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홍준표, 단일화 없이 자강론으로 완주
대선 후 당 대표로 선출돼 2022년 경선 발판
김문수, 학습효과로 당권 확보 어려울 수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당이 밀어부치는 단일화에 저항하며 독자적인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김 후보가 2017년 단일화 없이 대선을 완주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탄핵에 관한 입장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어 홍 전 시장과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후보는 8일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시점에 대해 14일 이후를 고수하고 있다. 단일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이지만, 본격적인 단일화 전에 한 후보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만일 한 후보가 대선후보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 김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 완주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201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행보와 비슷하다. 당시 홍 전 시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대안으로 거론되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경선에 출마한 이인제, 김진태, 김관용 후보와 간의 경선에서 승리하며 보수정당 대선후보가 됐다.
당시 당 밖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소속 정당 없이 대선에 출마했고,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도 있었다.
현재 한 후보가 소속정당 없이 행보하는 것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범보수 진영임에도 당 밖에 있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홍 전 시장은 외연 확장보다는 자강론을 택했고, 탄핵에 반대했던 집토끼들부터 먼저 불러들였다. 결국 반 전 총장은 중도 하차했고, 안 후보와는 단일화를 하지 않았다.
홍 전 시장은 결국 대선에서 24.0%를 기록했다. 다만 매우 어려운 선거에서 선방했다는 평가 속에 자유한국당의 대표로 선출됐고, 이때 보여준 역량이 발판이 돼 2022년 대선 경선에도 출마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결선에서 호각을 다투는 등 저력도 보여줬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가 홍 전 시장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고 평가한다. 현재의 행보를 통해 향후 당권 확보 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홍 전 시장은 경남도지사를 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거리가 먼 편에 속했다. 이번 대선 경선 구도와 비교하면 홍 전 시장은 김 후보보다는 오히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와 비슷한 위치에 있던 셈이다. 홍 전 시장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을 먼저 끌어안은 것은 외연 확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지만, 김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층을 안는 것은 기존 지지층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또한 김 후보 입장에선 단일화를 가장 강력하게 언급해 지지층을 모은 상태에서 노무현-정몽준, DJP등 이미 제시돼있는 단일화 모델을 따르지 않는 것도 부담이다. 강력한 핵심 지지층이 없는 상태에서 지지층의 지지이유를 상실할 경우 지지층의 결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년 전 단일화 없이 패배해 보수진영의 자중지란을 지켜본 지지자들에게 학습효과가 생겨 비슷한 시나리오가 반복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센인 마을 관련 발언 도중 목이 메어 말을 밋지 못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