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근 일진소재산업 사장(53)은 이공계 출신의 가장 모범적인 성공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CEO다.
그가 이끄는 일진소재산업은 지난 87년 국내 처음으로 인쇄회로기판(PCB)용 전해동박을 국산화한 이래 성장을 거듭, 현재 국내시장 1위는 물론 세계 3대 메이커라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제품개발에서 생산을 주도하며 지금의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김 사장의 동박 기술에 대한 열정과 끈질긴 집착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진그룹의 `씽크탱크'〓김 사장은 일진그룹 내에서도 최고의 `CTO(최고기술책임자)'로 통한다. 그가 연구개발을 주도한 화섬용 알루미늄 합금보빈, PCB용 전해동박 등이 모두 세계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일진의 대표적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일진그룹과 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7년 가을. 때마침 일진그룹에서 PCB용 전해동박 개발을 서울대에 의뢰했고,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 사장이 이에 대한 기초실험 프로젝트에 동참했던 것.
김 사장은 이를 계기로 일진그룹에 입사해 지난 1982년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화섬용 실패인 `알루미늄 합금 보빈(Bobbin)'을 국산화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김 사장이 개발한 알루미늄 합금 보빈은 단숨에 국내 시장 석권은 물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며 일진경금속을 유망 수출기업 반열에 끌어올린 효자상품이다.
이후 1980년대 국내 전자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일진그룹은 1985년 인쇄회로기판(PCB)용 전해동박 국산화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전권을 김 사장에게 위임했다.
전해동박이란 두께 0.1㎜ 이하의 얇은 구리판으로,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PCB 회로를 구성하는 핵심소재다. 외관상으론 단순한 얇은 구리판으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이를 상용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발국인 미국에서도 생산만은 포기했을 정도로 생산공정 기술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 전해동박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품(Black Art)', `도자기 굽는 예술'로 비유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 때문에 대학 시절 전해동박을 연구했던 그였지만, 갖가지 시행착오만 되풀이되면서 뼈아픈 시련을 겪었다. "기술도입 문제로 일본도 수 차례 오갔지만, 경쟁업체의 노골적인 견제로 기술 제휴는커녕 설비업체들에게조차 문전박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전해동박 사업은 철저히 공급자 위주의 `황금알' 사업이었으니까요."
이같은 척박한 기술 환경에 결국 김 사장은 `맨땅에 헤딩하기'식으로 연구진들과 함께 밤잠을 설쳐가며 만 4년 동안 자체 개발에 주력한 결과, 지난 1987년 마침내 국내 처음으로 PCB용 전해 동박 제조기술을 상용화했다.
당시 일진소재산업이 전해동박을 개발하자 그 동안 거의 독점으로 물량을 공급하던 일본 업체들은 공급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고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등 일진을 압박해왔으나, 오히려 이같은 경쟁구도가 일진소재산업을 더욱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했다.
그러나 그의 도전과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통신ㆍ네트워크 등 첨단가전이 등장하면서 1995년부터 양ㆍ단면 PCB용 동박에서 다층회로기판(MLB)용 UCF 동박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갔다. 이러한 시장변화에 발맞추어 일진소재산업도 익산3공장을 증설해 전용라인을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양산체계를 갖추었으나, 품질안정화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공장은 이미 완공됐지만, 품질안정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거의 매일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었죠. 무엇보다 나 하나만을 믿고 투자해온 경영진과 부하직원들에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당시 근무했던 익산공장의 근방 성당에 찾아가 펑펑 울기도 했죠."
이같은 시련과 시행착오를 거쳐 일진소재산업은 지난 97년 다층회로기판용 UCF 동박을 본격 양산하게 된다. 이같은 김 사장의 기술개발에 대한 집념 덕에 일진소재산업이 PCB용 전해동박은 일본 경쟁업체들의 만만치 않은 견제에도 불구하고 2000년 기준 국내 시장 70%, 세계시장 15%를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다. 일진소재산업의 이같은 전해동박 국산화는 나아가 국내 전자업계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R&D는 끝나지 않았다〓김 사장이 최근 열정을 갖고 진행하는 사업은 2차전지용 동박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특수동박이다. 지난해 10㎛의 두께에 인장강도 28kgf/㎟ 급의 리튬이온전지용 전해동박을 개발한 지 채 1년도 안 돼, 삼성SDIㆍSKC 등 국내 주요 2차전지 업체는 물론 2차전지 선도국인 일본에도 직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리튬이온전지를 비롯한 특수 동박은 일반 동박보다 개발 및 생산이 어려운 고부가 품목이지만, 자체 품질은 물론 양산수율 면에서도 일본업체를 이미 앞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001년 추가로 설립한 충남 조치원 특수 동박 전문공장은 가동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대표이사로 승진하기까지 줄곧 연구소를 지켜왔던 김 사장에게도 CEO로서의 바람이 있다. 이공계 출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 이같은 김 사장의 생각은 회사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에 그대로 녹아있다. 4∼5년간 현장근무를 거친 엔지니어들 중 심도 있는 공부를 원하는 직원들에겐 대학원 진학 등을 통해 연구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래야 정작 산업현장에서 절실한 기술 부문을 연구？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회사가 전공분야론 생소한 `전해동박'을 전공한 박사출신 엔지니어를 5명이나 배출한 것도 이같은 김 사장의 열정 덕분이다.
