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겪어보니 국내 금융권의 문화는 일반 사기업들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은행원들이 자기 직분에 대한 긍지가 대단했던 만큼, IMF 구제금융 이후 불어닥쳤던 구조조정과 이합집산의 아픔도 클 수 있었다고 봅니다. 제가 지주회사 운영과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신경쓰는 부분도 바로 모든 구성원들의 정서와 이해를 살피는 것입니다.”
지난 4월 초 우리금융그룹의 CIO로 전격 영업된 표삼수 전무(사진)가 취임 100일에 즈음해 털어놓은 얘기다. 지난해까지 현대정보기술의 CEO를 맡았던 국내 IT업계의 ‘거물’이지만, 지주회사 CIO 취임후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했고, 이제야 방향타를 잡았음을 그는 허심탄회하게 피력했다.
표 전무는 “지난 100일 동안 새삼스럽게 ‘인내’라는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복잡한 정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적지않았다는 말이다. 사기업에서는 CEO가 강력한 의지로 밀어부치면 웬만한 일은 그대로 추진됐지만, 여기서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
“가까이는 그룹 산하의 계열 금융기관들의 입장을 살펴야하고, 멀리는 정부의 입장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원만한 의사도출을 위해서는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양보해야 하고, 또 사안이 무르익을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한다는 금융권 특유의 문화를 어느덧 체득하게 됐습니다.”
표 전무는 “이제야 감이 좀 잡혔다”면서 “지금까지 금융기관이 공공서비스기관으로 인식돼왔지만 지금은 수익을 내야하는 ‘금융회사’라는 인식이 더욱 강조되고 있고, 이같은 ‘큰 기류’에 따라 금융IT투자의 방향도 재정립돼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현안으로 우리금융그룹 산하 금융계열사의 IT부문을 묶는 ‘통합IT자회사’ 문제와 관련, “우리금융그룹의 기능개편 일정이 잡혀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회사의 출범이 일정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년 3월 우리금융그룹의 기능개편안이 확정되고, 곧바로 내년 6월부터 기능개편에 따른 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이를 IT부문에서 원활하게 지원해주지 못하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표 전무는 이어 “기존 한빛 평화 경남 광주은행을 묶는 ‘은행시스템’은 내년 3월 기능개편안 이전까지 반드시 통합할 계획이며, 또 별도 회사로 분리되는 신용카드, 자산운용사등 ‘비은행시스템’은 올 하반기에 큰 폭으로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3월까지 IT통합작업을 마쳐야하는 만큼 일정이 다소 빡빡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은 단계”라고 덧붙였다.
경남· 광주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IT통합작업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는 IT통합을 하면 대형은행에게 흡수통폐합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면서, “하지만 기능재편이 되는 것과 IT부문을 통합 운영하는 것은 사실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IBM이, 노르웨이에서는 ‘노르빅’이라는 IT센터를 통해 현지의 약 50개 은행이 법인격을 유지하면서 IT아웃소싱을 받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는 설명이다.
표 전무는 톱합IT자회사 출범논의로 인해 우리금융그룹의 계열 금융기관들의 IT투자가 중단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통합IT자회사의 출범 이후 투자가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금 IT투자를 해도 결과적으로 중복투자가 아닌 부문과, 중복투자라도 고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는 현재 IT투자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빛은행의 리스크관리시스템이나 네트워크 장비도입 등에 대한 투자는 이러한 ‘중복성이 없다’고 판단돼 추진되는 것들이며, 이는 사전에 의견조율을 거쳤다”고 전했다.
