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위축된 범보수진영 와해 우려
민주, 상대방 정치탄압 이미지 걱정
1979년 김영삼 제명이 유일한 사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 대한 제명 청원이 44만명을 넘어서면서 실제 제명으로 이어질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 모두 딜레마를 안고 있어 실제 제명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9일 오후 4시 기준 이 의원 제명 관련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44만1450여 명이 찬성했다. 지난 4일 청원 동의가 시작된 지 5일 만에 40만명을 넘어선 수치다.
해당 청원은 이 의원이 지난달 27일 대선 3차 TV토론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가족을 검증하겠다면서 발언한 내용이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시민의 신뢰를 크게 저버렸기에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원인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걷어내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입법 활동을 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오히려 여성의 신체를 언급하며 성폭력적 발언을 당당하게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책무이자 역할이 아니다"라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해당 청원은 30일간 5만 명 이상이 동의해야하는 청원 요건을 채웠기 때문에 소관위원회에 회부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의원 청원을 바라보는 여야 정치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여야 모두 이 의원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제명을 밀어붙이기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선에서 단일화에 응하지 않은 이 의원을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다. 그렇다고 보수진영의 의석 1석이 아쉬운 상황에서 선뜻 찬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107명, 개혁신당 의원은 3명에 불과하다. 10명의 의원만 전선을 이탈해도 범여권 정당이 결집하면 '개헌', '재의요구 법안 재의결' 등 막강한 권력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범야권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는 시점에 개혁신당을 내치는 인상을 주는 것도 실익이 없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민주당의 경우 대화 대신 상대 진영 정치인들을 탄압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는 점에서 이 의원 제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기가 부담스럽다. 또한 막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각종 개혁에 시동을 걸면서 야당과의 전선을 넓게 형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정치권의 이슈가 여러 갈래로 흩어질 수 있는 것도 이 의원 제명 건을 껄끄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여기에 국회의원 제명이 국민 청원을 제외하고서라도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헌정사상 유일의 제명 사례는 1979년 10월 4일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가 여당인 공화당 주도로 제명된 사례 뿐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18대 국회에서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강용석 전 의원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부결됐고, 30일 출석정지의 경징계로 결론나기도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