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시론] 노벨 경제학상과 정보통신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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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11-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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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시론] 노벨 경제학상과 정보통신산업
오 정 석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언제부터인가 노벨상 시상의 계절이 되면 한국인의 가슴이 설레게 되었다. 과학, 의학, 문학 등의 비정치적 분야에서 한국인 전문가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들 분야에서 몇 몇 한국인 학자 및 작가들의 업적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도 증가는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 분야 가운데 특히 경제학 분야는 한국인의 수상 가능성이 별로 높게 점쳐지지 않는 분야로 보인다.

노벨상은 해당분야에서의 학문적 공헌도와 현실 세계에 대한 실용적 공헌도가 모두 높아야 수상이 가능하다. 그 해의 노벨상 수상자 업적을 살펴보면 세상에 많은 영향을 끼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연구 성과를 거둔 경우가 많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연구 성과가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그 영향력이 확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금년 노벨 경제학상은 게임이론의 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셸링과 오만 등 두 경제학자에게 돌아갔다. 이들 학자들의 연구 성과 및 공헌도는 국내에도 경제, 경영, 정치학 등 연관분야 학계에는 잘 알려져 있으나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컨설팅업체인 맥킨지 등에서 발 빠르게 게임이론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등 이론의 실용적 적용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는 현상이 벌써 보이고 있다.

셸링과 오만의 업적 중 한가지는 게임이론의 범주를 소위 비협조적 게임에서 협조적 게임으로 확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비협조적 게임에서는 경제 주체들이 자신과 다른 주체들의 이익을 단기적으로 고려한다는 가정아래 설명을 한다. 그러나 이들은 비협조적 게임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현재 자신의 행동이 향후 게임의 진행경과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하기 때문에 암묵적인 협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이 아이디어는 협조적 게임이론의 형성에 결정적 공헌을 하게 된다. 이같은 결과는 많은 경제활동을 설명하는 준거의 틀이 될 수도 있다.

정보통신산업은 협조적 게임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면 규모의 경제에 의해 경쟁자의 수가 제한돼 있다. 또한, 필수적인 서비스 및 장비의 경우에는 수요가 비탄력적이며, 포화상태에 가까운 서비스의 경우에는 수요가 안정적이고 가입자에게 전환 비용이 부과되는 등의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협조적 게임이론에 의하면 이러한 산업구조하에서는 사업자간 협조 전략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바로 사회적 비효율성이 야기하는 담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최근, 국내 기업의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D램 가격 담합, 일부 통신서비스 사업자간 가격 담합 사례 등이 이를 반증한다. 이로 인해 정보통신산업 및 연관산업에서의 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위원회 등 규제기관 역할의 중요성이 중시된다고 할 수 있다.

대국적으로 보면 이익집단간 담합은 급격한 시장변화에 대한 대응과 새로운 시장의 형성에 저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통신방송 융합시대를 여는 대표적 서비스인 위성 DMB서비스와 IPTV 서비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위성 DMB 사업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들의 자사 프로그램 재송신 거부에 부딪쳐 표류하고 있다. 동시에 방송사들의 지상파 DMB 준비는 물밑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또한 케이블 업체들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진행하면서도 통신업체들의 경우, 케이블업체들의 반대에 부딪쳐 실시간 IPTV방송이 불가능해 불리한 경쟁환경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러한 사례들은 이익집단의 담합에 의해 새로운 융합서비스 시장에서 공정경쟁의 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규제기관은 이익집단의 담합이 신 산업 형성 및 성장에 대한 저해요인이 되지 않도록 시장흐름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적 규제의 틀을 마련하는 데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하는 것과, 신규 산업의 형성 등 산업발전에 대한 대응능력과 높은 차원의 비전을 가진 규제의 틀이 등장하는 것은 서로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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