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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테슬라, 전기차 성장엔진 꺼질라… 밸류체인 동반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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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40% 폭락·시총 440조 증발
부정적 전망에 서학 개미들 '패닉'
시장 위축에 후방산업도 전전긍긍
車가격인하·감원 등 정상화 안간힘
휘청이는 테슬라, 전기차 성장엔진 꺼질라… 밸류체인 동반위기
친환경과 자율주행 등 IT(정보기술) 혁신을 앞세워 전기차 대표주자로 수년 간 군림해오던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휘청이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연초 이후 40% 폭락, 3200억달러(약 440조원)의 시가총액(시총)이 날아간 상태다. 테슬라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해외 주식 중 하나로, 70만명의 개미들은 주가 급락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가 회복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분위기다.

친환경·자율주행차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지만, 소위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시대에 전기차 벨류체인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HL만도 등 전장사업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국내 업체들의 사업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테슬라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주력 모델인 모델Y와 모델S, X 기본 옵션 가격을 각각 2000달러(약 276만원)씩 인하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운전보조시스템인 FSD 소프트웨어 월 구독료 역시 최근 월 199달러에서 99달러로 내렸다. 이와 함께 중국 시장에서도 모델3는 24만5900위안(약 4670만원)에서 23만1900위안(약 4400만원)으로 1만4000위안(약 270만원) 인하했다. 모델Y와 모델S, 모델X 가격도 각각 1만4000위안씩 떨어진 24만9900위안(약 4740만원)과 68만4900위안(약 1억3000만원), 72만4900위안(약 1억3760만원)이 됐다. 이는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한 38만6810대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전 세계 사업장의 인력을 10% 이상 감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해말 기준 테슬라의 전체 직원 수는 약 14만명으로, 감원 규모는 1만4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6일 전 거래일보다 2.7% 하락한 157.11달러로 마감했으며 19일 종가는 147.05달러까지 떨어졌다. 시총은 장중 5000억달러(약 697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테슬라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최근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 감산에 들어갔으며, 공장 운영도 주 6.5일에서 5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감산과 구조조정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그동안 경계하고 있던 전기차 캐즘을 확인한 격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2021년 105%, 2022년 57%, 2023년 29%로 꾸준히 둔화하고 있다. 올해는 27%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과 더불어 미흡한 인프라와 화재·동력상실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수요 둔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회사 제프리의 애널리스트 필립 후쇼는 테슬라의 올해 인도량이 지난해보다 약 3% 감소한 177만대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실적 회복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 엠마누엘 로즈너는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수정하고, 목표주가를 189달러에서 123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는 "테슬라 주식은 투자자 기반이 변화하는 어려운 시기를 견뎌야 할지도 모른다"며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 생산과 가격 경쟁력에 매료됐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떠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 위기가 테슬라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전기 픽업트럭 생산을 2025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을 목표로 한 전동화 전환 계획을 5년 미루기로 했다. 포드는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출시 계획을 2년 늦췄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이같은 속도조절은 국내 전기차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테슬라에 2170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지난해 평균 공장 가동은 69.3%로 2021년(71.7%), 2022년(73.6%) 대비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도 테슬라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하고 있다. HL만도도 테슬라에 전기차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부 타격이 우려된다.

테슬라 발 전기차 성장동력 둔화는 반도체 업계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AI 가속기 'D1', 자율주행 칩 'HW 4.0' 등 차량용 첨단 AI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전장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테슬라발 전장사업 위축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늦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는 약 200개지만 전기차는 1000개,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반도체 수는 2000여개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공학부)는 "전기차 판매 주춤세가 3~4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배터리, 충전기, 차량용 반도체, 원자재 등 후방 산업들도 숨 고르기 기간에 들어갈 것"이라며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필연적이기에 이 기간 동안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역량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주희·신하연기자 ju2@dt.co.kr

휘청이는 테슬라, 전기차 성장엔진 꺼질라… 밸류체인 동반위기
영국 런던 외곽 웨스트 드레이턴에 위치한 테슬라 대리점에서 테슬라 차량이 충전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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