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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오지 마"…`윤식당`에 나온 아프리카 `낙원 섬`,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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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오지 마"…`윤식당`에 나온 아프리카 `낙원 섬`, 무슨 일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에는 최근 영국 휴가객들과 카나리아 섬 주민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Walter Finch 페이스북 캡처]

"당신에겐 천국이겠지만 우리는 비참하다. 제발 관광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아프리카 북서부 대서양에 위치한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한 섬인 테네리페에서 '관광객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영국 관광객'과의 전쟁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최근 테네리페 주민들 사이에서 관광객들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카나리아 섬들 중에서도 영국인들이 매우 선호하는 휴양지인 테네리페에선 곧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료 이후 관광객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 섬에는 지난 주에 '관광객은 집에 가라', '너무 많은 귀리스(Guiri·외국인을 뜻하는 스페인어 속어)' 등의 '반(反)관광' 낙서가 등장했다. 또 영국에서 건너온 휴가객을 비난하는 전단지가 섬 전역의 건물과 도로 등에 나붙기도 했다.

"제발 오지 마"…`윤식당`에 나온 아프리카 `낙원 섬`, 무슨 일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에는 지난 2023년 관광개 수가 560만 명을 기록하면서 지난 2019년 대비 60만 명 증가하는 등 신기록을 세웠다. 이로 인해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반(反) 관광' 정서가 커지고 있다. [Walter Finch 페이스북 캡처]

테네리페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크고 인구가 많은 섬이다. 사계절 온화한 기후로 유명해,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인을 중심으로 연간 약 5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매우 인기있는 관광지 중 하나다. 한국인에겐 생소했던 곳이지만, 얼마전 국내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의 촬영지가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유명 휴양지의 주민들이 관광객을 거부하는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갑자기 늘어난 관광객들 때문에 모든 물가가 무섭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현지 관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테네리페 관광객 수는 모두 56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무려 60만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관광객 증가와 함께 이들을 맞기 위한 에어이앤비 주택이 증가했다. 덩달아 주택 임대및 구매 비용 치솟았다. 현지 주민들이 감히 사거나 임대할 수 없을 정도로 주택 가격이 뛴 것이다.

모든 물가가 크게 올랐지만, 현지 주민의 급여 등은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이에 주민들은 "모든 물가가 올라 생활하는 데 여유가 없어졌다"며 "일단 집세를 내고 나면 음식을 살 돈조차 없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휴가객 유입에 따른 소음과 쓰레기 오염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현지인 조수아 가르시아(33)는 "외국 휴가객들로 인해 우리의 천국이 '관광 빈민가'로 변했다"면서 "외국 관광객들이 내는 소음과 음악 때문에 매일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이룬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 주민들은 "값싼 맥주를 마시며, 햇볕 아래 누워 햄버거와 칩 같은 질 낮은 음식만 먹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지쳤다"고 말했다.

현지 화가 비키 콜로머(63)는 "여기서 내가 오히려 외국인이 된 것처럼 편안하지 않다"면서 "우리의 섬이 마치 영국과 독일 관광객들을 위해 모든 것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짜증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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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북서부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에서 최근 '반(反) 관광객' 정서가 확산하면서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라', '너무 많은 귀리스(외국인)'라는 낙서가 출현하고 있다. [Walter Finch 페이스북 캡처]

그러는 와중에 휴가객들이 주로 머무는 테네리페의 리조트 근처에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와 같은 '반(反) 관광' 낙서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또 시내 전역의 건물에는 휴가객을 비난하는 전단지가 나붙었다.

지난주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관광 리조트가 있는 플라야스 데 라스 아메리카스의 해변 산책로를 따라 행진하는 등 반관광 시위를 벌였다.

이달 20일에는 관광 반대 시민단체 운동가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반면, 외국 관광객이 없으면 안된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영국식 펍에서 일하는 멜리사 테일러(47)는 "영국인들이 이곳에 와서 많은 돈을 쓰고 간다"며 "관광객이 없다면 우리도 이런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기간에 테네리페는 유령도시가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끔찍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술집 직원인 엠마 바커(43)도 "관광업계를 공격하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이다. 관광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여서 관광이 없으면 일자리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존 애쉴리(61)는 "관광객이 오지 않거나 줄어들면 곧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오지 마라'는 영어 낙서ㅏ '돌아와 주세요'로 바뀔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욜로바의 직원은 인터뷰에서 "주민들은 관광객에 대한 비난을 멈춰야 한다"면서 "주택 문제는 여기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정부"라고 지적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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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북서부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에는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반 관광객' 정서로 인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Walter Finch 페이스북 캡처]



"제발 오지 마"…`윤식당`에 나온 아프리카 `낙원 섬`, 무슨 일
아프리카 북서부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는 영국인들이 휴가지로 가장 선호하는 곳 중 하나다. 테네리페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한 영국인 가족의 모습. [Walter Finch 페이스북 캡처]

"제발 오지 마"…`윤식당`에 나온 아프리카 `낙원 섬`, 무슨 일
아프리카 북서부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에 '반 관광객 정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한 리조트의 벽과 건물 등에 '관광객은 집에 가라'는 낙서 메시지가 붙어 있다. [Walter Finch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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