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영의 국회법슐랭] 여야 속도 내는 `하늘이법`…"이름 사용 우려" 이유는?

입력: 2025-02-16 16:39 윤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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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17일 당정협의회서 대책 논의
민주, 당론 추진…17·19일 간담회 개최
정신질환 검증 체계 강화 등 안전장치
"편견·혐오·낙인 등 부작용 없도록 해야"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윤선영의 국회법슐랭] 여야 속도 내는 `하늘이법`…"이름 사용 우려" 이유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 양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당한 고(故) 김하늘 양의 이름을 딴 '하늘이법'을 추진하고 있다. 교사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학교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일단 '하늘이법' 제정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움직이는 모습이다. 먼저 국민의힘은 정부와 17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고위험군 교사의 긴급조치 등 교원 관리·지원 체계는 물론 늘봄학교 귀가 등 학교 외부 출입 관리와 안전 강화 방안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당 지도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함께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하늘이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결정한 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와 당내에 설치한 교육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17일과 19일 교원단체·학부모 간담회를 잇따라 열기로 했다. 이 밖에 18일에는 국회 교육위 현안보고에서 여야가 교육당국의 대책을 점검한다.

앞서 교육부는 하늘 양 피살 사건 이후 △질환교원심의위원회 법제화 △직권 휴직의 법적 구속력 강화 △복직 검증 강화 △특이 증상 발현 시 긴급 개입 △주기적인 심리검사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의원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내실화하는 학교보건법·교육공무원법 개정안,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과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학교폭력예방·대책에 관한 법 개정안 등을 발의하며 목소리를 냈다. 모두들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면 안 된다는 점에서 한뜻으로 제도 개선에 주력한 것이다.

다만 정치권이 '하늘이법' 제정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은 성급한 입법 추진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교사를 낙인찍고 사회적 편견과 혐오를 키워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이는 이른바 '네이밍 법안'을 둘러싼 우려와도 맞닿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 양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밍 법안은 억울한 피해자의 희생을 기리고 국민적 여론을 토대로 신속한 법제화까지 이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가 있다. 이에 '하늘이법'뿐 아니라 비극적인 사건·사고 발생 후 특정인의 이름을 붙여 법을 발의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네이밍 법안은 감정에 호소하는 측면이 클 수밖에 없기에 법이 현장에서 일으킬 부작용을 냉정하고 세밀하게 바라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 같은 차원에서 법 제정의 취지와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늘이법'의 경우도 핵심으로 꼽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기에 앞서 기존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원인을 찾고 이를 토대로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에도 정식 법안명은 아니지만 피해자인 아동의 이름을 따서 사회적으로 명칭을 붙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법안이 설 익고 부작용이 예상되더라도 반대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이번 사건도 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법안의 이름을 '하늘이법'으로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은 '하늘이법' 제정에 속도를 내면서도 '졸속 입법', '벼락 추진'이라는 비판을 쓰지 않도록 세심히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교원들의 정신 건강과 관련한 종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교원들이 그 어떤 불이익도 없이 관련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돕는 방안을 '하늘이법'에 담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초등교사 출신인 백승아 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구성원인 교사와 학생 모두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하늘이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라며 "전체 교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부정적 혐오가 확대되고 잠재적 위험인자나 범죄자로 간주돼 학교에 대한 신뢰 회복과 학교 안전보다는 학교에 대한 불신과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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