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대안 없다"… 공사비 인상 수용하는 조합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협상 장기화해도 얻는 이익없어
"대안 없다"… 공사비 인상 수용하는 조합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디지털타임스 DB>

서울 주요 재개발 조합들이 건설사의 공사비 두 자릿수 인상 요구를 줄줄이 수용하고 있다. 공사비 협상을 장기화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봐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개발 조합은 공사비 인상 요구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안을 찾지 못해 건설사 요구를 대부분 따르고 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왕십리역 인근 성동구 행당7구역 조합은 대우건설이 요구한 공사비 306억원 증액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1월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이 공사비 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대우건설은 '공사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고, 조합은 사업 지연을 막고자 공사비 증액 요구를 수용키로 했다. 이 결과 행당7구역 공사비는 착공 당시 2203억원이었으나, 최종 2509억원으로 13.9% 늘어나게 됐다.

행당7구역 재개발은 성동구 행당1동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7개동 규모 아파트 94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인 '써밋'이 적용된다.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 조합도 시공사 GS건설의 공사비 200억원 인상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문3구역은 지난해 이미 분양을 마치고 내년 11월 입주를 앞둔 곳이다. GS건설은 강북구 미아3구역·성북구 장위4구역에도 공사비 증액을 요청해둔 상태인데, 업계에선 이들 조합이 공사비 인상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앞선 사례처럼 시공사가 '공사 중단'을 실제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공사비 협상을 진행하는 조합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또 정부·서울시가 조합에 그렇게 우호적인 것도 아니어서 공사비 인상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공사비 줄 인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청담건영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말 3.3㎡당 공사비를 당초 687만원에서 1137만원으로 65.5% 증액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 조합도 지난달 3.3㎡당 공사비를 569만원에서 128.5% 올린 1300만원으로 증액키로 의결했다.
올 하반기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 래미안아이파크' 조합과 강남구 '청담 르엘' 조합도 현재 시공사와 공사비 증액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시공단은 올해 2월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에 3.3㎡당 공사비로 823만원을 제시한 뒤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다. 이 곳 공사비는 2021년 3.3㎡당 510만원 수준이었으나, 3년 새 60% 가까이 뛰었다. 청담르엘 조합도 올해 초 시공사로부터 공사비를 70% 가까이 올려달라고 요구받은 상태다.

서울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시공사에게 도급계약을 준수하라는 식으로 맞서곤 했지만, 현재 시장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더 낮은 비용으로 공사에 참여하겠다는 건설사가 없는 상황에서 기존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을 장기화하는 것이 조합에게 유리하지가 않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