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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포커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시행 한달… 진통 속 변화나선 게임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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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 모니터링단, 현장조사
그라비티 등 안내시스템 개발
공지사항 공시 자동화 난항
[테크&포커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시행 한달… 진통 속 변화나선 게임업계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 공개 의무화 시행이 한달을 맞은 가운데, 그 사이 대형 게임 개발사 3곳이 확률정보에 오류가 있었다고 자진 신고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또 다른 게임사 9곳을 적발했다.

총 12곳의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잘못 알린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게임 이용자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사들은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작업이 사람의 손을 거치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하고 보다 투명한 공개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법안은 게임사와 이용자 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돈을 내고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확률 정보를 공개해 왔지만 이용자들이 검증하거나 투명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미지 형식으로 확률 정보를 공개하다 보니 본인이 구매할 아이템의 정보를 쉽게 찾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2021년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큐브'의 확률이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이 작년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 3월 시행됐다.

◇공정위로 간 이용자들…게임위는 한달 만에 국내외 9개 게임사 적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후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웹젠 '뮤 다크엔젤' 등 3개 게임 이용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 3사가 확률을 잘못 공개한 뒤 즉각적으로 수정 안내를 하지 않고,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의무화되기 직전에 공시한 것이 기만이라는 것이다. 민원을 접수한 공정위는 지난 17일 판교에 위치한 게임사 3곳을 현장조사 했다. 게임사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잘못된 확률을 고의적으로 공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바탕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사들은 강력 부인하고 있다. 확률을 공지사항에 올리는 과정이 사람의 손을 거쳐 이뤄지는데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 기업들은 관련한 각종 보상안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도 약속했다.

이용자가 집단 민원을 제기한 공정위와 더불어 확률 정보 공개 담당 기관인 게임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 초 확률 정보를 잘못 공개한 국내외 게임사 9곳을 적발하고 시정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적발된 게임사가 시정요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게임위는 문체부와 함께 시정권고, 시정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시정명령을 불이행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테크&포커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시행 한달… 진통 속 변화나선 게임업계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넥슨 나우.

게임위는 게임에 직접 접속해 확인되는 확률 정보와 공지사항에 게재된 내용이 틀리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방식으로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소관이 게임위로 결정됐을 당시 모니터링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등급 분류 사태를 비롯한 각종 논란으로 게임 이용자와 게임사 모두로부터 신뢰도가 떨어지고 모니터링단 모집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게임위 모니터링단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신고하기 전에 게임 내에서 확인되는 확률과 공지사항에 기재된 확률이 다른 점을 발견했다"면서 해당 업체들의 명단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게임 이용자들이 공정위에 신고한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위나 국민신문고 등에 신고하면 게임위가 이를 접수해 확률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후 게임사에 시정요청을 할 수 있다.


[테크&포커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시행 한달… 진통 속 변화나선 게임업계
AI가 생성한 이미지

◇업계 "휴먼 에러… 재발 방지책 만들겠다"
국내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에 맞춰 이용자가 게임 속 확률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로 개발하거나 확률 공시를 위해 거치는 점검 프로세스를 보완했다. 신규 시스템은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갖췄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게임사 중 그라비티는 재발 방지를 위해 투명성을 높인 새로운 확률 안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전보다 쉽게 이용자들이 확률을 살펴볼 수 있고, 같은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버에 적용된 데이터가 웹에서 그대로 표시되는 방식을 택했다.

다른 게임사들도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인게임 확률 정보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오는 6월 공개할 전망이다. 넷마블은 게임서버에 등록된 확률 수치를 인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서버값을 호출할 수 있는 자체 페이지를 구축했다. 페이지 링크를 홈페이지, 공식카페 등과 연결해 확률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공개될 신규 시스템은 넥슨의 '넥슨 나우'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 나우'는 게임 내 각종 확률형 콘텐츠의 실제 적용 결과를 조회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이 직접 확률 데이터를 확인하고 스스로 확률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오픈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갖췄다. 단 '휴먼 에러' 발생 여지가 있는 공지사항 작성에는 적용되지 않고 이용자들의 확률 검증 수단으로 활용, 투트랙으로 병행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람의 실수에 의한 확률 정보 오류 문제는 재발할 여지가 있다.

게임사들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률 정보를 공시하는 프로세스에 이중·삼중장치를 갖춰 이용자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검증 프로세스를 철저히 하는 것은 사람의 작업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을 자동화하거나 실시간으로 공지사항에 반영하는 방안은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공식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공식 카페, 공식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지사항을 게시하고 있다. 이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실시간으로 확률정보를 공지사항에 올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이용자들이 직접 실제 확률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시스템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이용자들 외에도 확률을 확인하는 모니터링단의 접근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확률 표기 시스템이 개선되면 확률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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