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충당금 역대 최대치
경기 둔화에 부실채권 증가
서민금융·주주환원도 부담
경기 둔화에 부실채권 증가
서민금융·주주환원도 부담
올해 들어 4대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가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전방위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워낙 빨라 향후 지주사들의 건전성 관리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2일 4대금융이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4대금융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총 1조83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 늘었다. 이는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치다. 4대금융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 총합은 약 8조9934억원으로 전년 대비 71%나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수익성 압박 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손실을 흡수하도록 마련된 안전판 역할로 작용한다.
반면 건전성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4대금융의 올해 1분기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82%로 집계됐다. 4대금융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3년 말 0.63%에서 작년 말 0.75%로 오른데 이어 올 1분기 또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사람들에게 대출해준 자금 중에서 회수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큰 돈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올라갈수록 금융회사의 부실채권(NPL)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NPL은 채무 불이행 상태에 있거나 불이행 상태에 가까운 대출 비율로 '깡통대출'이라고도 부른다.
1분기 KB금융의 NPL비율은 0.76%, 신한은 0.81%, 하나 0.70%, 우리 0.69%로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상승했다. NPL커버리지비율도 악화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KB금융은 158.7%에서 133.1%로, 신한은 160.6%에서 128.8%, 하나는 152.59%에서 115.22%로, 우리는 186.9%에서 132.7%로 모두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두 가장 낮은 수치다.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빨라 향후 지주들의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하반기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규모도 늘려야하는 상황이라 건전성 관리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골드만삭스(1.1%) 등 일부 해외 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높였지만, 여전히 0%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상반기 0.3%, 하반기를 1.3%로 각각 전망했다. 연간으로는 0.8% 성장률로 이는 지난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1.6%)를 절반으로 낮춘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돈을 빌린 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주들은 향후 건전성 관리를 위한 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매각 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매분기 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새 정부가 부채 탕감 등을 핵심으로 한 서민·정책금융을 추진하는 것도 금융지주사들에게는 부담이다. 해당 정책을 위한 비용을 4대금융이 마련하면 부실 차주에 대한 대출이 늘어 지주사들의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