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기존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과징금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콩 ELS 사태'는 2023년 홍콩 H지수가 2년여 만에 반토막 나면서 발생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져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ELS 특성상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지수가 급락했던 2023년 기준 전체 상품 잔액의 80%에 달하는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지난해 돌아오며 손실이 본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은행과 증권사 등이 투자자 성향과 맞지 않는 상품을 권유하는 '불완전 판매'가 적발되며 논란이 확대됐다. 직원들의 상품판매 실적을 성과에 포함시키고, 일정 실적을 강요하는 '밀어내기식' 판매 관행 등으로 예금을 맡기려고 은행을 방문한 노인에게 위험 상품을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속여 권유한 사실이 드러나며 금융당국이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금융당국은 ELS와 같은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은행 점포를 줄이고, 투자자 적합성 평가를 내실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향후 이 같은 불완전판매 적발시 과징금 규모를 높이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법안 개정 논의를 진행하면서 기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라며 "법안 개정안은 9월 발의를 목표로 국회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LS 판매가 가능한 은행 점포는 현재보다 5~10% 수준으로 줄인다. 그는 "ELS 판매가 가능한 거점점포는 일정 지역 내에서 영업활동의 중심 또는 근거지가 되는 영업점"이라며 "작년 말 기준 은행 점포는 3900개 내외인데, 그 중 5~10% 정도 수준이 거점점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점포 수를 제한하지 않고 거점점포에서만 ELS 상품을 판매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갯수보다는 물적 요건이나 인적 요건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10개로 제한하거나 100개로 제한하는 것보다는 충분한 요건을 갖춘 점포에서 팔아야 한다는 원칙이 중요했다"고 답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지방에 거주하는 소비자의 불편이 확대되고, 선택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ELS만 판매를 제한할 뿐, 기타 고난도 금융상품은 일반 점포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도록 해 유사한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은행에서 파는 나머지 고난도 상품과 달리 ELS는 소비자가 상품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조금 더 완벽한 분리가 필요하다"며 "초반에는 일부 소비자의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은행이 지역별 소비자 수요 등을 고려해 거점점포를 균형있게 배치해 운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권 제한에 대해서는 "ELS 관련 검사 결과 드러난 불완전판매 사례와 관련된 기존의 판매관행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 보호장치가 충분히 갖춰진 채널을 통해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 균형있는 개선방안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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