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기준금리 2% 시대'에 대응해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보험사들은 올해 추가 금리 인하 등에 따른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하락 방어를 위해 자본 확충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조달 부담 비용을 덜 것에 기대하면서도, 차주 상환능력 저하로 인한 건전성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이 지난 20일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데 이어, 다음 달 중 주요 보험사들도 2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한화생명(신종자본증권 최대 6000억원), 현대해상(후순위채 최대 8000억원), KB손해보험(후순위채 최대 5000억원), NH농협손해보험(후순위채 2000억원) 등이다.
올해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p) 하락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 비율은 최대 30%p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킥스 하방 압력이 커진 상황이다. 한은은 전날(25일) 기준금리를 2.7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022년 10월(2.50%) 이후 2년 4개월여만에 2%대로 진입했다.
최근 DB손해보험은 수요 예측을 통해 발행 규모를 2배가량 늘리기도 했다. DB손보 측은 이번에 확충된 자금은 안정적인 지급여력 비율 증대를 위해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지급여력금액이 확충될 경우 킥스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28.8%에서 8.9%p 증가한 237.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자본 확충 방안을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최대 실적에도 건전성 지표의 경우 급락 추세로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순익을 거뒀음에도 킥스는 39%p 하락했다. KB라이프와 농협손해보험은 각 64.5%p, 141%p 급감했다. 현대해상과 동양생명의 경우 각 155.8%, 154.7%로 금융당국 권고치(150% 이상)를 가까스로 넘겼다. 지난해 킥스가 크게 떨어진 건 하반기 시작된 금리 인하와 새 계리가정을 반영한 영향이 컸다.
카드·저축은행업권은 대내외적인 경기 불확실성으로 수익성을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향후 카드사의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조달 비용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낮아질 수 있다. 여전채 금리는 기준금리 조정에 따라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그러나 건전성 부담이 늘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전업카드사의 카드론·현금서비스를 포함한 대출 연체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3000억원)과 비교해 15.4% 증가했다.
지난해 전업카드사 5곳(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의 평균 연체율은 1.43%를 기록, 1년 전보다 0.12%p 치솟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추가 금리 인하의 불확실성과 내수 경기 부진으로 인해 차주의 상환능력이 지속해 악화할 수 있다"며 "추가 가맹점 우대 수수료 인하 등으로 본업 수익성 개선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저축은행업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업권이 신규 영업을 제한한 가운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저축은행업권 연체액은 지난달 말 기준 9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8조3000억원)보다 9.6% 증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 등이 지연되면서 연체율 관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PF 사업장 정리가 지연되는 곳을 집중 점검한다고 예고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