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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 채권 등급 줄하향… 줄도산 위험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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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연체액 1조5748억 달해
조달여건 악화에 '부정적' 전망
캐피탈사 채권 등급 줄하향… 줄도산 위험 커졌다
[연합뉴스]

캐피탈사들의 채권 신용등급 전망이 줄줄이 깎이고 있다. 캐피탈사는 보통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할부·리스 등의 형태로 빌려주고 이자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채권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그만큼 조달금리(채권 발행 금리)가 올라가고, 최악의 경우 돈줄이 막힐수도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25개 주요 캐피탈사의 연체액은 1조5748억원이다. 이중 고정 이하(3개월 이상 연체) 여신은 작년 하반기부터 쭉 1조원을 웃돌고 있다.

이처럼 캐피탈사의 자산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전망을 줄줄이 내리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28일 매출액 기준 업계 7위 엠캐피탈 무보증사채의 등급을 '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고금리와 부동산금융 부실 우려, 주주관련 이슈 탓에 엠캐피탈의 조달여건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엠캐피탈에 대해선 신평사 3곳의 의견이 일치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3일 엠캐피탈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자산건전성 저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등의 이유로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작년 말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린 데 이어 부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도 24일 같은 이유로 등급전망을 조정했다.

엠캐피탈의 올해 3월 말 기준 차입부채는 2조6000억원으로 이중 단기성차입부채 비율은 69.3%, 즉시 가용할 수 있는 유동자금 규모는 2142억원이다. 향후 만기 1개월·3개월짜리 단기 부채를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자금을 이미 조달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체조달 여력도 부족하다. 위험이 커진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포함한 기업·투자금융 비중은 3월 말 54.8%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엠캐피탈의 등급 강등을 우려하고 있다.

캐피탈사의 신용등급 전망은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진 지난 2022년 말부터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선순위 물량이 많지 않은 캐피탈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후순위 물량이 많아 다른 금융업권보다 연체 우려가 높다.

한신평은 2022년 말 에이캐피탈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어 작년 6월 말에는 오케이캐피탈의 등급을 내렸다. 이어 12월에는 이 회사의 무보증사채(BBB+)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기평도 에이캐피탈, 오케이캐피탈, 엠캐피탈에 대해 같은 맥락의 판단을 내렸다.

그사이 일부 신평사는 DGB캐피탈의 무보증사채(A+)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전문가들은 이상하다고 진단했다. AA급 이하 채권의 등급전망을 조정하려면 본질적으로 사업경쟁력이 튼튼해져야한다. 유상증자 500억원 등으로 DGB캐피탈의 손실흡수능력이 늘었다는 것은 억측이라는 것이다. 시장 상황과도 맞지 않았다. DGB캐피탈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9년만에 3%대에 진입했다.

캐피탈사의 자금 조달 여건은 계속 악화될 전망이다. 캐피탈사의 차환 능력이 떨어지면 일시적으로 집중된 충격 탓으로 줄도산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캐피탈사는 자산을 매각해 외형을 축소하고, 담보를 제공해 돈을 빌리면서 연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내리고 있어 채권시장에서 답답한 차환 상황에 대한 뚜렷한 해법도 없다.

금융감독원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A급' 이하 캐피탈사 중심으로 유동성 우려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캐피탈 업체의 연체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채권 물량의 60% 이상을 상위 회사가 갖고 있어 감내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당국의 옥석가리기 수준으로는 유동성이 막히고 가격 협상이 안돼 차환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럴 경우 충격파는 순식간에 업계를 덮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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