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업모델 개발 통신시장 파이 키워야"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칼과 방패로 맞서고 있는 SK텔레콤 커스터머(마케팅)부문장 조신 전무와 KTF 마케팅부문장 표현명 전무가 만났다.
한 쪽(KTF)은 상대편의 가입자를 마구 빼앗아 오고 있고 다른 한 쪽(SK텔레콤)은 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번호이동성 시차제 도입으로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의 1, 2위 업체인 SK텔레콤과 KTF는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번호이동 시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두사람이 있다. 최근의 이동통신 시장을 전쟁이라고 표현한다면 둘은 전쟁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야전 사령관이다. 또한 전술, 전략가이다. 둘 모두 정책ㆍ기획ㆍ마케팅 등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한쪽은 경제학 박사(조신 전무)이고 다른 쪽은 공학박사(표현명 전무)이다. 쉽지 않은 만남이다.
둘에게 C&C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했으니 응해 달라고 하자, 처음에는 모두 완곡하게 거부했다. C&C의 취지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과 바람직한 시장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설명하자 그제서야 움직였다.
조 전무와 표 전무는 모두 "오래 전부터 만났고, 합리적인 분이기 때문에 좋을 얘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번에는 약속시간을 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한쪽의 시간이 허락되면 다른 쪽이 어려웠다. 거의 매일 회의와 현장방문으로 틈이 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6일 강남 모 호텔에서 조찬을 겸해 만날 수 있었다.
"이러다가 정들겠다." "그러게 말야" 둘이 만나자마자 던진 말이다. 이미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듯 하다. 주로 상대방을 박사 호칭으로 부르면서 경어를 사용하지만 사적인 얘기를 할 때는 편하게 말한다. 식사까지 포함해 1시간을 예정했지만 2시간이 소요됐다. 말문이 트이자 서로 깊은 얘기를 나눴다.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공감을 하며 통신 시장의 현황과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때가 때인 만큼 처음에는 총선 결과와 최근 제기되고 있는 통신시장의 M&A에 대해서도 서로의 입장과 견해를 밝혔다. 물론 비보도를 전제로 했지만.
둘이 이 같은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인연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KTF의 표현명 전무가 지난 95년 KT에서 PCS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당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근무하던 조신 전무를 찾아간 것이 두사람간의 첫 번째 만남이다. 2000년에는 SK텔레콤과 KTF에서 각각 정책협력을 담당했다. 서로 싫은 소리도 많이 했지만 통신시장에 대해 상당히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표 전무가 지난해 기획조정실장에서 마케팅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둘은 세 번째 인연을 맺게 됐다. 이쯤이면 상대방의 수를 서로 잘 읽을 만도 하다.
우선 통신시장의 포화와 이에 대한 극복방안에 대해 물었다.
"유무선 모두 가입자 포화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이를 위해서는 21세기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명확하게 읽어야 한다. 디지털노마드(Digital Nomad)라는 말이 있다.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언제, 어디서든지 떠도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노마드가 활동하기에는 최적 조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트렌드를 먼저 읽고 고객맞춤의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통신시장의 파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표 전무)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이동전화 음성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번호이동성 도입에 따른 업체간 치열한 경쟁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코어 비즈니스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컨버전스와 유비쿼터스 환경하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 기존과 신규 사업간 연계를 통해 상호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은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휴대 인터넷, 모바일 금융, 홈네트워크 등으로 그 범위를 더욱 확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조 전무)
둘이 느끼는 위기의식과 타개책이 비슷하다. 유, 무선 가릴 것 없이 업체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유무선 통합에 대한 실체와 과정이 어떤 것이냐 묻자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합의점을 이끈다.
조 전무는 "공학박사인 표 전무가 더 잘 알 것 같다"며 "핵심은 가입자 선로를 어떻게 무선화하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한다.
"무선은 이미 브로드밴드와 모빌리티를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브로드밴드의 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서비스 번들링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규제이슈이다"
표 전무는 이에 대해 본격적인 유무선통합은 상호 협력과 제휴를 통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ISDN, IMT―2000서비스에 대한 논의 때에도 유무선통합 서비스가 거론됐다. 네크워크 통합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지금은 서비스업체가 유, 무선 나뉘어져 있다는 데에 있다. 상호 협력, 제휴를 통해 유무선 통합이 나타날 것이다."