"현실에 안주하지말고 벤처정신에 입각해 끊임없이 기술 연구에 매진하는 것만이 기업으로서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믿음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엔지니어 출신 김윤근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그가 이끄는 일진소재산업은 지난 87년 국내 처음으로 인쇄회로기판(PCB)용 전해동박을 국산화한 이래 성장을 거듭, 현재 국내시장 1위는 물론 세계 3대 메이커라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제품개발에서 생산을 주도하며 지금의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김 사장의 동박 기술에 대한 열정과 끈질긴 집착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진그룹의 `씽크탱크'〓김 사장은 일진그룹 내에서도 최고의 `CTO(최고기술책임자)'로 통한다. 그가 연구개발을 주도한 화섬용 알루미늄 합금보빈, PCB용 전해동박 등이 모두 세계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일진의 대표적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일진그룹과 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7년 가을. 때마침 일진그룹에서 PCB용 전해동박 개발을 서울대에 의뢰했고,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 사장이 이에 대한 기초실험 프로젝트에 동참했던 것.
김 사장은 이를 계기로 일진그룹에 입사해 지난 1982년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화섬용 실패인 `알루미늄 합금 보빈(Bobbin)'을 국산화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김 사장이 개발한 알루미늄 합금 보빈은 단숨에 국내 시장 석권은 물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며 일진경금속을 유망 수출기업 반열에 끌어올린 효자상품이다.
이후 1980년대 국내 전자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일진그룹은 1985년 인쇄회로기판(PCB)용 전해동박 국산화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전권을 김 사장에게 위임했다.
전해동박이란 두께 0.1㎜ 이하의 얇은 구리판으로, 모든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PCB 회로를 구성하는 핵심소재다. 외관상으론 단순한 얇은 구리판으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이를 상용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발국인 미국에서도 생산만은 포기했을 정도로 생산공정 기술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 전해동박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품(Black Art)', `도자기 굽는 예술'로 비유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 때문에 대학 시절 전해동박을 연구했던 그였지만, 갖가지 시행착오만 되풀이되면서 뼈아픈 시련을 겪었다. "기술도입 문제로 일본도 수 차례 오갔지만, 경쟁업체의 노골적인 견제로 기술 제휴는커녕 설비업체들에게조차 문전박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전해동박 사업은 철저히 공급자 위주의 `황금알' 사업이었으니까요."
이같은 척박한 기술 환경에 결국 김 사장은 `맨땅에 헤딩하기'식으로 연구진들과 함께 밤잠을 설쳐가며 만 4년 동안 자체 개발에 주력한 결과, 지난 1987년 마침내 국내 처음으로 PCB용 전해 동박 제조기술을 상용화했다.
당시 일진소재산업이 전해동박을 개발하자 그 동안 거의 독점으로 물량을 공급하던 일본 업체들은 공급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고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등 일진을 압박해왔으나, 오히려 이같은 경쟁구도가 일진소재산업을 더욱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했다.
그러나 그의 도전과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통신ㆍ네트워크 등 첨단가전이 등장하면서 1995년부터 양ㆍ단면 PCB용 동박에서 다층회로기판(MLB)용 UCF 동박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갔다. 이러한 시장변화에 발맞추어 일진소재산업도 익산3공장을 증설해 전용라인을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양산체계를 갖추었으나, 품질안정화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공장은 이미 완공됐지만, 품질안정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거의 매일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었죠. 무엇보다 나 하나만을 믿고 투자해온 경영진과 부하직원들에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당시 근무했던 익산공장의 근방 성당에 찾아가 펑펑 울기도 했죠."
이같은 시련과 시행착오를 거쳐 일진소재산업은 지난 97년 다층회로기판용 UCF 동박을 본격 양산하게 된다. 이같은 김 사장의 기술개발에 대한 집념 덕에 일진소재산업이 PCB용 전해동박은 일본 경쟁업체들의 만만치 않은 견제에도 불구하고 2000년 기준 국내 시장 70%, 세계시장 15%를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다. 일진소재산업의 이같은 전해동박 국산화는 나아가 국내 전자업계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R&D는 끝나지 않았다〓김 사장이 최근 열정을 갖고 진행하는 사업은 2차전지용 동박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특수동박이다. 지난해 10㎛의 두께에 인장강도 28kgf/㎟ 급의 리튬이온전지용 전해동박을 개발한 지 채 1년도 안 돼, 삼성SDIㆍSKC 등 국내 주요 2차전지 업체는 물론 2차전지 선도국인 일본에도 직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리튬이온전지를 비롯한 특수 동박은 일반 동박보다 개발 및 생산이 어려운 고부가 품목이지만, 자체 품질은 물론 양산수율 면에서도 일본업체를 이미 앞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001년 추가로 설립한 충남 조치원 특수 동박 전문공장은 가동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대표이사로 승진하기까지 줄곧 연구소를 지켜왔던 김 사장에게도 CEO로서의 바람이 있다. 이공계 출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 이같은 김 사장의 생각은 회사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에 그대로 녹아있다. 4∼5년간 현장근무를 거친 엔지니어들 중 심도 있는 공부를 원하는 직원들에겐 대학원 진학 등을 통해 연구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래야 정작 산업현장에서 절실한 기술 부문을 연구？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회사가 전공분야론 생소한 `전해동박'을 전공한 박사출신 엔지니어를 5명이나 배출한 것도 이같은 김 사장의 열정 덕분이다.
"현실에 안주하지말고 벤처정신에 입각해 끊임없이 기술 연구에 매진하는 것만이 기업으로서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믿음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엔지니어 출신 김윤근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