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유발 과학교육-정부 지속적 지원 필요"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청소년이 과학을 골치아픈 과목으로 여기고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공계 진학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의 한 고등학교의 경우 한반의 30명 중 단 3명만이 이과를 선택할 정도로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학기술자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노벨상 수상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고 과학기술자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해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뿐 아니라 한 기업의 평범한 연구원이 노벨화학상을 수상해 축제분위기에 휩싸이는 등 우리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청소년이 과학을 신바람나게 공부하고, 또 연구자의 능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노벨상에 도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펨토화학의 권위자로 9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이집트계 미국인 아흐메드 즈웰 박사는 이같은 문제의 해결책을 한마디로 제시했다.
"Listen that your heart is telling".
진정 원하는 일을 하다 보면 신바람도 나고 노벨상도 받게 된다는 것. 단순하면서 명쾌한 진리를 제시한 즈웰 박사는 "한국의 빠른 발전속도가 경이로울 정도"라고 놀라움을 표시하며 "이같은 배경에는 과학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기술의 퓨전시대라고 한다. 나노ㆍ바이오도 한 예가 될 것 같다. 즈웰 박사도 화학자이지만 최근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같은 학제간 융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과학의 경계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과학은 학문간 장벽이 매우 높았다. 화학ㆍ물리학ㆍ생물학ㆍ의학 등이 각각 따로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학문간 융합이 필요해졌다. 일례로 생명과학을 보자. 생명과학은 유전학ㆍ바이오공학ㆍ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결국 생명공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이들간 분야의 결합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와이드스케일과 나노스케일이 동시에 존재한다. 넓은 범위의 학제간 통합연구가 이뤄지는 동시에 미세한 틈새분야를 깊숙이 파고드는 연구도 병행되고 있는 것이다."
―펨토초분광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펨토화학은 생물학ㆍ의학ㆍ재료공학 등 다방면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이를 좀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1펨토초는 10의 마이너스 15승에 해당하는 찰나다. 1펨토초를 1초에 대응시키면 1초는 3200만년의 길고 긴 지질학적인 연대가 된다. 펨토초는, 즉 시간을 미분한 것이다. 더 쉽게 설명하면 지금 우리는 모든 사물의 시작과 결과만을 볼 뿐이다. 펨토화학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슬로비디오처럼 찍어 화학반응이 이뤄지는 중간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화학반응의 중간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생성물들은 인간복지 향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실험의 중간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생물학이나 의학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펨토화학은 나노기술의 모태가 된다."
―한국의 펨토화학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아쉽게도 한국은 이 분야를 연구하는 기관이 몇개에 불과한,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이 분야에 상당히 관심이 높다. 특히 일본은 5년간 2억5000만달러를 펨토화학에 쏟아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에서 나와 같이 연구하고 있는 한국인 학생이 7명 가량 있다. 이들은 대개 박사과정에 있거나 박사후과정(PostDoc) 학생이다. 이들이 모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에도 펨토화학 분야의 연구자가 늘어날 것이다. 또 인하대학교와 KAIST에도 제자가 있어 앞으로 연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은 경제뿐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강국이다. 미국의 과학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젊은이는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동경한다. 기회를 찾아서 사람이 모이고 그런 이유로 미국이 발전했다. 나 역시 이집트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국가는 인습이나 관료주의의 뿌리가 깊다. 상대적으로 미국은 젊은 과학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또 그런 토양이 제공된다. 이같은 가능성을 보고 젊은이들이 모이는 것 같다."
―한국은 요즘 이공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청소년이 이공계 진학을 꺼리고 있으며 과학기술 계통 연구소의 분위기도 침체돼 있다.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조언을 한다면.
"한국에 와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우선 한국이 성장한 데는 교육이 바탕이 되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양질의 교육 덕택에 첨단기술이 필요한 반도체ㆍ전자공학 등이 짧은 시간에 발전했다. 위기를 빠져나가기 위한 방법으로는 세가지가 있다.
먼저 과학교육을 중시해야 한다. 학생이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다양한 소재를 이끌어내고 가르치는 테크닉을 개발하는 등 학교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두번째는 과학자 자신에게 있다. 과학자는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사람들에게 과학이 얼마나 중요하고 국가발전에 핵심역할을 하는지를 주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리더십이다. 한국의 미래에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내총생산(GDP)의 상당부분을 연구개발비로 쏟아넣어야 한다. 이 세가지만 지킨다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부산대에 설립된 아시아나노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이 센터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우선 훌륭한 연구자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근사한 빌딩과 차가 있어도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다행히 한국에는 훌륭한 젊은 연구자가 많다. 둘째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뿐 아니라 계속해서 정부와 기업이 관심을 기울이고 인프라 구축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는 부산대와 아시아나노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내가 있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과의 인적교류나 커리큘럼 교류 등을 통해 도움을 줄 계획이다."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청소년이 과학을 골치아픈 과목으로 여기고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공계 진학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의 한 고등학교의 경우 한반의 30명 중 단 3명만이 이과를 선택할 정도로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학기술자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노벨상 수상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고 과학기술자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해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뿐 아니라 한 기업의 평범한 연구원이 노벨화학상을 수상해 축제분위기에 휩싸이는 등 우리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청소년이 과학을 신바람나게 공부하고, 또 연구자의 능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노벨상에 도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펨토화학의 권위자로 9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이집트계 미국인 아흐메드 즈웰 박사는 이같은 문제의 해결책을 한마디로 제시했다.
