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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고층 재건축, 해외설계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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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아파트 설계 참여이력 없어
내부디자인, 국내 현실과 안맞아
한강변 고층 재건축, 해외설계 실효성 논란
성수4지구 조합이 공개한 77층 아파트 조감도. <성수4지구 조합 제공>

서울 한강변 '특급지'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설계를 해외에 맡기고 있다. 서울시가 재건축 층수 제한 규제를 풀면서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설계한 경험이 있는 해외 설계 회사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설계 회사들의 주요 실적이 해외 랜드마크 빌딩이고, 국내 주거시설을 설계해 본 이력은 없어 실효성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4지구 재개발 조합은 다음 달 초 '디에이건축·한국종합건축·겐슬러' 컨소시엄을 건축 설계사로 선정할 계획이다. 성수4지구 재개발은 최고 77층 높이 아파트 건립을 목표로 하는 정비단지다.

성수4지구 설계 참여 예정인 '겐슬러(미국)'는 세계 최대 건축업체 중 하나다. 겐슬러는 중국 상하이 타워(118층 높이)·두바이 국제금융센터(60층 쌍둥이 빌딩) 등을 설계한 이력이 있다. 세계 50여 곳 지사를 운영하고 있고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성수4지구 조합 관계자는 "혁신적 디자인을 위해 글로벌 설계사 참여를 유도한 결과 겐슬러의 공모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겐슬러는 국내 주택 설계에 참여해 본 이력이 없다. 조합은 해외 설계를 통해 '설계 특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아파트 설계 경험이 없는 회사가 설계를 맡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도 해외 설계 회사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지난해 6월 '디에이건축·도미니크페로 건축사(프랑스)' 컨소시엄을 설계 업체로 선정했다. 압구정3구역도 같은 해 12월 '희림·나우동인·UN스튜디오(네덜란드)'컨소시엄을 설계 회사로 뽑았다. 이들 역시 국내에서 주택 설계에 참여한 이력은 많지 않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초고층 규제를 풀면서 한강변 정비 단지들이 잇따라 해외 설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들이 설계했던 건물은 대부분 초호화 빌딩"이라며 "외관 디자인을 신경 써야 하는 빌딩 설계와 내부 공간 활용도를 고민해야 하는 주택 설계에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설계 당시, 해외 설계회사와 협업을 추진했던 사례가 있다. 하지만 삼성은 래미안 원베일리를 해외 업체의 설계안 대로 짓지 않았다. 이 해외 설계 회사는 40평대 아파트를 방 3개 구조로 짓겠다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0평대는 방 3개, 40평대는 방 4개라는 인식이 강한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아, 채택되지 않았다.

국내 아파트의 경우 '4베이'가 가장 우수한 평면인 것으로 평가받는 반면, 빌딩 설계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건축 설계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장이 설계한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해외 설계 회사를 채택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국내 아파트 건축에 해외 설계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며 "해외설계의 경우 비용이 5배 가까이 더 들지만, 심리적인 요소를 빼면 실익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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