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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지구, 바다] 기후변화의 조절자,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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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인류가 우주나 뇌만큼이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생명과 에너지, 지구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다를 제대로 알고 지키는 것이 인류의 미래에 중대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지구', 바다의 여러 모습을 알아보는 글을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협력해 월 1회 싣습니다. [편집자]



최근 국제사회는 '기후변화'를 넘어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로부터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데 머리를 맞대고 있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진단과 예측은 이를 위한 가장 필수적인 출발점이 된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핵심 개념과 용어에 관한 연구는 대략 20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1824년, 프랑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조제프 푸리에(Joseph Fourier, 1772∼1837)는 지구의 대기가 일종의 절연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지금의 '온실효과'에 해당하는 개념을 발견하였다. 당시 푸리에는 그렇게 부르지 않았지만, 1901년 스웨덴 기상학자 닐스 구스타프 에크홀름(Nils Gustaf Ekholm, 1848∼1923)이 '온실'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고, 1907년에 처음으로 영국의 물리학자 존 헨리 포인팅(John Henry Poynting, 1852∼1914)의 논문에 '온실효과'가 등장했다.

◇슈쿠로 마나베, 대기·해양·구름 고려한 컴퓨터 기후모델 최초 개발

기후변화 연구에 바다가 접목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1967년 미국 프린스턴대학 지구유체역학연구소의 기상학자 슈쿠로 마나베(Syukuro Manabe)는 리처드 웨더럴드(Richard Wetherald)와 함께 대기, 해양, 구름 등 기후에 기여하는 구성요소를 고려한 컴퓨터 기후모델을 최초로 개발하여 오늘 날 기후 연구를 뒷받침하는 모델의 토대를 마련했다. 슈쿠로 마나베는 지구 기후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한 공로로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에서 벗어나 일반 대중이 관심을 가지며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1988년에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를 설립했다. IPCC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사회·경제학적 정보를 포함한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6차 평가보고서를 발간하였다.

2023년 3월 IPCC가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표면 온도는 1850~1900년 대비 1.1°C 증가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2100년에는 지구 표면 온도가 적게는 1.4°C, 많게는 4.4°C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은 우리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지구, 바다] 기후변화의 조절자, 바다
해양기후예측센터(OCPC) 누리집 '2024년 3월 해양기후 분석정보'

◇바다, 대기 상의 열 안정적으로 흡수…기후변화 속도 느리게 해

그렇다면 전 지구적 관심사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바다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구 표면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바다는 기후변화를 조절하는 능력이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 그 이유는 바다는 기후를 결정하는 요소인 물, 열과 온실가스를 대기보다 월등하게 많이 저장하고, 또한 해수면에서는 해양과 대기 사이에 열과 온실가스의 교환이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는 열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인 열용량이 공기보다 훨씬 커서 지구대기상 증가한 열을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바다는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바다의 관점에서 기후변화의 대응을 위해서는 조사선, 인공위성, 무인로봇 등을 활용한 과학적 관측망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수집·분석·진단하고, 더불어 지구시스템모형이나 인공지능 기법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중장기 해양기후변화예측 수준을 높여야 한다.

◇KIOST, 지구상 에너지·탄소순환 모사시스템 자체 개발

국내 연구진도 기후변화 진단과 대응을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향후 3개월 해양기후 시범 계절 전망과 함께 매월 해양기후 지표를 분석한 자료를 해양기후예측센터 누리집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구 상의 에너지와 탄소 순환을 모사하는 지구시스템모형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으며, 1850년부터 현재까지 바다의 상태변화를 재현하고, 온실기체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해양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도 수록됐다.

더불어 관측 분야의 예로 KIOST 연구진은 종합해양과학조사선인 '이사부호'를 이용해 매년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 발생 해역인 북서태평양에서 수온·습도·해수온층 분포 등을 조사하고, 대형태풍 발생과 태풍의 강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해양기후 예측도를 높이는 등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에는 해양학 및 기후학적 분석 등을 토대로 한 과학적 기초자료 축적 등이 필요하며, 나아가 국제 사회 모두의 공동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5월 31일은 '제29회 바다의 날'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바다의 중요성과 역할을 되새겨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중교통 이용, 가전제품 사용 줄이기 등 현재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에너지 사용 절약을 실천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출처 : 한국해양과학기술(KIOST) 해양문고 '기후변화와 바다' (이재학 전 KIOST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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