유무선통합서비스가 거론되자 휴대인터넷에 대한 각자의 견해도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활자화하면 곤란하다는 입장이지만 요지는 무선의 보완재냐 초고속인터넷의 확장개념이냐는 차이다. 공감하는 부분은 사업권을 누구에게 줄 것이냐가 아니라 정책과 산업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번호이동성과 유효경쟁에 대해 묻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열띤 토론이 시작된다. 번호이동 부분에서 20∼3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조 전무가 먼저 말을 꺼낸다.
"서비스 질의 향상과 소비자 혜택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차제가 적용되면서 비합리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시차제는 후발에게 6개월, 1년 단위로 특수한 윈도우를 연 것이다. 윈도우가 1년만 열린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비합리적인 일이 벌어졌다. 후발업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합리성보다는 1년의 윈도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간 협력은 더욱 더 어려워진 것이 아쉽다. 향후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갉아먹은 것이다. 번호이동이 잠자는 고객을 깨웠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만큼 비용도 많이 들었다. 수요와 공급곡선이 만나 효율적으로 자원이 배분되는 상황에서, 시차제 번호이동이 인위적으로 공급곡선을 오른 쪽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소비량(가입자 수)을 늘린 것이다. 낭비요소가 있다."
표 전무의 생각은 다르다.
"통신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이동통신은 시작이 동일하지 않았다. 시차제 도입은 이를 고려한 것이다. 유럽은 900㎒와 1.8㎓ 주파수 대역을 서비스업체들이 다 쓴다. 단말기 는 듀얼밴드이고 월드폰은 디폴트로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의 단말기에 대한 진입장벽은 다른 어떤 곳보다 높다. 이를 감안한 것이 시차제이다. 번호이동성이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번호선택의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소비자 주권 회복의 원년이다. 서비스업체들인 본원적 마케팅 경쟁을 시작했다. 번호이동성은 소비자 주권 회복과 본원적 마케팅의 시대를 연 것이다."
유효경쟁체제를 바라보는 입장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조 전무가 유효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이유는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유효경쟁을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하느냐는 따져봐야 한다. 목표를 위해 어떠한 수단을 사용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우려된다. SK텔레콤 점유율이 50%이하로 낮아질 때까지 유효경쟁 체제를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은 결과만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유효경쟁은 과정의 규제이다. 관리된 경쟁은 맞지 않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필요로 한다"
"50% 이하의 점유율이 거론되는 것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합병 이슈 때문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분명히 잘못된 의사결정이었다. 당시 많은 기관에서 합병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것이 현실화하고 있다. 규제기관이 이를 감안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경쟁을 통해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자유경쟁을 위한 여건조성이 필요한 것이다. 정책은 산업발전과 소비자 이익 증대의 측면에서 수립돼야 한다."
인터뷰 말미에 협력방안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과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바일 커머스 지불인프라에 대해 3사가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모바일 뱅킹, 위성DMB, 해외사업에서 협력할 것이 너무나 많다"
조 전무와 표 전무가 고민하는 것은 동일하다. 과거와 미래를 보는 시각도 같은 선상에 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는 일부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서로의 상황에 공감한다. 둘이 굳게 맞잡은 손에서 경쟁을 통해 꽃피는 통신시장이 기대된다.
김홍식기자
◇ 표현명이 본 조신은
조신 전무를 처음 만난 것은 1995년이다. KT에서 PCS사업권을 준비하던 시절에 KISDI에 근무하던 조신 박사를 찾아갔다. 통신시장 경쟁정책 수립에 대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조신 박사를 만나 엔지니어로서 통신기술의 발전추세 등을 설명하며, 바람직한 통신시장 구도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남는다. 2000년초 KT에서 KTF로 직장을 옮기고 정책협력분야 임원을 맡게 됐다. 조 박사도 당시 KISDI에서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정책협력업무를 맡고 있었다. 나이도 비슷하고 상당히 논리적이며 그리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조신 박사에 대해 호감을 가졌다. 경쟁사에 근무하고는 있는 입장에서 때로는 치열한 논리싸움으로 공격을 하기도 하고, 같은 처지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등 서로를 격려하는 관계가 지속됐다. 앞으로도 통신사업 공동현안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구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 조신이 본 표현명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칼과 방패로 맞서고 있는 SK텔레콤 커스터머(마케팅)부문장 조신 전무와 KTF 마케팅부문장 표현명 전무가 만났다.
