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장에 40억달러 투자
멕시코 생산 물량은 이관
소형차 대체공장 美 없어
韓철수, 최후로 논의될듯
멕시코 생산 물량은 이관
소형차 대체공장 美 없어
韓철수, 최후로 논의될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정책에 대응해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생산 지형 재편을 시작했다.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북미향 물량을 미국 현지로 옮기는 등 인기 있는 모델의 현지 생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미국 현지 투자가 당장 한국GM의 생산 물량을 대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워낙 오락가락하는 만큼 한국GM의 불안한 입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GM은 1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2년간 총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시간주와 캔자스주, 테네시주 공장들이 투자 대상이며 이에 따라 연간 200만대 이상의 차량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될 것으로 GM은 내다봤다.
GM의 이 같은 투자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발효된 이후 결정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지난달부터는 자동차 부품으로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이에 GM은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 중인 쉐보레 블레이저와 쉐보레 이쿼녹스 등 2개 차량의 미국 내 생산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가장 인기 있는 차량의 현지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여파로 GM의 생산 지형 재편이 시작됐다고 해석했다. 앞서 GM은 관세로 인한 50억달러의 피해를 예상하며, 새로운 지침으로 관세 비용의 30%를 상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GM이 관세 피해 비용의 40%인 20억달러를 한국 수입액 피해로 잡은 데에 있다. 이는 일종의 경고로 한국 정부에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촉구함과 동시에 비용 절감의 필요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 본사가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으나 고관세 문제로 한국 사업의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돌려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단순히 철수의 밑 작업이라기 보다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GM이 생산하고 있는 차종이 미국에서 생산하기 힘든 소형 스포츠실용차(SUV)인 점을 미루어 볼 때, 철수는 최후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멕시코에서 미국 현지로 이관되는 차종들은 모두 중대형 차종으로 미국에서 이미 생산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이관 시 추가 비용을 관세로 상쇄할 수 있는 모델들이다. 반면 한국GM이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모델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뷰익 앙코르 GX, 엔비스타 등은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지 않은 소형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공장이 현재 미국에 없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고려하면 소형 SUV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라고 말했다.
게다가 자동차 관세로 인해 차 값이 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에서 생산 중인 소형차들은 엔트리 가격이 2만2000달러(약 3000만원)에 불과해 저가 모델로서 유일한 선택지가 되고 있기에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 관세가 장기간 유지될 시 미국 수출 비중이 85%에 달하는 한국GM의 철수설은 지속 불거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한국GM은 지난달 28일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 9곳과 부평공장 일부 시설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며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한국사업장 사장은 노조와의 대화에서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장을 매각하는 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며, 한국GM은 내수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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