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다음달 지분형 모기지 사업 도입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분형 모기지는 정부와 소비자가 주택 지분을 나눠 함께 매입하는 방식으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개인이 6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4억원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단 HF 투자분에 대해선 일종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임대료는 시중금리보다 낮은 연 2%대 이자를 매길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새 정부가 출범할 예정이라 지분형 모기지 추진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다수였지만, 금융위는 새 정부가 들어서도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민주당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찐리얼 경제 토크토크 라이브'에서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지분형 모기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없는 거보단 나은 것 같다"며 "(주택 구입의) 선택 옵션 중 하나"라며 제도 취지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 정책 추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분형 모기지는 나라를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고민해서 만든 것이니 사령탑이 바뀐 후에도 나라를 위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정책 띄우기에 열심이다.
무엇보다 지분형 모기지 소식을 들은 실수요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지분형 모기지 로드맵이 나오기 전 다양한 추측들과 함께 기대된다는 의견이 다수다.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이 적은 자금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부분이 획기적이란 평이다.
다만 정치권과 업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지분형 모기지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값이 하락했을 경우도 문제다. 후순위 투자자인 주금공은 집값이 하락하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세금으로 개인의 투자 리스크를 떠안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택 구매자들은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매매에 나서는데, 수익을 누군가와 나눈다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지방 등 지정된 가격에 해당되는 주택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소유욕이 강한 나라인 만큼 대중적으로 정착하기는 힘들 수 있다. 시장의 주력 상품이 될만한 강력한 조건 등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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