6개월째 중단되고 있는 한빛은행 ‘차세대전산시스템‘프로젝트의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한빛은행과 엑세추어 측간의 계약내용을 수정해 재추진하고, 한빛은행의 자체개발 비율을 크게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엑센추어의 계정계 패키지인 ‘알타미라’가 20%이상 내부화(Customizing)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패키지로는 볼 수 없고, 또 새로운 버전이 나와도 교체할 수 없기때문에 앞으로 이 패키지의 ‘프레임워크’(사상)만 채용해 한빛은행 인력이 중심돼 시스템을 자체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친정이었던 현대정보기술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IT산업의 불황으로 현대정보기술도 올 상반기에 작년보다는 실적면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워낙 저력있는 회사이고, 유능한 인재가 많아 쉽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박기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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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우리금융그룹의 CIO로 전격 영업된 표삼수 전무(사진)가 취임 100일에 즈음해 털어놓은 얘기다. 지난해까지 현대정보기술의 CEO를 맡았던 국내 IT업계의 ‘거물’이지만, 지주회사 CIO 취임후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했고, 이제야 방향타를 잡았음을 그는 허심탄회하게 피력했다.
표 전무는 “지난 100일 동안 새삼스럽게 ‘인내’라는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복잡한 정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적지않았다는 말이다. 사기업에서는 CEO가 강력한 의지로 밀어부치면 웬만한 일은 그대로 추진됐지만, 여기서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
“가까이는 그룹 산하의 계열 금융기관들의 입장을 살펴야하고, 멀리는 정부의 입장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원만한 의사도출을 위해서는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양보해야 하고, 또 사안이 무르익을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한다는 금융권 특유의 문화를 어느덧 체득하게 됐습니다.”
표 전무는 “이제야 감이 좀 잡혔다”면서 “지금까지 금융기관이 공공서비스기관으로 인식돼왔지만 지금은 수익을 내야하는 ‘금융회사’라는 인식이 더욱 강조되고 있고, 이같은 ‘큰 기류’에 따라 금융IT투자의 방향도 재정립돼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현안으로 우리금융그룹 산하 금융계열사의 IT부문을 묶는 ‘통합IT자회사’ 문제와 관련, “우리금융그룹의 기능개편 일정이 잡혀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회사의 출범이 일정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년 3월 우리금융그룹의 기능개편안이 확정되고, 곧바로 내년 6월부터 기능개편에 따른 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이를 IT부문에서 원활하게 지원해주지 못하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표 전무는 이어 “기존 한빛 평화 경남 광주은행을 묶는 ‘은행시스템’은 내년 3월 기능개편안 이전까지 반드시 통합할 계획이며, 또 별도 회사로 분리되는 신용카드, 자산운용사등 ‘비은행시스템’은 올 하반기에 큰 폭으로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3월까지 IT통합작업을 마쳐야하는 만큼 일정이 다소 빡빡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은 단계”라고 덧붙였다.
경남· 광주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IT통합작업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는 IT통합을 하면 대형은행에게 흡수통폐합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면서, “하지만 기능재편이 되는 것과 IT부문을 통합 운영하는 것은 사실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IBM이, 노르웨이에서는 ‘노르빅’이라는 IT센터를 통해 현지의 약 50개 은행이 법인격을 유지하면서 IT아웃소싱을 받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는 설명이다.
표 전무는 톱합IT자회사 출범논의로 인해 우리금융그룹의 계열 금융기관들의 IT투자가 중단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통합IT자회사의 출범 이후 투자가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금 IT투자를 해도 결과적으로 중복투자가 아닌 부문과, 중복투자라도 고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는 현재 IT투자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빛은행의 리스크관리시스템이나 네트워크 장비도입 등에 대한 투자는 이러한 ‘중복성이 없다’고 판단돼 추진되는 것들이며, 이는 사전에 의견조율을 거쳤다”고 전했다.
6개월째 중단되고 있는 한빛은행 ‘차세대전산시스템‘프로젝트의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한빛은행과 엑세추어 측간의 계약내용을 수정해 재추진하고, 한빛은행의 자체개발 비율을 크게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엑센추어의 계정계 패키지인 ‘알타미라’가 20%이상 내부화(Customizing)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패키지로는 볼 수 없고, 또 새로운 버전이 나와도 교체할 수 없기때문에 앞으로 이 패키지의 ‘프레임워크’(사상)만 채용해 한빛은행 인력이 중심돼 시스템을 자체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친정이었던 현대정보기술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IT산업의 불황으로 현대정보기술도 올 상반기에 작년보다는 실적면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워낙 저력있는 회사이고, 유능한 인재가 많아 쉽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박기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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