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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전자의 CEO 전격 교체와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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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전자의 CEO 전격 교체와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교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창업주인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이 일본 도쿄의 오쿠라 호텔에서 반도체 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이다. 호암은 전 임원들이 반도체 사업에 반대했는데도 그룹의 전 자원을 쏟아부으면서 메모리 반도체에서 부동의 세계 1위에 오르는 기반을 마련했다. 만약 '사업보국'(事業報國·사업을 통해 나라를 이롭게 한다)을 내건 삼성이 세계 D램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더라면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21일 삼성이 반도체 부문 CEO(최고경영자)를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한 것은 충격적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흔들린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어서다. 이재용 회장이 반도체 수장 경질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은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는데다, 파운드리에서도 세계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그동안 그 이유를 반도체 시장 침체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둘러싼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돌려왔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대만 TSMC나 AI 반도체 세계 1위인 미국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을 이어온 점을 보면 삼성의 경쟁력 자체가 약화됐다는 게 보다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삼성은 그동안 '관리의 삼성' '기술의 삼성'이라는 세평을 들을 만큼 성과와 '초격차' 기술 중심 경영을 통해 세계 1등을 지켜왔다. 인사는 엄격하게 성과와 연계됐다. 그런데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15조원 가까이 적자를 내고, HBM 시장에서 SK에 주도권을 빼앗겼으며, TSMC와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는 49.9%포인트로 더 벌어졌는데도 책임지는 경영진이 없었다. 지난 주주총회에선 주주들로부터 HBM 시장에서 밀린 이유에 대한 추궁조차 들어야 했다. AI혁명과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세계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반도체 산업 육성에 쏟아붓고 있다. 대한민국이 반도체 전쟁에서 언제 밀려날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의 이번 인사는 끊임없는 혁신 없이는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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