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車에도 무관세 가능성…실현 시 한국GM 숨돌려
대미 수출 100만대는 축소 예상…"생산직 위기의식"
대미 수출 100만대는 축소 예상…"생산직 위기의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발표 행사에서 "향후 4년간 210억달러 추가 투자를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으로 자동차 생산에 86억달러, 부품·물류·철강에 61억달러, 미래산업·에너지에 63억달러를 각각 집행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연관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부터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기존 무관세 쿼터가 적용됐던 한국도 예외는 없었다. 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율도 25%를 제시한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투자계획에 대해 "이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도 "현대차는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2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현재 미국 50개 주에서 5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진심을 보여줬다. 이어 조지아 서배너에 건설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언급하며 "2019년 서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시작됐다"며 "트럼프 대통령 임기 시작과 동시에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완료돼 더욱 특별해졌다"고 치켜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준공식을 앞둔 HMGMA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향후 50만대로 확대하며, 미국 현지 생산 120만대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앨라배마공장(36만대), 조지아공장(34만대) 등 기존 공장도 고품질의 신차를 지속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의 현대화, 효율화 등 보완 투자를 진행한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미국에서 합산 170만8293대를 판매했다. 120만대 생산 체제가 구축되면 관세 사정권에 들어오는 분량은 51만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현대차그룹에 대해 관세 유예를 시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현지 생산 분량뿐 아닌 한국에서 수출하는 자동차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란 관측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생산지역에 차별성을 두지 않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를 통해 한국은 무관세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1기 때도 관세 25% 카드를 만지작 하다가 현대차·기아가 미국 공장 설립을 약속하자 5% 수준으로 다시 낮춰준 전력이 있기에 이번에도 기업체의 투자를 바라보고 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무관세가 현실화되면 한국GM도 숨을 돌리게 된다. 한국GM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85%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15~22일 미국 GM 본사와 현지 공장 등을 방문해 글로벌 전략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산업계에선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공급망을 재편하며 국내 공장 생산분 축소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00만대가량의 자동차를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했다. 120만대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하면 절반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 확대와 국내 공장 역할 재조정이 단행되겠으나 단기적으론 생산 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 투자 확대로 현대차·기아 국내 생산직이 위기의식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생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사의 협력이 절실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공감한 현대차그룹은 미국 투자 계획 발표와 함께 국내 투자 확대도 재확인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초 국내 산업의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 역대 최대인 2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EV 전환 미 신차 대응 생산시설 확충 등 경상투자에 1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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