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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엔 수혜… K-반도체, 대만 강진에 반사이익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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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産 엔비디아 반도체 차질
삼성·SK HBM 수요에도 부정적
파운드리 반사이익도 "시기상조"
25년 전엔 수혜… K-반도체, 대만 강진에 반사이익 없다고?
3일 대만 동부 화롄(花蓮)시 남동쪽 7㎞ 지점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9명이 사망하고 82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지진 여파로 수십채의 건물이 무너지고 정전이 발생했으며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다. 대만 당국은 1999년 9월 21일 발생한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사진은 소방관들이 건물붕괴 현장에서 수색작업을 하는 모습. 화롄=AFP 연합뉴스

25년 전엔 수혜… K-반도체, 대만 강진에 반사이익 없다고?
반도체 강국 대만에서 3일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25년 전 비슷한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국내 업체들은 수출액·수익성이 동반 상승하며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지만, 이번 지진에서는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핵심 제조업체라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GPU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국내 업체들이 강점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모처럼 엔비디아발(發) 훈풍을 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 회복에 제동이 걸린다.

이와 관련, TSMC는 공장 가동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진동에 민감하고 2~3개월 이상 연속 공정이 이어져야 하는 반도체 제조방식의 특성 상, 적어도 지진 당시에 제조 중이었던 일부 웨이퍼는 폐기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최소 2~3개월치 제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대만 동부에서 규모 7 이상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일부 건물이 무너진 것은 물론 최소 4명이 목숨을 잃고 90여명이 다쳤다. 대만 당국은 1999년 9월 21일 발생한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강진에 TSMC의 일부 반도체 라인 가동도 한동안 중단됐다. TSMC 생산라인 직원들은 공장이 흔들리자 대피령에 따라 한때 일터를 떠났다가 복귀했다. TSMC는 "회사의 안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알리지 않았다.

대만 2위 파운드리 기업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도 이날 생산라인 직원 일부를 대피시켰다. UMC는 "일부 기계는 가동이 중단됐지만 이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애플 협력사 대만 폭스콘의 경우 지진 발생 이후 라인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일부 생산라인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TSMC의 일부 생산라인 가동이 이날 오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해석했다. TSMC와 UMC, 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업체인 ASE 테크놀로지 홀딩스 등 대만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들은 지진에 취약한 지역에 입주해 있다.


대만 반도체 기업의 생산 라인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25년 전을 예를 들며 TSMC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이 대표적이었다. 실제 1995년 1월 고베지진과 1999년 9월 대만 치치(集集)지진 당시 국내 반도체 수출단가는 전월 대비 각각 8%와 24% 급등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은 있지만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전체적으로 부정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만일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기업의 생산능력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져 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칩셋이 있어야 전체 세트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어느 한 곳이라도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전반적인 제품 수요나 원활한 공급 흐름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이번 지진으로 엔비디아 GPU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HBM 수요가 지연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 실적 상승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밝혔다.

TSMC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애플의 아이폰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기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제품들을 생산 중이다.

파운드리 분야만 놓고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생산 차질이 다른 파운드리 기업에는 호재가 아니냐는 시각은 너무 단편적"이라면서 "지진 등으로 인해 생산 설비에 잠시 문제가 생겼다고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들이 그간 맺어온 오랜 협력 관계를 끊고 다른 파운드리 업체와 밀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노광장비는 미세한 진동에도 취약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완전히 없다고 보기는 힘든 만큼 중장기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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