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플레이크 공동 창립자 첫 방한
"데이터와 AI 통합으로 클라우드 혁신"
서울 리전에서도 MS 애저 기반 서비스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기업 데이터 활용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수백억개 파라미터를 지닌 초거대 AI 모델이 늘어나자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젠 데이터를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시간 분석해 곧바로 비즈니스에 반영하는 구조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정형과 비정형 데이터를 아우르고 다양한 분석 모델과 유연하게 연동할 수 있는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이 주목받는 이유다.
2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노우플레이크 공동창립자이자 제품 부문 사장인 베누아 다쥬빌(Benoit Dageville)은 "AI는 데이터 없이는 작동하지 않고 반대로 데이터는 AI 없이는 완전한 활용이 어렵다"며 "AI와 데이터는 이제 한 플랫폼 안에서 통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I모델이 대형화될수록 요구되는 데이터의 양과 형식도 다양해진다. 이미지, 문서, 음성 등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정제하고 이를 분석으로 연결해 주는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불러와 가공하고 분석 결과를 다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유기적 흐름이 중요해졌다.
이런 배경에서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은 기업 내부 시스템이나 외부 파트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출처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고 저장하는 동시에 필요할 때 즉시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여기에 멀티클라우드, 멀티리전, 오픈 API 등을 더해 확장성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면 특정 모델이나 클라우드 사업자에 종속되지 않고 AI 비즈니스를 유연하게 전개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 기능을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산업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최근에는 AI 스타트업과의 데이터 연계 협력도 활발해지며 클라우드 위에 구축되는 AI 생태계가 하나의 산업 구조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이 같은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을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다. 다쥬빌 사장은 "처음부터 '모든 로직은 데이터로 와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설계했다"며 "고객이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도 플랫폼 안에서 AI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스노우플레이크의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기본 기능에 AI 기반 검색·분석·질의응답 기능을 통합한 'AI 데이터 클라우드'를 더했다. 문서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도큐먼트AI', 비정형데이터를 검색·요약하는 '코텍스 서치', 자연어로 데이터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코텍스 애널리스트'가 포함된다. SQL 없이도 데이터를 다룰 수 있도록 만든 게 핵심이다.
다쥬빌 사장은 "과거 데이터 플랫폼이 부족했던 점은 SQL 같은 데이터 언어를 알아야만 했기에 조직 내 모든 사람이 활용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라며 "이제 AI를 통해 누구나 자연어로 데이터에 질문하고 플랫폼이 이를 자동으로 SQL로 변환해 관련 데이터를 추출하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의 개방성과 상호운용성도 주요 전략이다. 다쥬빌 사장은 "사용자가 어떤 테이블 포맷이나 도구를 사용하든 데이터를 유연하게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오픈 테이블 형식인 '아이스버그'를 깊이 지원하고 있고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플랫폼에 종속된 데이터 구조는 기업의 확장을 가로막는다. SQL, 스파크 같은 개방형 언어와 다양한 API를 통해 데이터 접근성과 유연성을 넓히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공동창립자 티에리 크루아네스(Thierry Cruanes)도 참석했다. 두 사람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쥬빌 사장은 "오라클에서 일할 당시 클라우드에 맞는 데이터 아키텍처를 실현하려 했지만 기존 사업 구조와 충돌해 한계를 느꼈다"며 "결국 회사를 나와 아파트 거실에서 화이트보드 하나로 스노우플레이크를 설계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한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기영 스노우플레이크코리아 지사장은 "서울 리전에서도 MS 애저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멀티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클라우드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며 "보안성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국내 기업들에 더욱 적합한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그동안 국내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번에 MS 애저 리전이 추가되면서 고객들은 클라우드 벤더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자사 환경에 맞는 인프라를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최 지사장은 "파워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비롯한 애저 데이터레이크, 애저 AI 등 통합 환경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MS와 기술 협력 범위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티에리 크루아네스(왼쪽부터) 스노우플레이크 공동 창립자와 베누아 다쥬빌 스노우플레이크 공동 창립자, 최기영 스노우플레이크 한국 지사장이 2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스노우플레이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