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미국 제조업 투자가 서부에서 동부로 집중되고 있지만, 미 동부 지역에 보유한 항만터미널은 전무한 상황으로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항만터미널 등 물류 인프라 확보를 위한 정부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4일 발간한 '미국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출입물류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 투자는 작년 277억달러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158억달러) 댜비 1.8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완제품·기자재 물류를 동반하는 한국 제조업의 미국 투자는 동부 지역 비중이 82.7%로 10년 전인 2014년(55.6%)보다 대폭 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텍사스에 대규모 반도체분야 투자 계획을 갖고 있고 현대, LG, SK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도 미국 동남부 오토 앨리(Auto Alley)라고 불리는 지역에 공장설립을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의 서부항만 정체가 심화되고 제조시설 등이 미국 동부, 캐나다, 멕시코 등 주변국으로 재편·분산되면서 과거 30년간 지속돼 온 아시아-미국 구간의 서부항만을 통한 물류패턴이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미물류공급망센터(뉴저지 소재) 센터장은 "미국 서부항만은 여전히 아시아·중남미발 수출물량을 처리하는 주요 관문"이라면서도 "한국발 미국 수출물류의 흐름이 기존 태평양을 거쳐 주로 미국 서부를 통해 트럭이나 철도로 움직이던 것에서 미국 동부를 통한 해상운송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미국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터미널, 창고, 철도, 도로 등 인프라 이용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공급망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북미지역 전략거점에 컨테이너 터미널, 물류센터, 물류창고 등 기반시설을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선사들은 자국 선박을 자사 보유 항만터미널로 우선 접안시켜 화물을 처리하고 타국 선박들은 후순위로 미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터미널을 보유하지 못하는 선사는 화물처리가 늦어지게 돼 수출기업들은 위약금, 계약취소 등의 피해를 입게 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은 현재 시애틀·타코마 일부 지역에 항만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부 지역엔 전무하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최근 이스라엘-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해운 피격, 볼티모어항 다리붕괴 사고 등 공급망 이슈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미 대선결과에 따라 대만해협, 호르무즈해협 등에서 추가적인 물류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망 리스크가 상시화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 수출장애 등 다방면에서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정부는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