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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포퓰리즘 시대, 신실재론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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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가브리엘
김남시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논설실의 서가] 포퓰리즘 시대, 신실재론이 중요한 이유
이른바 '탈진실'의 시대, 우리는 포퓰리즘의 선동과 음모론에 둘러싸여 있다. 1980년생 젊은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돌파구를 새로운 실재론에서 찾는다. 인식에 밀려 철학에서 배제되었던 존재를 다시 이야기하는 철학이 바로 '신실재론'이다.

가브리엘에 따르면 존재한다는 것은 곧 각기 다른 맥락과 배경, 즉 '의미장'에 나타나는 것이다. 의미장이란 특정한 대상이 특정한 양식으로 나타나는 영역이다. '왼손'이 몸이라는 의미장에 놓이면 신체의 일부가 되고, 화가의 작업실에 나타나면 예술 작품이 되는 것이다. 보고 만질 수 있는 사물들뿐 아니라 상상, 픽션, 신화 등도 모두 의미장 속에 존재하는 세계다. 외계 생명체, 일각수, 마녀는 엄연히 실재한다.

신실재론은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 사이에 매겨진 위계를 무너뜨리고 존재론적 다원주의의 장을 열었다. 이로써 우리는 두뇌의 물리·화학적 작용으로 환원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 자연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도덕적 가치, 실재로서 예술의 창작과 해석 과정을 적극 논할 수 있게 됐다.


책은 상식과 익숙한 철학적 관점을 뒤흔드는 가브리엘의 사유를 열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의미장 존재론', '존재론적 기술주의' 등 신실재론의 핵심 테제를 살핀다. 독자들은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도발적 주장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 중요한 철학적 논제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가브리엘은 독일 본대학교 인식론·근현대 철학 담당 교수다. 지난 2009년 28세에 독일 역사상 최연소 교수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신실재론의 기본 프로그램을 제시한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인간의 마음을 뇌의 전기·화학적 작동으로 설명하려는 신경중심주의를 비판한 '나는 뇌가 아니다' 등 철학적 논의를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저서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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