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노후 항공기를 교체하고 신기재를 도입하는 '기단 현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노후 항공기 교체 시점에 맞물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사태가 항공사들의 움직임을 더 촉진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평균 기령(항공기 연식)을 낮추는 게 사고 위험을 줄이는 직접적 요인은 아니라며, 단순 마케팅 수단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언급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항공사들은 노후 항공기 교체와 신기재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A350-900 1·2호기를 포함해 총 15대를 도입했으며 올해 B787-9·10 11대, A350-900 1대 등 총 21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또 오는 2034년까지 A350 계열 항공기 33대, A321neo 50대 등을 포함해 최첨단 친환경 항공기를 총 203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적극적이다. 이스타항공은 올 하반기부터 올해 7대, 내년 5대의 새 비행기를 들여 올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B737-8 12대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제주항공은 오는 2030년까지 기단 현대화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밝히며 그 일환으로 지난달 B737-8 구매기 1대를 도입했다. 앞서 2023년에도 2대를 들여왔다. 제주항공은 2018년에 보잉사와 B737-8 50대(확정 40대, 옵션 1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상반기 중 B777-300ER 2대와 A330-200 1대, A330-300 1대 등 중대형기를 추가로 도입할 방침이다.
항공사들의 발 빠른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는 반면 일각에선 기단 현대화가 곧 안전성 확보와 직결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과거 사례 등을 볼 때 사고 원인이 기체 노후화보다는 조종 실수와 정비 불량, 기상 악화 등 운영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평균 기령이 낮아지면 첨단 기술을 적용한 신형 항공기가 늘어 사고 위험이 일부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기령이 낮다고 해서 사고 위험이 획기적으로 감소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체계적인 정비와 조종사 훈련 강화, 항공사 운영 관리 개선 등의 총체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시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고 불안감 등이 커진 분위기에서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항공사들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항공사들은 최근 고유가·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며 비용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경영실적 발표에선 대한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매출은 큰 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최대 절반 수준까지 감소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항공기 구매는 대규모 차입이나 금융리스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항공사들의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리스(임대) 역시 이자부담 등 장기적으로 상당한 비용 부담이 따르게 된다.한편 업계에선 항공기 경년화는 단순한 기령보다 운항 횟수(사이클)와 비행 시간에 따라 다르다고 보고 있다. 단거리 노선에서 이착륙이 많으면 기체 피로도가 빠르게 증가해 더 빨리 경년화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국적사들의 보유 항공기 중 총 63대는 제작된 지 20년이 넘어 국토교통부의 특별관리 대상인 '경년 항공기'로 분류됐다. 대한항공 31대, 아시아나항공 15대, 진에어 6대, 제주항공 5대, 에어인천 4대, 에어부산 2대 등이 포함됐다.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