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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화합물 반도체 국산화 닻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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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순 ETRI 입체통신연구소장
[포럼] 화합물 반도체 국산화 닻 올렸다
우리는 지금 반도체 패권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반도체 패권이란 최첨단 반도체 기술과 생산 능력을 지배하려는 국가 간 경쟁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인한 반도체 부족 현상은 그 중요성을 크게 인식시켰고, 미국은 중국 반도체 기술에 대한 견제와 핵심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 정책으로 반도체 생산 지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은 이에 필요한 GPU 품귀현상으로 이어지며 AI 반도체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빅테크 기업의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실리콘 반도체는 1950년대 최초의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가 만들어진 이후 18개월마다 집적도가 2배 향상되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실현하며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하지만 실리콘 기반 반도체의 성능 및 효율 향상이 한계에 이르면서 이를 극복하는 한 방편으로 화합물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란 두 개 이상의 원소가 결합해 만들어지는 반도체다. 단일 원소 기반의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우수한 물성을 제공해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는 높은 전력 효율을 제공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높은 전자 이동성을 통해 실리콘 반도체 대비 고출력, 고속 동작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물질 조합을 통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 다양한 종류의 광소자, 전자소자 제작에 활용된다.

이러한 화합물 반도체의 가치를 인지해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을 축적해 왔다. 미국은 화합물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5G, 전기자동차, 국방 분야에서 화합물반도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30년 이상의 화합물 반도체 연구 경험으로 화합물 반도체 기반 LED, 고주파 소자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유럽은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화합물 반도체 기술개발을 추진해 질화갈륨 기반 전력 소자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도 2000년대 초부터 화합물 반도체 연구를 시작하여 최근 기술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는 빠른 동작 속도와 높은 전력 밀도로 5G·6G 무선통신 시스템의 전달 범위를 넓히기 위한 고속 데이터 신호 증폭에 적용된다. 국방 분야에서는 첨단 레이더, 전자전, 미사일 유도 시스템 등에 활용된다. 방사선에 강한 특성과 높은 전력 밀도에 의한 소형화 장점으로 위성통신 등 우주 분야에도 크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기차, 데이터센터, 태양광 발전, 에너지 저장시스템에 사용되는 고효율 전력 소자와 조성에 따라 다양한 파장의 빛을 만들 수 있다. 때문에 LED, 레이저 제작을 통해 조명, AR/VR 디스플레이, 초고속 광통신 시스템에도 활용된다.

ETRI는 지난 4월 4일 통신용 화합물 반도체 파운드리 구축을 위한 PDK 공개발표회를 열었고, 하반기부터 시범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PDK(Process Design Kit)란 반도체 위탁생산을 위한 파운드리의 공정 기술이 반영된 반도체 설계 도구다. 이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로 평가된다.

이로써 국내 최초로 화합물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 기반을 마련했으며, 2027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ETRI는 향후 전자소자, 광소자 각 1건의 PDK를 추가로 제공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ETRI 화합물 반도체 파운드리는 통신 및 국방 반도체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 수행을 통해 중소중견 기업의 산업화 및 첨단 R&D 지원으로 국산 화합물 반도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질화갈륨 기반 고주파 전자소자는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5G 이동통신 및 국방용 반도체의 국산화에 기여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공급망 불안과 선진국의 수출 규제 등에 대응할 것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서 화합물 반도체 기술 확보는 국가 경쟁력과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이다. 그러나 소량 다품종의 응용 분야 특성으로 고가의 장비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향후 정부 차원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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