한 쪽(KTF)은 상대편의 가입자를 마구 빼앗아 오고 있고 다른 한 쪽(SK텔레콤)은 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번호이동성 시차제 도입으로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의 1, 2위 업체인 SK텔레콤과 KTF는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번호이동 시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두사람이 있다. 최근의 이동통신 시장을 전쟁이라고 표현한다면 둘은 전쟁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야전 사령관이다. 또한 전술, 전략가이다. 둘 모두 정책ㆍ기획ㆍ마케팅 등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한쪽은 경제학 박사(조신 전무)이고 다른 쪽은 공학박사(표현명 전무)이다. 쉽지 않은 만남이다.
둘에게 C&C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했으니 응해 달라고 하자, 처음에는 모두 완곡하게 거부했다. C&C의 취지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과 바람직한 시장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설명하자 그제서야 움직였다.
조 전무와 표 전무는 모두 "오래 전부터 만났고, 합리적인 분이기 때문에 좋을 얘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번에는 약속시간을 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한쪽의 시간이 허락되면 다른 쪽이 어려웠다. 거의 매일 회의와 현장방문으로 틈이 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6일 강남 모 호텔에서 조찬을 겸해 만날 수 있었다.
"이러다가 정들겠다." "그러게 말야" 둘이 만나자마자 던진 말이다. 이미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듯 하다. 주로 상대방을 박사 호칭으로 부르면서 경어를 사용하지만 사적인 얘기를 할 때는 편하게 말한다. 식사까지 포함해 1시간을 예정했지만 2시간이 소요됐다. 말문이 트이자 서로 깊은 얘기를 나눴다.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공감을 하며 통신 시장의 현황과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때가 때인 만큼 처음에는 총선 결과와 최근 제기되고 있는 통신시장의 M&A에 대해서도 서로의 입장과 견해를 밝혔다. 물론 비보도를 전제로 했지만.
둘이 이 같은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인연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KTF의 표현명 전무가 지난 95년 KT에서 PCS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당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근무하던 조신 전무를 찾아간 것이 두사람간의 첫 번째 만남이다. 2000년에는 SK텔레콤과 KTF에서 각각 정책협력을 담당했다. 서로 싫은 소리도 많이 했지만 통신시장에 대해 상당히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표 전무가 지난해 기획조정실장에서 마케팅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둘은 세 번째 인연을 맺게 됐다. 이쯤이면 상대방의 수를 서로 잘 읽을 만도 하다.
우선 통신시장의 포화와 이에 대한 극복방안에 대해 물었다.
"유무선 모두 가입자 포화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이를 위해서는 21세기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명확하게 읽어야 한다. 디지털노마드(Digital Nomad)라는 말이 있다.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언제, 어디서든지 떠도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노마드가 활동하기에는 최적 조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트렌드를 먼저 읽고 고객맞춤의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통신시장의 파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표 전무)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이동전화 음성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번호이동성 도입에 따른 업체간 치열한 경쟁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코어 비즈니스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컨버전스와 유비쿼터스 환경하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 기존과 신규 사업간 연계를 통해 상호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은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휴대 인터넷, 모바일 금융, 홈네트워크 등으로 그 범위를 더욱 확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조 전무)
둘이 느끼는 위기의식과 타개책이 비슷하다. 유, 무선 가릴 것 없이 업체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유무선 통합에 대한 실체와 과정이 어떤 것이냐 묻자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합의점을 이끈다.
조 전무는 "공학박사인 표 전무가 더 잘 알 것 같다"며 "핵심은 가입자 선로를 어떻게 무선화하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한다.
"무선은 이미 브로드밴드와 모빌리티를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브로드밴드의 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서비스 번들링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규제이슈이다"
표 전무는 이에 대해 본격적인 유무선통합은 상호 협력과 제휴를 통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ISDN, IMT―2000서비스에 대한 논의 때에도 유무선통합 서비스가 거론됐다. 네크워크 통합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지금은 서비스업체가 유, 무선 나뉘어져 있다는 데에 있다. 상호 협력, 제휴를 통해 유무선 통합이 나타날 것이다."
