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조직에 해고 칼바람
구글, 인프라 102조 투입 계획
메타·MS도 대규모 구조조정
구글, 인프라 102조 투입 계획
메타·MS도 대규모 구조조정
구글이 검색·광고·커머스 등 핵심 부서를 포함해 미국 본사 여러 조직에서 전사적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인 AI에 비용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AI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선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확충 등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야 해 사람을 줄여 투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인건비 줄여 AI에 '올인'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미국 내 여러 부서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검색·광고·커머스 부서를 포함한 지식 및 정보(K&I) 조직이 주요 대상이다. K&I는 구글 매출의 핵심인 검색과 광고 사업을 담당하며 약 2만명이 소속돼 있다. 이 외에도 엔지니어링, 마케팅, 연구, 커뮤니케이션 부서 직원들에게도 희망퇴직이 제안됐다.
닉 폭스 구글 K&I 책임자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의 전략과 맞지 않거나 기대 수준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직원에게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2023년 1월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감원한 이후 대규모 해고 대신 부서별 순차적 희망퇴직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구글 클라우드 부문에서 감원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 12일에는 판매·파트너십 부문 직원 200명을 해고한 바 있다.
구글의 잇따른 인력 감축은 미래 성장 동력인 AI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AI 인프라 확충에 750억달러(약 102조96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525억달러보다 40% 이상 늘어난 규모다.
WSJ은 "이번 희망퇴직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AI 지출을 지원하기 위해 취한 여러 가지 비용 절감 조치 중 하나"라며 "구글은 자사의 검색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챗GPT 및 기타 AI 경쟁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해 자본 지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美 빅테크에 부는 해고 칼바람
이런 대규모 구조조정은 구글만의 얘기가 아니다. AI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잇따라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메타는 지난 2월 전체 인력의 5%(약 3600명)를 감원한 데 이어, 4월에는 가상현실(VR)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에서 수백명을 추가로 해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최근 자회사와 해외 지사를 포함해 전체 인력의 약 3%에 해당하는 6000여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2023년 약 1만 명을 감원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고 인력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스닷에이아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전 세계 테크 업계에서 구조조정 대상이 된 인원은 6만2832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549개 테크 기업에서 총 15만2922명이 일자리를 잃은 바 있다.
영국 핀테크 기업 래셔널FX의 앨런 코헨 데이터 분석 연구원은 "테크 기업들의 AI로 인한 재정적 압박과 자동화 추세가 최근 잇따른 해고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AI 도구의 신속한 도입과 비용 절감 조치로 인해 직원 유지의 우선순위가 낮아졌고, 현재의 감원 흐름이 이어진다면 연말까지 해고자 수는 23만5871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이같은 상황은 한국에도 전이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한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AI는 뒤처져선 안 될 과제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게 문제"라며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인건비를 줄여 투자 재원을 늘리려는 곳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