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출도 현지생산도 답없다"… 철강 이어 반도체·車도 비상

입력: 2025-02-11 18:43 장우진 기자

폰트

기자 구독

트럼프, 알루미늄 등 25% 관세
자동차·전기차 배터리 등 타격
한국산 철강 조달 비용도 부담
미국 투자유인 일자리 증가 전략
국내 채용 ↓… 산업발전 악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반도체·자동차 등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연쇄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 수출의 중심인 반도체·자동차 업종의 수출 악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미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도 한국산 철강을 조달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커지게 돼 '수출'과 '현지 생산' 모두 트럼프 2기 대응 카드로 벅차다는 한숨이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상호관세 정책도 제시할 예정으로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재계는 대미 전략을 전부 새로 짜야 할 판이라고 토로한다.

1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완성차 업체의 북미 수출액은 346억달러(약 50조2600억원)로 전년보다 8%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해외 수출액 대비 미국만 54%를 차지해 절반을 넘었다. 미국 수출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 기아, 한국GM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278억달러(185조5000억원)로 전년보다 10.5% 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한국의 수출 품목 1·2위 업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앞으로 몇주간 철강·알루미늄뿐 아니라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에 대해 들여다 볼 것이다. 그 외 다른 두어개 품목에 대해서도 볼 것이라며 "모두 우리나라로 많은 일자리를 가지고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관세 부과로 자국 투자를 유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트럼프 1기 출범 이후 미국에 대거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마찬가지로 타격 우려가 나온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북미 지역 매출을 별도 공시한 100곳의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13조5231억원으로 1년 새 19.5%(51조2516억원) 증가했고, 북미 매출 비중은 28.1%로 2.9%포인트(p) 상승해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2022년 10월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인근의 서배너 '엔마켓 아레나'에서 진행된 기공식 행사에서 조지아 지역주민들이 전시 차량을 관람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자동차의 경우 강판 수입 과정에서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강판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꼽혀 공급망에 변화를 주기도 어렵다. 또 알루미늄은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전기차 생산 전용 공장으로 지었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트럼프 정부의 친환경 산업에 대한 부정적 방향성이 맞물리면서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병행하기로 선회하며 대응에 나섰다.

가전·반도체 업종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18년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대응을 위해 현지 투자 생산을 늘렸지만, 마찬가지로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가전 제품에 사용되는 컬러강판의 경우 취급하는 철강사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기도 쉽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가 일부 원가 부담을 야기시킬 수 있지만, 앞으로 관세 대상 품목이 더 늘 수 있다는 점이 더 문제"라며 "캐나다·멕시코 지역에 대한 관세 유예 등 변수가 많아 우선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이 정치리스크를 겪고 있어 대미 통상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도 기업들의 우려를 깊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에도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한국 정부가 발 빠르게 협상에 나서면서 무관세 쿼터를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현재는 각 기업이나 협회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휘둘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10대 적자국 중 8위(658억원)에 올라 있다는 점에서 무역수지를 메우려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타깃 범위 안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 만큼 상대국 제품에 관세율을 부과하는 개념의 '상호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는데, 캐나다·멕시코 사례를 봤을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효력이 얼마나 발휘될지 미지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트럼프가 원하는 건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 사람을 쓰는 것"이라며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을 활성화하고 투자를 늘리는 것은 반대로 국내 일자리가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해 국내 사업 발전에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장우진·임주희기자 jwj17@dt.co.kr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22
☎ 02) 3701-5500
등록번호 : 서울 아01699
등록일자 : 2011.07.15
발행일 : 2000.03.03
발행인/편집인 : 박학용

[기획] "수출도 현지생산도 답없다"… 철강 이어 반도체·車도 비상

이 시간 핫클릭

핫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