럼에도 그에게선 관료 냄새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은행장이나 관료 출신 CEO들이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것과 달리 강 행장은 소탈한 웃음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다.
강 행장은 참다운 금융인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누구든지 어떤 자리에 있든 전문적인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은행의 경영진이나 간부, 그리고 은행장이 앉아만 있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공무원 시절 닦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발품'을 파는 부지런한 은행장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그의 열정적 모습은 은행과 중소기업간의 멋진 `상생의 합창'을 떠오르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