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2곳, 금주내 원장 선임
KAIST는 이사회 일정 못잡아
"중구난방식 공모" 비판 일어
KAIST는 이사회 일정 못잡아
"중구난방식 공모" 비판 일어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과학기술계 차기 기관장 공모가 선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3배수 후보를 확정한 2곳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이번 주에 원장을 최종 선임하는 반면 3배수 총장 후보를 두 달 전에 결정한 KAIST는 아직까지 이사회 일정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 기관인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은 다른 기관장 공모와 달리 번갯불에 콩 볶듯 새 기관장 선임에 속도를 내고 있어 '중구난방식 공모'라는 지적이다.
1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오는 16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2개 출연연 새 원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한다.
두 기관은 지난 3월 20일 원장후보자심사위원회를 열고 각각 3배수 후보를 선정한 뒤 대통령의 탄핵 선고와 맞물려 두 달 넘게 공모 절차가 사실상 중단돼 왔다. 일부에선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 차기 정부로 선임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관장 업무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기관장 선임으로 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질자원연의 경우 권이균 공주대 교수, 김광은 지질자원연 책임연구원, 이영주 지질자원연 책임연구원 등 3명이 이사회에 3배수 후보로 추천됐다. 철도기술연은 사공명, 서승일, 엄기영 수석연구원 등 내부 인사 3명으로 압축돼 차기 원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두 곳의 출연연과 같은 날에 3배수 후보를 확정한 KAIST 총장 선임 일정은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이다. 총장후보선임위원회가 지난 3월 20일 김정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이광형 현 총장, 이용훈 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을 3배수 후보로 확정한 이후 KAIST 이사회는 두 달이 넘도록 이들에 대한 소견 발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KAIST 총장 선임 위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사회 투표와 과기정통부 장관 추천, 교육부 장관 동의 등의 절차를 고려할 때 대선 이전에 신임 총장 선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욱이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KAIST의 상징성을 감안해 전 정권에서 확정한 3배수 후보자를 대상으로 차기 총장을 선임할 지, 아니면 원점에서 재공모를 통해 진행할 지 등을 예측할 수 없어 총장 업무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KAIST 내부에선 그동안 총장 임기 만료와 함께 새 총장이 선임돼 총장 업무 공백이 없었던 만큼 대선과 같은 정치적 이슈와 무관하게 이사회가 신속하게 차기 총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총장의 임기는 지난 2월 말 끝나 차기 총장 선임 때까지 한시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새 기관장 공모는 '광속 질주' 중이다. 지난달 25일 원장 공모 마감 이후 면접을 거쳐 2∼3배수 후보를 확정해 이달 중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다른 기관장 공모와 달리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특정 인사를 선임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차원에서 공모를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과 파면에 이어 조기 대선까지 급변하는 국정 속에서 과학기술계 기관장 공모가 영향을 받고 제각각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면서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경우 최소 3개월 걸리는 공모가 한 달 만에 후보자를 이사회에 추천할 정도로 신속하게 이뤄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과기정통부 내부에서 특정 인사를 선임하기 위한 일종의 정권 말 '알박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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