유무선통합서비스가 거론되자 휴대인터넷에 대한 각자의 견해도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활자화하면 곤란하다는 입장이지만 요지는 무선의 보완재냐 초고속인터넷의 확장개념이냐는 차이다. 공감하는 부분은 사업권을 누구에게 줄 것이냐가 아니라 정책과 산업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번호이동성과 유효경쟁에 대해 묻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열띤 토론이 시작된다. 번호이동 부분에서 20∼3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조 전무가 먼저 말을 꺼낸다.
"서비스 질의 향상과 소비자 혜택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차제가 적용되면서 비합리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시차제는 후발에게 6개월, 1년 단위로 특수한 윈도우를 연 것이다. 윈도우가 1년만 열린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비합리적인 일이 벌어졌다. 후발업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합리성보다는 1년의 윈도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간 협력은 더욱 더 어려워진 것이 아쉽다. 향후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갉아먹은 것이다. 번호이동이 잠자는 고객을 깨웠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만큼 비용도 많이 들었다. 수요와 공급곡선이 만나 효율적으로 자원이 배분되는 상황에서, 시차제 번호이동이 인위적으로 공급곡선을 오른 쪽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소비량(가입자 수)을 늘린 것이다. 낭비요소가 있다."
표 전무의 생각은 다르다.
"통신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이동통신은 시작이 동일하지 않았다. 시차제 도입은 이를 고려한 것이다. 유럽은 900㎒와 1.8㎓ 주파수 대역을 서비스업체들이 다 쓴다. 단말기 는 듀얼밴드이고 월드폰은 디폴트로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의 단말기에 대한 진입장벽은 다른 어떤 곳보다 높다. 이를 감안한 것이 시차제이다. 번호이동성이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번호선택의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소비자 주권 회복의 원년이다. 서비스업체들인 본원적 마케팅 경쟁을 시작했다. 번호이동성은 소비자 주권 회복과 본원적 마케팅의 시대를 연 것이다."
유효경쟁체제를 바라보는 입장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조 전무가 유효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이유는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유효경쟁을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하느냐는 따져봐야 한다. 목표를 위해 어떠한 수단을 사용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우려된다. SK텔레콤 점유율이 50%이하로 낮아질 때까지 유효경쟁 체제를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은 결과만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유효경쟁은 과정의 규제이다. 관리된 경쟁은 맞지 않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필요로 한다"
"50% 이하의 점유율이 거론되는 것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합병 이슈 때문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분명히 잘못된 의사결정이었다. 당시 많은 기관에서 합병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것이 현실화하고 있다. 규제기관이 이를 감안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경쟁을 통해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자유경쟁을 위한 여건조성이 필요한 것이다. 정책은 산업발전과 소비자 이익 증대의 측면에서 수립돼야 한다."
인터뷰 말미에 협력방안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과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바일 커머스 지불인프라에 대해 3사가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모바일 뱅킹, 위성DMB, 해외사업에서 협력할 것이 너무나 많다"
조 전무와 표 전무가 고민하는 것은 동일하다. 과거와 미래를 보는 시각도 같은 선상에 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는 일부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서로의 상황에 공감한다. 둘이 굳게 맞잡은 손에서 경쟁을 통해 꽃피는 통신시장이 기대된다.
김홍식기자
◇ 표현명이 본 조신은
조신 전무를 처음 만난 것은 1995년이다. KT에서 PCS사업권을 준비하던 시절에 KISDI에 근무하던 조신 박사를 찾아갔다. 통신시장 경쟁정책 수립에 대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조신 박사를 만나 엔지니어로서 통신기술의 발전추세 등을 설명하며, 바람직한 통신시장 구도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남는다. 2000년초 KT에서 KTF로 직장을 옮기고 정책협력분야 임원을 맡게 됐다. 조 박사도 당시 KISDI에서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정책협력업무를 맡고 있었다. 나이도 비슷하고 상당히 논리적이며 그리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조신 박사에 대해 호감을 가졌다. 경쟁사에 근무하고는 있는 입장에서 때로는 치열한 논리싸움으로 공격을 하기도 하고, 같은 처지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등 서로를 격려하는 관계가 지속됐다. 앞으로도 통신사업 공동현안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구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 조신이 본 표현명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