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뉴스는 이번에 역내 기업과 기업인, 생활, 문화, 자연 등 이모저모를 전하는 아시나요?를 새로 마련합니다.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실리콘밸리의 독특한 문화, 가치관, 그리고 사업방식을 알리는 이 코너가 실리콘밸리 진출을 준비하시는 독자 여러분께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몇 달 동안 버틸 자금이 있습니까?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VC)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요즘처럼 도산하거나 감원하는 기업이 줄을 잇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려면 당연히 현금이 필요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되도록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얼마 전 실리콘밸리 뉴스가 주최한 투자 콘퍼런스에 참가한 한 기업인은 2년 이상 회사를 운영할 자금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대답이 정답일지 모릅니다. 한국의 벤처투자회사들은 튼튼한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하고, 현금이란 회사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보여주는 척도로 작용하니까요. 현금이 부족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회사보다는 오래 버틸 수 있는 튼튼한 회사에 투자하는 게 한국 벤처투자의 기본규칙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룰은 다릅니다. 굳이 정답을 고르자면, 6개월 정도 버틸 수 있다고 답했어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실리콘밸리의 VC는 투자의 성과가 최대로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먹을 게 많아지니까요. VC란 말 그대로 모험을 감수하고 배팅하는 것입니다. 만일 VC의 자금지원이 없어도 살아 나갈 수 있는 회사는 이미 벤처가 아니고, VC는 그런 회사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점이 튼튼한 회사에 돈을 빌려주려는 은행 같은 기존의 금융회사와 VC가 다른 점입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이 많이 있지만, 실리콘밸리 VC가 기존 금융회사와 어떻게 다른지 모르고 오시는 분도 꽤 계십니다. 실리콘밸리와 한국 사이에는 일종의 지식격차가 있습니다. 저희가 주최한 투자 콘퍼런스에서 있었던 또 다른 지식격차의 예를 들겠습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한 회사는 다음주에 코스닥에 상장한다고 자랑스럽게 밝혔습니다. 요즘 코스닥이 많이 침체되기는 했지만, 코스닥 상장은 모든 벤처기업인의 꿈일 것입니다.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기업인이 IPO(기업공개)에 성공했다고 하면, 돈과 명예를 얻었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 회사의 직원도 대부분 스톡옵션으로 백만장자가 됩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VC는 IPO한 회사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여기서 전혀라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실리콘밸리 어디에서도 IPO한 회사에 관심을 갖는 VC는 찾을 수 없습니다. 첫번째 사례와 마찬가지입니다. VC로서는 먹을 게 없으니까요. 말 그대로 상장주식은 증권거래소를 통해서 거래되는데, 왜 VC가 관심을 갖겠습니까. 만약 관심을 자진 사람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VC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을 부르는 호칭은 따로 있죠. 펀드매니저입니다.
자화자찬같지만 이번에 실리콘밸리 뉴스가 주최한 콘퍼런스는 Bridging the Pacific 2000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수한 한국 벤처기업과 실리콘밸리 VC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국의 14개 회사가 왔고, 실리콘밸리 소재 VC는 7 곳에서 참석했습니다. 다른 투자 콘퍼런스나 IR행사와는 달리 이번 콘퍼런스는 독립된 공간에서 한국기업과 실리콘밸리 VC가 1 대 1로 직접 만나 투자협상을 벌일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어서 저희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가슴을 조렸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느 기업이 어떤 VC로부터 얼마 만큼의 투자를 유치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협상이란 어차피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어떤 조건을 내거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번 콘퍼런스에 참석한 한국기업이 적어도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룰을 깨닫고, 그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돌아가신 것만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분들이니까요.
<실리콘밸리뉴스 askj@svnews.com>
몇 달 동안 버틸 자금이 있습니까?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VC)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요즘처럼 도산하거나 감원하는 기업이 줄을 잇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려면 당연히 현금이 필요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되도록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얼마 전 실리콘밸리 뉴스가 주최한 투자 콘퍼런스에 참가한 한 기업인은 2년 이상 회사를 운영할 자금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대답이 정답일지 모릅니다. 한국의 벤처투자회사들은 튼튼한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하고, 현금이란 회사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보여주는 척도로 작용하니까요. 현금이 부족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회사보다는 오래 버틸 수 있는 튼튼한 회사에 투자하는 게 한국 벤처투자의 기본규칙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룰은 다릅니다. 굳이 정답을 고르자면, 6개월 정도 버틸 수 있다고 답했어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실리콘밸리의 VC는 투자의 성과가 최대로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먹을 게 많아지니까요. VC란 말 그대로 모험을 감수하고 배팅하는 것입니다. 만일 VC의 자금지원이 없어도 살아 나갈 수 있는 회사는 이미 벤처가 아니고, VC는 그런 회사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점이 튼튼한 회사에 돈을 빌려주려는 은행 같은 기존의 금융회사와 VC가 다른 점입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이 많이 있지만, 실리콘밸리 VC가 기존 금융회사와 어떻게 다른지 모르고 오시는 분도 꽤 계십니다. 실리콘밸리와 한국 사이에는 일종의 지식격차가 있습니다. 저희가 주최한 투자 콘퍼런스에서 있었던 또 다른 지식격차의 예를 들겠습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한 회사는 다음주에 코스닥에 상장한다고 자랑스럽게 밝혔습니다. 요즘 코스닥이 많이 침체되기는 했지만, 코스닥 상장은 모든 벤처기업인의 꿈일 것입니다.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기업인이 IPO(기업공개)에 성공했다고 하면, 돈과 명예를 얻었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 회사의 직원도 대부분 스톡옵션으로 백만장자가 됩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VC는 IPO한 회사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여기서 전혀라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실리콘밸리 어디에서도 IPO한 회사에 관심을 갖는 VC는 찾을 수 없습니다. 첫번째 사례와 마찬가지입니다. VC로서는 먹을 게 없으니까요. 말 그대로 상장주식은 증권거래소를 통해서 거래되는데, 왜 VC가 관심을 갖겠습니까. 만약 관심을 자진 사람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VC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을 부르는 호칭은 따로 있죠. 펀드매니저입니다.
자화자찬같지만 이번에 실리콘밸리 뉴스가 주최한 콘퍼런스는 Bridging the Pacific 2000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수한 한국 벤처기업과 실리콘밸리 VC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국의 14개 회사가 왔고, 실리콘밸리 소재 VC는 7 곳에서 참석했습니다. 다른 투자 콘퍼런스나 IR행사와는 달리 이번 콘퍼런스는 독립된 공간에서 한국기업과 실리콘밸리 VC가 1 대 1로 직접 만나 투자협상을 벌일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어서 저희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가슴을 조렸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느 기업이 어떤 VC로부터 얼마 만큼의 투자를 유치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협상이란 어차피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어떤 조건을 내거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번 콘퍼런스에 참석한 한국기업이 적어도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룰을 깨닫고, 그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돌아가신 것만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분들이니까요.
<실리콘밸리뉴스 askj@sv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