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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공사비 압박에 신탁사도 교체…업계 “속도만 늦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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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공사비 압박에 신탁사도 교체…업계 “속도만 늦출 것”
서울 금천구 남서울 럭키아파트 전경. <디지털타임스 DB>

서울 외곽 재건축 현장에서 조합이 공사비 상승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사업이 공회전을 지속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간 재건축 조합은 공사비 증가 시 시공사나 조합 집행부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는데, 최근에는 신탁사 교체를 추진하는 사례도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조합원 분담금 산정배경을 따지지 않고 신탁사·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비용은 줄지 않고, 사업 속도만 늦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 남서울 럭키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 위원회(이하 재준위)는 한국자산신탁과 지난해 3월 맺은 업무협약(MOU)을 1년 만에 파기하고 최근 새 신탁사 선정에 나서고 있다.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시공사나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재건축 시행 대행인 신탁사가 교체되는 것은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남서울 럭키아파트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982가구 아파트 단지다. 1982년 준공된 단지로 지난해 2월 한국자산신탁·한국토지신탁·KB부동산신탁을 대상으로 경쟁 입찰을 거친 뒤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 신탁사로 뽑았다.

남서울 럭키아파트 재준위가 신탁사 교체에 나서는 이유는 책정된 재건축 공사비가 재준위의 예상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2월 남서울 럭키아파트 재준위가 요구한 단지 설계를 바탕으로 재건축시 조합원 분담금이 최대 9억원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기존 재준위가 예상한 조합원 분담금(3억원)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재건축 조합은 서울 강남 아파트급의 고급화 설계를 원하지만, 공사비는 그만큼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서울 외곽 지역의 경우 아파트 마감재 등급을 낮춰 공사비를 줄이는 식의 '가성비 재건축'이 필요한데 조합원 반발에 실제 적용은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재건축 조합이 신탁사나 시공사를 교체한다 해도 공사비가 낮아질 여지는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탁사의 경우 조합으로부터 공사비를 받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사비를 높게 책정할 이유도 없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전문가가 시행을 맡다보니 조합방식에 비해 공사비가 높게 책정되지 않는 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만 해도 지난해 말 시공사를 해임했지만, 조합원 예상 분담금이 줄어든 것은 전혀 없었다"며 "분담금 산정 배경 검토 없이 신탁사나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재건축 사업 속도만 늦추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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