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젠지세대 `핫플` 된 낡은 오피스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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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용 공간에 카페·상점 입점
이색 분위기·싼 임대료 수요 만족
젠지세대 `핫플` 된 낡은 오피스빌딩
서울 중구 유원빌딩에 위치한 카페의 모습. 디지털타임스 DB

1971년 준공된 서울 구도심의 한 낡은 오피스빌딩 가든타워.

소규모 여행사와 변호사 사무실, 비영리단체 등 영세 사무실이 밀집한 이 건물엔 어쩐 일인지 하루종일 젠지(Gen-Z·1997년~ 2010년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건물 밖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로비에 들어서자 바로 보이는 유명 편집숍 '슬로우스테디클럽' 덕분이다. 슬로우스테디클럽은 2014년 시작한 편집숍으로, 블랭코브, 네이더스, 오라리, 그라프페이퍼, 엠에프펜 등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의류 외에도 감도 높은 소품으로 잘 알려져있고, 서울숲과 영등포 롯데백화점에도 매장을 운영 중이다.

가든타워 로비층에 입점한 슬로우스테디클럽 안국점은 기존에 엘리베이터와 관리인이 있던 로비 공간에 위치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냄과 동시에 매장 내부엔 김환기의 그림과 르 코르뷔지에의 LC2 의자, 비초에의 620 소파 등 명품 가구들을 배치해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가든타워 사무실 공간에는 2030 여성 고객을 타겟으로 하는 컨템포러리 주얼리 브랜드 '넘버링(NUMBERING)'과 빈티지 소품가게 '레몬서울' 등이 입점하기도 했다.

젠지세대 `핫플` 된 낡은 오피스빌딩
서울 종로구 가든타워 내 로비층에 위치한 의류 상점의 모습. 디지털타임스 DB

최근 몇 년 간 오피스 공간을 리테일(상업)시설로 전용(轉用)한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통상 오피스 빌딩의 리테일 시설은 1층과 지하층을 위주로 점심 성격이 강한 음식업종이나 편의점, 은행, 약국, 구두수선방 등이 입점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전통적으로 상업에 유리한 입지가 아닌 오피스 빌딩의 로비나 사무공간에 입점하는 리테일 업체들이 늘고 있다.

서울 시청역 인근의 유원빌딩 17층에 위치한 카페 '커피앤시가렛'도 오피스 공간을 바꿔 운영하는 사례다. 구식 사무용 건물로 들어와 공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도착하면 다른 사무실들과 함께 일대의 명물인 이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중구와 종로구 일대의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오는 창가 자리는 늘 만석이다. '카페 어니언'은 미아역 인근 강북우체국의 일부 공간을 임차해 미아점을 운영 중이다. 우체국 간판이 그대로 달려있는 공간의 내부는 거친 시멘트 바닥과 불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현대적이면서도 익숙한 느낌을 준다. 폐공장, 목욕탕, 한옥 등 다양한 공간을 재창조해 온 어니언의 아트 디렉터 출신 공간기획그룹 '패브리커'가 연출한 곳이다.

모두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젠지와 상가보다는 임대료가 싼 노후 오피스 공간을 찾으려는 업체의 '니즈'가 맞물린 공간들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국 평균 임대료는 오피스(3층 이상) 임대료는 1㎡당 1만7500원인 반면, 상가(1층 기준)는 △집합 2만6800원 △중대형 2만5600원 △소규모 1만9400원으로 더 비싸다.

젠지세대 `핫플` 된 낡은 오피스빌딩
서울 강북우체국 내 입점한 카페 어니언의 모습. 패브리커 제공

이에 대해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 노창희 젠스타메이트 상무는 "브랜드 파워가 있다면 입지에 집착하지 않고 조금 특별한 위치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한국에 진출한 미국 스트리트 패션브랜드인 '슈프림'(Supreme)만 보아도 홍대나 성수로 갈 것이란 예상을 깨고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은 도산공원 상권에 들어갔지만 몇 시간씩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집객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의 종식으로 전통적인 가두상권(거리상권)이 살아나고 상대적으로 재택근무가 적어 오피스 수요가 큰 국내 사정에 따라 이 트렌드는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리테일로 용도를 바꾼 공간을 다시 오피스로 변경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미국 부동산자문사 써컴퍼시픽U.S.의 김응천 대표는 "최근 오피스를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해 리테일업체에 임대하거나 오피스 건물 저층부를 리테일 시설로 전면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대부분이 'B급', 'C급'이나 그 이하의 노후 오피스 빌딩으로, 'A급' 빌딩의 경우 리테일보다 오피스가 장기 임대로 안정적이고 신경쓸 것도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테일로의 전용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통상 연면적 3만㎡ 이상의 우수한 입지와 시설을 갖춘 오피스 건물을 A급으로 분류한다. 그는 "최근 리테일 전용했던 공간들을 다시 오피스로 변경하려는 분위기까지 읽힌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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