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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국 반도체 산업 `퀀텀점프`, 초순수 국산화부터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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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SK실트론, '초순수 국산화 R&D' 진행…하반기 실공급 추진
[르포] 한국 반도체 산업 `퀀텀점프`, 초순수 국산화부터 속도낸다
4층 초순수 막탈기공정 국산제품 모습. 사진 환경부

"반도체의 시작과 끝은 '물'입니다. 물(초순수)에 대해 일본 기술 탈피는 물론 환경부 전략에 맞게 글로벌 리딩을 하자는 목표가 많이 진척되고 있고 자체적으로 투자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탁세완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산업용수처장)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물'부터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원판) 제조와 관련한 해외전문기술분야의 국산화 전환에 정부 지원과 민간 노력이 시너지를 내며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29일 찾은 경상북도 구미국가산업단지의 SK실트론 2공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일반 제조공장에 비해) 조용히 진행 중이었다. 이 공장은 환경부 국가과제로 추진 중인 '초순수 국산화 기술개발(R&D) 사업'의 실증플랜트다. 반도체 소재 전문업체인 SK실트론은 웨이퍼 생산 과정에서 '초순수(Ultrapure water, UPW)' 사용이 필수다.

물을 구성하는 수소·산소만 남기고 무기질과 미생물, 중금속 등을 전부 제거해 반도체 웨이퍼의 불순물을 씻어내는 데 쓰이는 초순수는 '반도체 생명수'로 불린다. 이처럼 웨이퍼 제조에 꼭 필요하지만 국산 기술 개발이 요원했던 터라 40여년간 쿠리다, 노무라 등의 일본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렇게 국내 민간기업현장에서는 필요성이 절실했지만 비용 등의 한계에 부딪혀 자발적으로 시작조차 못했던 분야가 '초순수 플랜트'였다. 이에 정부가 움직였다. 문재인 정권 시기인 2021년 3월부터 5년 간 총 연구비 443억원을 투입한 '초순수 국산화 국가R&D'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목표는 초순수 플랜트의 설계·운영 100% 국산화와 플랜트에 적용되는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의 70% 국산화다.

이경혁 한국수자원공사 산업용수연구팀장은 "초순수 플랜트에 적용되는 소부장 중에 자외선(UV) 산화장치는 '에코셋', 탈기막(수중의 용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장치)은 '세프라텍', 이온교환수지는 '삼양사' 등에서 개발하고 있다"며 "개발된 제품을 현장에 적용해 SK실트론에 초순수 실증플랜트를 설계·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화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성크린텍은 이 플랜트를 설계·시공했고, 초순수 플랜트에서 만든 초순수를 웨이퍼를 만드는 공장까지 이송하는 배관은 진성이엔씨에서 설계·시공을 맡았다. SK에코플랜트는 초순수 플랜트의 사이버교육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취재진에 이날 공개된 SK실트론 초순수 생산동에서는 하루 2400㎥의 초순수가 생산되고 있었다. 시설 절반은 일본산 소부장으로, 나머지는 국산 소부장으로 구성됐으며 이를 통해 각각 하루 1200㎥의 초순수가 만들어졌다. 4층 규모(약 1289㎡)의 건물에는 층별로 탱크시설과 전처리 시설, 순수공정 시설과 제어실, 초순수 공정 시설이 차곡차곡 설치돼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용수가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초순수에 가까워지는 구조다.


1층부터 여행을 시작한 용수는 정밀여과(MF)나 활성탄여과, 양이온 교환탑, 역삼투막, 막탈기, UV 산화, 전기탈이론 등 20~30여개에 달하는 수처리 공정을 거치며 4층에서 초순수로 변신한다. 이 중 외산제품으로 만들어진 1200㎥의 초순수는 이미 작년 5월부터 신규 FAB에서 사용 중이다. 나머지 국산제품 생산분은 아직 한창 검증 단계를 밟는 중이라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가는 중이다.
[르포] 한국 반도체 산업 `퀀텀점프`, 초순수 국산화부터 속도낸다
자료 환경부

이 팀장은 "지난 주에 국산 소부장이 적용된 2단계 플랜트의 수질 검증을 완료했고, 이 성능 검증을 이곳에서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며 "SK실트론의 협조를 받아 웨이퍼 생산까지 솔루션을 점검하게 되면 최종적으로는 운영기술, 설비기술 모두 국산화가 된다"고 강조했다.

초순수는 반도체 세정 등에 사용되는 핵심소재라 해외의존을 탈피해 전략물자화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다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 대기업의 문턱을 넘어야한다. 국내 장비로 생산한 초순수는 이미 기준은 넘었지만 외산제품에 비해 아직 약간의 편차가 발생하고 있어 실사용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상황이다.

[르포] 한국 반도체 산업 `퀀텀점프`, 초순수 국산화부터 속도낸다
자료 환경부

초순수 국산화 및 해외수출 1단계 목표는 2025년까지 기술 국산화 및 반도체 산업에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관련업계의 세계시장 진출 기반 마련이다. 이어 2030년까지 K-UPW 플랫폼센터를 조성해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강소기업 육성과 추가 기술개발, 인적기반을 구축해 물산업을 수출하겠다는 것이 2단계 목표다.

초순수 시장의 성장속도로 보면 국산 초순수의 상용화도 시급한 사안 중 하나로 보인다. 기존 국내 초순수 시장은 2020년 1조원에서 2040년 2조3000억원 성장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수도권 반도체 산단 공급 발표 등을 감안하면 2040년 4조원 수준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김학승 SK실트론 부사장은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 더 성장할텐데 한국의 먹거리 포지션은 물 쪽이다. 물은 지금 일본이 거의 주도하고 있고, 미국 프랑스는 양념 수준"이라며 "수질 검증 수치는 맞췄으나 (실사용)집입장벽이 높아 뚫기가 어렵다. 약간 (정부의) 강제성이 동반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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