"Listen that your heart is telling".
진정 원하는 일을 하다 보면 신바람도 나고 노벨상도 받게 된다는 것. 단순하면서 명쾌한 진리를 제시한 즈웰 박사는 "한국의 빠른 발전속도가 경이로울 정도"라고 놀라움을 표시하며 "이같은 배경에는 과학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기술의 퓨전시대라고 한다. 나노ㆍ바이오도 한 예가 될 것 같다. 즈웰 박사도 화학자이지만 최근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같은 학제간 융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과학의 경계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과학은 학문간 장벽이 매우 높았다. 화학ㆍ물리학ㆍ생물학ㆍ의학 등이 각각 따로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학문간 융합이 필요해졌다. 일례로 생명과학을 보자. 생명과학은 유전학ㆍ바이오공학ㆍ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결국 생명공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이들간 분야의 결합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와이드스케일과 나노스케일이 동시에 존재한다. 넓은 범위의 학제간 통합연구가 이뤄지는 동시에 미세한 틈새분야를 깊숙이 파고드는 연구도 병행되고 있는 것이다."
―펨토초분광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펨토화학은 생물학ㆍ의학ㆍ재료공학 등 다방면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이를 좀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1펨토초는 10의 마이너스 15승에 해당하는 찰나다. 1펨토초를 1초에 대응시키면 1초는 3200만년의 길고 긴 지질학적인 연대가 된다. 펨토초는, 즉 시간을 미분한 것이다. 더 쉽게 설명하면 지금 우리는 모든 사물의 시작과 결과만을 볼 뿐이다. 펨토화학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슬로비디오처럼 찍어 화학반응이 이뤄지는 중간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화학반응의 중간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생성물들은 인간복지 향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실험의 중간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생물학이나 의학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펨토화학은 나노기술의 모태가 된다."
―한국의 펨토화학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아쉽게도 한국은 이 분야를 연구하는 기관이 몇개에 불과한,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이 분야에 상당히 관심이 높다. 특히 일본은 5년간 2억5000만달러를 펨토화학에 쏟아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에서 나와 같이 연구하고 있는 한국인 학생이 7명 가량 있다. 이들은 대개 박사과정에 있거나 박사후과정(PostDoc) 학생이다. 이들이 모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에도 펨토화학 분야의 연구자가 늘어날 것이다. 또 인하대학교와 KAIST에도 제자가 있어 앞으로 연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은 경제뿐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강국이다. 미국의 과학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젊은이는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동경한다. 기회를 찾아서 사람이 모이고 그런 이유로 미국이 발전했다. 나 역시 이집트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국가는 인습이나 관료주의의 뿌리가 깊다. 상대적으로 미국은 젊은 과학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또 그런 토양이 제공된다. 이같은 가능성을 보고 젊은이들이 모이는 것 같다."
―한국은 요즘 이공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청소년이 이공계 진학을 꺼리고 있으며 과학기술 계통 연구소의 분위기도 침체돼 있다.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조언을 한다면.
"한국에 와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우선 한국이 성장한 데는 교육이 바탕이 되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양질의 교육 덕택에 첨단기술이 필요한 반도체ㆍ전자공학 등이 짧은 시간에 발전했다. 위기를 빠져나가기 위한 방법으로는 세가지가 있다.
먼저 과학교육을 중시해야 한다. 학생이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다양한 소재를 이끌어내고 가르치는 테크닉을 개발하는 등 학교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두번째는 과학자 자신에게 있다. 과학자는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사람들에게 과학이 얼마나 중요하고 국가발전에 핵심역할을 하는지를 주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리더십이다. 한국의 미래에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내총생산(GDP)의 상당부분을 연구개발비로 쏟아넣어야 한다. 이 세가지만 지킨다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부산대에 설립된 아시아나노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이 센터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우선 훌륭한 연구자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근사한 빌딩과 차가 있어도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다행히 한국에는 훌륭한 젊은 연구자가 많다. 둘째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뿐 아니라 계속해서 정부와 기업이 관심을 기울이고 인프라 구축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는 부산대와 아시아나노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내가 있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과의 인적교류나 커리큘럼 교류 등을 통해 도움을 줄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