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상환자(상해등급 1~11급)만 합의금으로 불리는 자동차보험 향후치료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자동차보험 약관 등의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에게 지급한 보상을 중단한 것이다. 무분별한 경상환자의 보상 청구를 차단하기 위해 8주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원할 경우 추가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사회초년생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청년층(19~34세 이하) 대상으로 부모 보험으로 운전했던 무사고 경력을 3년까지 인정해 준다. 배우자도 최대 3년 인정받을 수 있다. 보험 가입 때 무사고 경력이 3년 인정되면 보험료 부담이 약 24％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은 26일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자동차보험료 개선안'을 발표했다.
자동차보험은 그동안 부정수급과 보험사기, 과도한 합의금 지급 등의 문제가 지속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476억원(6만5000명)의 자동차보험 사기를 적발했다. 과잉 진료와 장기 치료 등으로 인해 관절·근육의 긴장·삠(염좌) 등 진단을 받은 경상환자에게 지급되는 치료비는 최근 6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중상환자(연 3.5%)보다 2.5배 이상 높은 9%였다. 2023년 한해에만 약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조기 합의를 목적으로 한 합의금이 보험사들이 관행적으로 지급하며 2023년 기준 치료비보다 많은 약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400만명에 달하는 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장래 치료 필요성이 높은 중상환자에게만 합의금을 지급토록 할 방침이다.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 심사를 깐깐하게 해 통상의 치료 기간인 8주를 초과하는 경우 치료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절차를 마련한다. 이렇게 되면 개인 자동차보험료가 3% 안팎으로 인하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치료비를 받을 때는 건강보험 등 다른 보험으로 동일 증상에 대해 중복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험사가 안내하도록 한다. 다른 보험 관련 기관의 중복수급 탐지를 위한 지원도 추진한다.
취업이나 결혼 등으로 독립해 처음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게 되는 사회초년생 자녀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시행한다.
부모의 보험으로 운전한 청년층 자녀의 무사고 경력도 인정해 준다. 배우자도 운전자한정특약 종류와 무관하게 무사고 경력을 최대 3년 인정받게 된다. 현재 배우자 '부부한정특약'으로 운전할 때만 무사고 경력을 인정해 준 바 있다. 국토부는 무사고 경력 1년은 7％, 2년은 14％, 3년은 24%가량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준도 높인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정비업자에 대해서 사업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행정 처분을 강화한다. 중대 교통법규 위반을 예방하고 국민의 경각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마약·약물 운전에 대해선 음주운전 등 다른 중대 교통법규 위반과 마찬가지로 20% 할증하는 기준을 마련한다. 마약·약물 운전 무면허, 뺑소니 차량 동승자에 대해서도 음주 운전 차량 동승자와 같이 보상금을 40% 깎는다.
정부는 향후치료비의 지급 근거 마련과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 추가 서류 제출은 관계 법령 및 약관 등 개정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무사고 경력 인정 확대 등 방안은 올해 상반기 내 후속 조치를 통해 우선 시행키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불필요한 자동차보험금 누수의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편익 개선까지 나타날 수 있도록 금감원과 보험사의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보험료 조정의 합리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