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날, 서울 테헤란로 한 복판에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편의상 X국이라고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돈을 벌려고 한국에 온 기업인입니다. 언어소통도 잘 안되고, 기업문화도 다른 나라에서 사업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X국 정부는 테헤란로 중심가에 빌딩을 한 채 사서, 자기나라의 기업인에게만 싼 가격에 빌려주고 있습니다. 추석연휴임에도 X국 기업인들이 이 곳에 모인 것은 본국에서 국회의원들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애로사항을 묻자, 그들은 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정부는 시설만 제공할 게 아니라, 한국에서 제대로 사업할 수 있도록 기업인과 금융인을 연결해줘야 할 게 아니냐고.
여러분은 제가 가정한 이 모습을 떠올리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X국의 기업 가운데 한국에서 많은 돈을 버는 기업이 나올까요. 한국사람은 모두 고향에 간 날, 자기들끼리 모여 한국사회의 문턱이 높다고 투덜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본국정부의 지원을 늘여야 한다고 자기나라 의원들에게 떠드는 주장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십니까. 저는 이 모습을 그려보면서 어릴 적 생각을 했습니다. 친구가 없는 아이일수록 자기 엄마에게 떼를 씁니다. 애들이 같이 놀아 주지 않는다며.
이러한 상황이 실리콘밸리에서 우리 정부에 의해 벌어진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11월25일, 미국인은 모두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연휴를 즐기고 있던 날, 실리콘밸리 한 복판에서 제가 방금 가정한 광경이 그대로 연출됐습니다. 텅 빈 실리콘밸리에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네 분이 의기양양하게 나타나서 한국 벤처기업인의 고충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장소는 iPARK. 정부가 벤처기업의 세계화를 지원하기 위해 1000만달러 이상을 들여 구입한 벤처지원센터입니다. 물론, 이 곳에 모인 사람은 모두 한국인입니다. iPARK와 KSI(우리 정부가 만든 또 다른 벤처지원센터로 12월15일 iPARK에 합병될 예정입니다.) 입주기업 관계자 20여명, iPARK와 KSI 직원 10여명, 한국에서 국회의원을 따라온 공무원, 기업인, 언론인 10여명 등 모두 40~50명 모였습니다. iPARK와 KSI 입주기업만 65개사 정도인데, 그에 비하면 많이 모인 것은 아니지요.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아십니까. 어느 기업인은 미국인 사장을 뽑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 iPARK가 그걸 도와 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iPARK 예산이 너무 부족해 유능한 컨설턴트를 뽑기 어렵다고 지적한 언론인도 있었고, iPARK 소장은 이에 화답하듯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단기체류 비자로 인해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기 어렵다는 푸념이 나오자, 사회를 보던 국회의원은 정통부 과장에게 대책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이날, 코미디 여러 편을 다시 보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우습기는 한데, 왠지 허전한 웃음이 새어나왔습니다. 사장을 뽑는 일도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건인지, 미국비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 정부에 따지고 들아야지 왜 애꿎은 우리나라 관리를 물고 늘어지는지. 결론은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건인데, 그래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려면 실리콘밸리 사람이 돼야 합니다. 한국사람끼리 모여 이러쿵 저러쿵 얘기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거꾸로 생각해보면 쉽지 않을까요. 사업하겠다고 이 곳에 온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푸념하고, 이를 본국 정부에 전달한다면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습니까.
자신의 아이가 새로 이사간 동네의 아이들과 잘 어울리게 하려면 엄마 품에서 내쫓아야 합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어린 아이가 엄마의 치맛자락에 매달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엄마가 나서서 동네 꼬마들에게 우리 집 아이와 잘 놀라고 얘기해봐야, 그 효과는 하루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우리 기업은 아직도 엄마에게 매달리고 있고, 정부는 무엇이 두려운지 자식을 밖으로 내보내길 꺼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을 진정으로 돕고 싶다면, 이들에게 실리콘밸리의 정확한 정보만 알려주고 나머지 문제는 모르는 척 외면해야 합니다. 이는 자식에게 요즘 유행하는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고 밖으로 내몰아야 동네 아이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러분은 제가 가정한 이 모습을 떠올리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X국의 기업 가운데 한국에서 많은 돈을 버는 기업이 나올까요. 한국사람은 모두 고향에 간 날, 자기들끼리 모여 한국사회의 문턱이 높다고 투덜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본국정부의 지원을 늘여야 한다고 자기나라 의원들에게 떠드는 주장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십니까. 저는 이 모습을 그려보면서 어릴 적 생각을 했습니다. 친구가 없는 아이일수록 자기 엄마에게 떼를 씁니다. 애들이 같이 놀아 주지 않는다며.
이러한 상황이 실리콘밸리에서 우리 정부에 의해 벌어진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11월25일, 미국인은 모두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연휴를 즐기고 있던 날, 실리콘밸리 한 복판에서 제가 방금 가정한 광경이 그대로 연출됐습니다. 텅 빈 실리콘밸리에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네 분이 의기양양하게 나타나서 한국 벤처기업인의 고충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장소는 iPARK. 정부가 벤처기업의 세계화를 지원하기 위해 1000만달러 이상을 들여 구입한 벤처지원센터입니다. 물론, 이 곳에 모인 사람은 모두 한국인입니다. iPARK와 KSI(우리 정부가 만든 또 다른 벤처지원센터로 12월15일 iPARK에 합병될 예정입니다.) 입주기업 관계자 20여명, iPARK와 KSI 직원 10여명, 한국에서 국회의원을 따라온 공무원, 기업인, 언론인 10여명 등 모두 40~50명 모였습니다. iPARK와 KSI 입주기업만 65개사 정도인데, 그에 비하면 많이 모인 것은 아니지요.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아십니까. 어느 기업인은 미국인 사장을 뽑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 iPARK가 그걸 도와 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iPARK 예산이 너무 부족해 유능한 컨설턴트를 뽑기 어렵다고 지적한 언론인도 있었고, iPARK 소장은 이에 화답하듯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단기체류 비자로 인해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기 어렵다는 푸념이 나오자, 사회를 보던 국회의원은 정통부 과장에게 대책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이날, 코미디 여러 편을 다시 보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우습기는 한데, 왠지 허전한 웃음이 새어나왔습니다. 사장을 뽑는 일도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건인지, 미국비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 정부에 따지고 들아야지 왜 애꿎은 우리나라 관리를 물고 늘어지는지. 결론은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건인데, 그래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려면 실리콘밸리 사람이 돼야 합니다. 한국사람끼리 모여 이러쿵 저러쿵 얘기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거꾸로 생각해보면 쉽지 않을까요. 사업하겠다고 이 곳에 온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푸념하고, 이를 본국 정부에 전달한다면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습니까.
자신의 아이가 새로 이사간 동네의 아이들과 잘 어울리게 하려면 엄마 품에서 내쫓아야 합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어린 아이가 엄마의 치맛자락에 매달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엄마가 나서서 동네 꼬마들에게 우리 집 아이와 잘 놀라고 얘기해봐야, 그 효과는 하루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우리 기업은 아직도 엄마에게 매달리고 있고, 정부는 무엇이 두려운지 자식을 밖으로 내보내길 꺼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을 진정으로 돕고 싶다면, 이들에게 실리콘밸리의 정확한 정보만 알려주고 나머지 문제는 모르는 척 외면해야 합니다. 이는 자식에게 요즘 유행하는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고 밖으로 내몰아야 동네 아이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