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러시아 법인을 '바이백'(일정 기간 뒤 재매입) 조건을 매각했지만, 현지 동반 진출한 자동차 부품사들은 세 달이 넘도록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공장과 달리 지분 매입자를 찾기 어려운데다, 공장을 돌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적자만 쌓여가는 실정이다.
28일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원산업 러시아법인은 작년 연간 152억원, 성우하이텍 러시아법인(성우하이텍루스)는 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냈다. 이들 기업은 모두 현대차 러시아 공장이 위치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다.
또 현대위아는 러시아 법인에 대한 재무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러시아법인은 앞으로 영업이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재무적 영향의 추정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공시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스틸서비스센터)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이후 현재까지 가동 중단 상태다.
이 외에 현지 판매 법인을 두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작년 78억원 적자를 냈고, 넥센타이어는 1200만원의 순익을 내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러시아공장을 작년 12월 2년 바이백 조항을 두고 현지 업체인 아트 파이낸스에 1만루블(약 14만5000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품사들의 경우 매각이 쉽지 않은 가운데 공장을 가동하는 것도 원칙에 맞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현지 공장 매각을 검토했지만 매수 희망 업체가 없는 상황이다. 다각도로 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본격적인 가동도 하기 전에 전쟁이 터지면서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말 제너럴모터스(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인수했지만, 제대로 돌려보지 못한 채 이번 매각 대상에 포함시켰다. 현대위아의 경우 2021년 10월부터 러시아 엔진공장 가동을 시작했지만 이듬해 3월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현대트랜시스는 2021년 11월 러시아 현지 법인을 세우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에 변속기 공장 설립을 추진했지만 전쟁 이후 건설을 중단시켰다.
이런 가운데서도 현지화로 수익을 거둔 국내 자동차 부품사도 있다. 대원강업은 러시아법인이 2022년 23억원 적자에서 작년엔 21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대원강업은 러시아 이제프스크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현대차가 아닌 현지 업체인 아브토바즈의 라다 베스타 차종에 시트를 공급하고 있다.
대원강업 역시 전쟁 사태 후 셧다운(일시가동 정지)에 들어가면서 미수금까지 발생했었지만, 아브토바즈의 모기업이었던 프랑스 르노그룹이 현지 업체에 2022년 5월 '6년 바이백' 옵션을 걸고 현지 국영 자동차연구개발센터(NAMI)에 1루블에 매각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2년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모스크바 테러 사태까지 터지면서 불확실성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2021년 6%안팎이던 러시아 기준금리는 현재 16%까지 치솟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