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소비자가 청구한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액이 지난해 5000억원 규모를 돌파했다. 올해 들어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에도 이미 작년의 절반가량 보험액이 청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이 생명보험협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 16곳 기준 지난해 전체 상급종합병원(45곳)의 보험 청구액은 5233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상급종합병원의 실손보험 청구액은 2019년(병원 42곳) 3233억3000만원이었으나 5년 새 61.9% 급증했다. 상급종합병원이 47곳으로 늘어난 올해는 상반기 기준 2611억2000만원을 청구, 지난해의 49.9%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실손보험 청구액 중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에서의 청구액(1870억원)은 전체의 35.7%에 육박했다. 빅5 중 청구액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아산병원(약 521억5000만원)이었다. 이어 △세브란스병원(430억원) △삼성서울병원(392억원) △서울대병원(269억8000만원) △서울성모병원(256억6000만원) 순이었다.전체 상급종합병원의 실손보험 청구 건수는 2019년 172만9758건에서 지난해 236만3769건으로 36.7% 늘었다. 빅5의 지난해 실손보험 청구 건수는 모두 75만4873건이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의 보완재로 등장했으나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이나 응급실을 이용해도 비용 부담을 줄여줘 의료전달 체계의 왜곡과 비효율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김미애 의원은 "실손보험으로 이른바 '의료 쇼핑'이 벌어졌고, 어차피 보험사가 낼 돈이니까 비싼 치료를 끼워 넣는 병원이 흔해지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의대 정원 확대로 향후 의사가 늘어난다고 해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필요한 곳에 의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는 의료개혁 과정에서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 합리화와 실손보험 상품의 관리·계약 구조 개선, 보건당국과의 협력 체계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손보험 문제점을 알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협력해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