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퇴직연금 수수료 부과 체계가 소비자 중심으로 바뀐다. 기존에 퇴직연금 적립규모에 따라 부과됐던 산정 체계의 기준을 수익률 등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운용되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수수료는 적립금 수익률과 은퇴 이후 연금수령액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연간 194억원 수수료 할인혜택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적립금 규모에 따라 산정되던 퇴직연금 수수료 부과 체계가 개선돼 모든 퇴직연금사업자(43개 금융기관)가 시행한다.
개선안에 따르면 새로운 수수료 부과 체계는 크게 세 가지다. 금융기관은 중소기업 등에 실질적으로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그간 적립금이 클수록 더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하다보니 중소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미 각 사의 퇴직연금에 가입한 중소기업 등에는 사전 전산 작업 등을 통해 4월 1일부터 할인이 적용되도록 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약 21만5000개 기업에 대해 연간 약 194억원 이상의 감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기관은 적립금 운용 손익을 고려해 수익률이 부진하면 수수료를 덜 받는 성과연동 구조를 갖춰야한다. 수익률 제고 측면도 있는 것이다. 디폴트옵션 중 수수료 납부 주체와 적립금 운용 주체가 동일한 IRP 계좌에서 운용되는 적립금에 우선 적용한다.
목표수익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금융기관들은 가입자가 납부하는 수수료가 증가하지 않도록 기존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동시에 목표수익 이하인 경우에는 기존보다 수수료율을 할인한다. 비대면 IRP 계좌개설 등을 통해 이미 수수료율이 0%인 경우에는 가입자에게 유리하도록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금융기관은 고객에게 제공한 업무의 종류와 그 비용을 고려하여 수수료를 받는다. 금감원은 업무별 내용을 세분화해 수수료율을 차등 인하함에 따라 연간 약 106억원 이상의 감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김유진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금융기관별로 다양한 수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만큼 고객들은 금융기관 선택에 있어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여부, 추가할인 혜택, 운용성과 등을 꼼꼼히 따져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금번 수수료 부과체계 개편은 그 동안 가입고객 확보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에만 치중해온 퇴직연금 시장의 영업 행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수수료 인하가 근로자와 기업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고, 금융기관간 건전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가입자에 대한 안내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