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균형 고려로 금리 동결"
정부에 추경 편성 필요성 강조
달러 가치 불확실성 확대도 영향
정부에 추경 편성 필요성 강조
달러 가치 불확실성 확대도 영향
'환율·물가'에 금리 인하를 미룬 한국은행이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는 물론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6일 금통위 본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카드를 꺼내게 된 사정에 대해 토로했다. 정국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반등 조짐이 나타난 상황에, 금융위기 후 첫 3연속 금리 인하에 부담을 느낀 분위기다.
이 총재는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지만 이번에는 환율 중심의 대외 균형을 더 고려했다"며 "정상적인 상황보다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올라간 상황이기에 물가 등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계엄 등 국내 불안에 대한 환율 기여분에 대해선 30원 가량으로 추정했다. 이 총재는 "최근 70원 상승 중 50원은 달러 강세 영향이다. 국민연금 헤지 물량 등과 안정화 조치를 고려할 때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는 30원 정도가 올라 펀더멘털에 대비 많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이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될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예상치(1.9%)보다 0.15%p 올라 2.0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외에도 국제 유가가 같이 올라간다면 물가에 미치는 임팩트가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 노력도 당부했다. 다시 한번 빠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가급적 추경을 빨리 해야만 경제 예측 기관에서 반영할 수 있다"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지면서 통화정책 외에도 그정도 수준을 보완하는 수준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할 경우 미국 내 경기·물가는 물론 달러 가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도 금리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고용 지표가 깜짝 호조를 보이면서 대두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조기 마무리 조짐도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뒷받침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경제정책과 높은 원·달러 환율 수준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며 "트럼프 경제정책(관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는 국가로 한국이 지목되고 있다. 양호한 미국경기 펀더멘털로 인한 강달러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원·달러 환율상승 위험은 여전히 잠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계엄 이후 여러 데이터를 보니 소비나 건설 경기 등 내수 지표가 예상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며 "작년 4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0.2%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2월 금통위때 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기조 확인 후에도 한은은 국내 경기 하방 리스크를 언급하며 올해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며 "두 차례 소통 모두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최소 1분기 중 한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어뒀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기준금리가 시장금리 등과 비교해 여전히 통화 긴축적 수준인 만큼, 한은은 2월에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함께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올해 3분기까지 분기별로 한 차례씩,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연 2.25%까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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