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맞았던 호황기를 지나 다시금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모두 운영비 부담과 운임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는데다가, 항공 화물 시장마저 구조적인 침체 흐름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FSC들의 운영비 부담이 신규 기재 도입과 정비 비용 증가, 공항 사용료 상승 등의 영향으로 커지고 있다. 환율과 유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항공기 감가상각비와 인건비가 비용 구조에 큰 압박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LCC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단거리 중심의 노선 운영과 함께 공급 확대가 이어지면서 운임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여기에 정비비·인건비 등 고정비가 늘면서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발 노선의 탑승률 하락세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내수 부진과 지방 소비 위축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 수송 통계에서도 위기 조짐은 뚜렷하다. 동남아 노선은 3개월 연속 수요가 감소했고, 지방발 노선의 탑승률도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방에서 출발하는 동남아 노선의 비중도 높아 LCC들의 2분기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반적인 수요 증가도 둔화되고 있다. 전체 여객 수송량은 전년 대비 4% 증가에 그쳤으며 연간 누적 성장률은 2.6%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여객 수송량 증가율 역시 3%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수요 증가가 제한된 상황에서 치열한 운임 경쟁과 운영비 상승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 화물 부문도 우려가 크다. 화물 부문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전국 공항 화물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25만1000톤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소액면세 제도(De-minimis) 중단 이후, 중국발 미국행 전자상거래 물량 감소가 뚜렷해지며 화물 운임 하락세가 구조화되는 분위기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으로 입국하는 인바운드 수요 강세로 FSC는 수송량과 운임 측면에서 양호하다"면서도 "지난해 높은 운임을 고려하면 전년대비 운임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방발 노선에서 탑승률 하락, 지방발 노선 비중이 높은 LCC는 운임 하락폭이 더 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