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1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는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렸던 국무회의가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는지가 주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사진)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비상계엄에 찬성하지 않았다면서도 실질적인 국무회의였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변론기일에서 비상계엄 당일 진행된 국무회의가 정당했냐는 질문에 대해 "판단할 위치가 아니다"라면서도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이를 국무회의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해당 회의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평가 못 하겠다. 간담회 정도였다'라고 답하고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을 언급하며 "국무회의에 개회 선언, 안건 설명, 폐회 선언 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 맞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개회 선언 등이 없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의사정족수인 11명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서 국무회의를 나름 격식을 갖추고 했는데 그분들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의 단전·단수와 관련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앞서 검찰이 작성한 윤 대통령 공소장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이번 비상계엄에서 그런 조치는 아예 배제돼서 지시할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이나 소방을 지휘할 권한이 없다는 건 다 알려진 상황이었고, 대통령께서 누구보다 그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저에게 그런 유형의 지시를 내릴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통령실(집무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이후 사무실로 돌아와 소방청장에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겨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했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전달하지 지시를 무려 2시간 넘게 뭉개고 있다가 전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날 오후 변론에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신 실장은 국회 측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지난해 3~4월경 삼청동 안가에서 '비상한 조치' 발언을 들은 적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으나 그런 취지의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제가 평소 알고 있던 역사관, 국내 정치, 우리 국민 정치 의식을 고려할 때 그런 게 썩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또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본인을 비롯한 수석들이 대통령을 말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한편 이날 증인 신문 후에는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이 먼저 발언권을 얻어 "탄핵과 예산, 특검은 대한민국에서 헌법 법률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국회의 권한"이라며 "권한 행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국회를 척결의 대상, 반국가 집단,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인식했다면 이것이 과연 경고성이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즉각 발언을 요청하고 "줄탄핵, 예산 및 입법 폭거가 국회 권한이라면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르는 후속 조치도 엄연히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소추위원단과 민주당에서 내란 프레임으로 만들어낸 체포, 누구를 끌어내는 일, 그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국민들에게 군인들이 억압이나 공격을 가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