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GM과의 합작공장인 '얼티엄셀즈 3기'의 인수를 최종 완료해 북미에서 세 번째 단독공장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북미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K-배터리 3사는 생산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3기의 건물, 토지 등 자산 일체의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취득 금액은 약 3조1354억원으로 자산총액(약 45조4371억원) 대비 6.9%에 해당한다.
이는 기존에 GM과의 합작 형태로 운영되던 랜싱공장이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지역의 세 번째 단독 공장으로 전환된 것을 의미한다. 랜싱 공장은 총 부지 면적 약 95만㎡으로, 2022년 착공 이후 이달 기준 98% 이상 건설이 완료됐다. 현재는 장비 반입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인수로 투자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북미의 기존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시설을 신·증설하는 대신, 이미 완공된 랜싱공장을 활용함으로써 신규 설비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생산 시기를 단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이번 인수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 체계를 강화해 공급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국가별 차등적용 되는 상호관세도 협의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 역량이 절대적 경쟁 우위의 핵심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었던 전기차용 배터리 물량을 이번에 인수한 랜싱공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특히 랜싱공장은 지난 2023년 10월에 체결한 연간 20GWh 규모의 공급 계약에 따른 도요타 물량을 소화할 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랜싱공장 인수는 단순한 생산기지 확보를 넘어 생산시설 효율성 극대화와 북미 생산 역량 선제적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앞으로도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생산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가치를 더욱 차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뿐 아니라 SK온과 삼성SDI도 미국 현지 생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과 포드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은 최근 미국 켄터키 1공장 건물 외부에 회사 사명과 '모빌리티의 미래를 전동화시키자'는 슬로건 간판을 설치했다. 현재 블루오벌SK는 켄터키 1·2공장과 테네시 공장 등 총 3개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 중 켄터키 1공장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블루오벌SK의 테네시공장도 생산개시 채비에 들어갔다. 내년 가동이 목표지만 이미 현장에는 핵심인력인 선발대가 입주해 설비 점검, 시운전, 시뮬레이션 등의 생산 준비에 착수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 비전 등을 공유하는 타운홀 미팅도 잇달아 열고 있다.
SK온과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짓고 있는 합작공장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최대 전기차 3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35GWh 규모로 약 7조가 투입됐다.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와 함께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서 두 번째 합작공장을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GM과의 뉴칼라일 합작공장 역시 약 5조원을 투자해 36GWh 규모로 조성 중이다.
삼성SDI는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생산거점 확보도 검토 중이다. ESS용 배터리는 인공지능 관련 전력 수요 증가 등으로 미국 중심의 고성장이 예상되지만 현재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형태여서 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현지 고객에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면서 현지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이 시장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